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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연습생 100만 '아이돌 공화국'‥가요계 현주소는?

[뉴스+] 연습생 100만 '아이돌 공화국'‥가요계 현주소는?
입력 2013-02-07 20:42 | 수정 2013-02-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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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C▶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연습생이 무려 1백만 명에 달할 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스타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죠.

    오늘 뉴스플러스에선 아이돌 가수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 대중음악계의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엄지인 기자가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연습생들을 만났습니다.

    ◀VCR▶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은 저녁.

    열 아홉 지수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연예기획사에 들어간 지 3년째.

    모자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쓰기 위해 고등학교에 가는 대신 검정고시를 택했습니다.

    ◀SYN▶ 서지수/기획사 연습생 3년째
    "몸이 피곤해도, 어디가 아파도, 감기가 걸리더라도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거니까 (이겨내야죠.)"

    저녁 6시에 시작한 연습은 꼬박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식사는 대충 연습실 바닥에서. 제 때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SYN▶ 서지수/기획사 연습생 3년째
    "작은 희망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스타가)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마음을 못 버리는 것 같아요."

    지수와 비슷한 처지의 연습생이 이 회사에만 50여명.

    작은 고등학교 축제라도 서 볼 수 있다면 그나마 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대부분 기획사 서너 곳을 옮겨다니며 몇 년째 무대를 향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아이돌' 을 꿈꾸는 아이들이 몰리면서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도입된 이른바 '보컬' 학원은 최근 3년 새 열 배 이상 급증했고, 실용음악이라는 간판을 단 학원만 전국에 3천 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실용음악과의 수시 경쟁률은 평균 444대 1, 최대 1천 3백대 1을 넘을 정도입니다.

    영세한 연예기획사 무자격 강사가 판치고 이를 악용한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아이돌만 될 수 있다면 다른 건 포기할 수 있다는 지망생이 넘쳐납니다.

    ◀SYN▶ 윤소현/기획사 연습생 4년째
    "(지금까지)한 거라곤 솔직히 노래랑 춤밖에 없는데...(뭘 할 수 있을 지) 무서워요. 무서운데 그래도 저희는 (스타가)될 거라고 생각해요..."

    뚜렷한 정답도 마땅한 과정도 없는 길을 전국 1백만명의 아이들이 여전히 걷고 있습니다.

    ◀ 김재용 기자 ▶

    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지난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60개 팀 정도.

    그러나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그룹은 서너 개에 불과한데요.

    그런데도 기획사도 제작자도 연습생까지도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그나마 다른 장르보다 댄스 가수들을 만드는 것이 장사가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해 수 십 억원을 버는 로또 같은 아이돌 댄스그룹도 아이돌 그룹 만들기를 부추깁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음원과 음반 판매 순위의 상위권은 대부분 아이돌이 점령했고, 방송출연도 아이돌 댄스 그룹에 편중되면서 음악 장르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왜곡돼 가는 우리 대중음악은 대형 음원유통사 중심으로 짜여진 시장의 불합리한 구조에 있습니다.

    이지선 기자가 우리 대중음악 음원 수익 구조의 그늘을 짚어보았습니다.

    ◀ 이지선 기자 ▶

    국내 디지털 음원시장 규모 7200억 원.

    90년대 음반시장 최대 전성기보다 시장 규모는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 음악하는 사람들은 더 힘듭니다.

    음원 판매로는 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음원 한 곡당 가격은 6백원, 미국이나 일본의 최저 가격보다 낮습니다.

    매달 일정 금액으로 여러곡을 살 수 있는 '정액제'를 기준으로 하면, 곡 당 가격은 105원까지 뚝 떨어집니다.

    이걸 다시 유통사와 제작사가 나눠 가지는데, 유통사가 40% 이상을 가져가면서, 음원 하나 팔아봤자 가수는 6원, 작곡가는 10원 남짓 벌어갈 뿐입니다.

    ◀VCR▶

    가수 싸이가, 같은 3백만 건 다운로드에 미국에선 약 20억 원을 번 반면, 한국에선 고작 60분의 일인 3200만 원을 번 것도 이런 유통 수익구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요 기획사들은 음악 외적인 부분, 광고와 행사 수익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돌 가수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INT▶ 제작자
    "음원만 가지고는 먹고 사는게 너무 힘드니까 아이돌을 만들어야 공연도 하고 광고도 할 수 있고 여러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잖아요."

    아이돌 음악만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음악하는 사람이 음악으로 돈을 벌지 못하니, 대형 음원 유통사에 손을 벌립니다.

    소위 '마이낑'이라 불리는 선급금입니다.

    유통사는 선급금 회수를 위해 돈이 되는 아이돌 음악을 선호하고, 이에 맞춰 만들어진 음원들이 음악 사이트 전면에 집중 배치됩니다.

    반대로 곡이 좋아도 유통사가 원치 않으면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INT▶ 김형석
    "선급금이 투자된 음원들은 10위 안에서 볼 수 있어요. 아니면 추천에 들어있어서 사람들이 클릭을 해보겠죠. 음원은 만들 수 있지만 누가 들려줄 거냐는 거에요."

    이런 악순환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음원 가격의 현실화와 공정한 수익 배분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입장입니다.

    싸이는 아이돌 가수가 아닙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대중가요, K-POP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수와 다양한 컨텐츠라는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MBC뉴스 이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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