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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릭] 문턱 낮아진 사찰…늘어나는 '은퇴' 후 출가

[이슈클릭] 문턱 낮아진 사찰…늘어나는 '은퇴' 후 출가
입력 2017-05-02 22:33 | 수정 2017-05-0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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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손가락 빨기에 바쁜 꼬마들, 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하죠.

    단기 출가에 나선 까까머리 동자승들입니다.

    실제 출가는 13살부터 50살까지만 가능한데요.

    조계종이 내일부터는 65살까지로 나이 제한을 풀면서 머리 희끗한 중노년층의 출가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속세에서 벗어난 제2의 인생.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새벽 4시, 산사의 하루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예불이 끝나면 바로 묵언 수행과 참선이 이어집니다.

    매서운 죽비소리가 흐트러진 정신까지 퍼뜩 깨웁니다.

    그리고 또다시 반복되는 108배의 시간.

    "분노심으로 악연이 된 이들에게 참회하며…"

    새벽 6시가 되자 아침공양이 시작됩니다.

    전에 볼 수 없던 고춧가루 양념과 치즈가 반찬으로 놓이게 됐지만 직접 헹궈낸 그릇에 먹을 만큼만 담아 먹고 그릇을 씻어낸 물을 다시 마시는 검소한 정신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본격적인 수양은 이제부터입니다.

    전나무 숲길에서 삼보일배.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엎드려 절을 하며 참회합니다.

    연신 허리를 굽히다 보면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축축해집니다.

    [권기출/51살]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쾌감이 있잖아요. 고통을 벗어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느껴지니까…"

    직장과 가정을 잠시 떠나 단기 출가를 선택한 사람들.

    최근 들어선 중노년층 관심이 커지면서 짧게는 3일, 길게는 100일을 수행하는 월정사 출가학교도 지난해부터 졸업생 35퍼센트가 50살 이상입니다.

    [정념 스님/월정사 주지]
    "연세 드신 분들이 좀 더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이제 자기를 돌아보고, 또 나머지 인생을…"

    조계종이 고심 끝에 지난 3월, 51살에서 65살 은퇴자들의 출가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기에 2000년대 초 연간 300명을 넘던 출가자 수가 최근 몇 년 새 100명 밑으로 떨어진 상황.

    급감하는 출가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주경 스님/조계종 기획실장]
    "(출가 연령을) 65세까지로 15년 정도로 열어놓아서, 사회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출가해서 수행할 수 있는 길을…"

    반백 년을 학교와 집, 직장에 매여 살고도 생계 때문에, 가족 때문에 속세에서 놓여나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은퇴출가 제도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서향화/58살]
    "이 나이 되니까 뭐 애들 다 결혼하고, 뭐 손녀도 봤고…이제 내 마음대로 온전하게 나만을 위해서 한번 이렇게 (수행하고 싶어요.)"

    10년 만의 인구 조사 결과 종교가 없다는 사람이 처음 절반을 넘어선 탈종교 시대.

    산문을 넓힌 조계종의 실험과, 깨달음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오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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