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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 해놓고도 사장되는 신기술, 왜?

기술 개발 해놓고도 사장되는 신기술, 왜?
입력 2018-03-17 20:26 | 수정 2018-03-1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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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첨단 의료기기 개발은 의학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당연히 중요한 일이겠죠.

    그런데 수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국내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했는데도 시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무슨 사정인지 박진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공관절에 구멍을 내거나 절단할 때 쓰는 의료 기기입니다.

    국산화 미래 선도 과제에 선정돼 우리 중소기업이 정부지원금 5억 원을 받고 8년이나 걸려 만든 첨단 기기입니다.

    그러나 어렵게 개발한 제품이 지금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고 직원 월급은 8개월째 밀렸습니다.

    [고정택/정형외과용 의료기기 개발업체]
    "제품을 팔지 못해 제품들이 다 고철로 전락하고 이거 전부 다 폐기해야 할 정도로…"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받은 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식약처에서 안전성과 효능은 인정받았지만 심평원 심사에서 업체가 요청한 보험 수가가 높다며 '보류' 판정이 나온 것입니다.

    국내 판매가 불가능해진 건 물론이고, 안전성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수출 계약도 취소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고정택/정형외과용 의료기기 개발업체]
    "미국 업체에서는 공인된 (보험)가격이 없으면 협상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수출도 못 하고 있고 국내 판매도 못 하고 있고"

    세계 최초로 그물형 깁스를 만든 이 업체도 마찬가집니다.

    정부로부터 4억여 원을 지원받아 8년 만에 개발에 성공해 11건의 기술특허도 보유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역시 안전성 심사는 통과했지만 심평원 심사에서 기존 깁스와 같은 보험 수가를 제시해, 국내 판매는 아예 포기했습니다.

    [이철우/그물형 깁스 개발업체]
    "신기술, 신제품이면 기존(제품)과는 별도로 가격(보험 수가)을 책정해주는 유연성이 있으면 좋은데…"

    한국에서도 안 팔리는 제품이란 소문에 해외 수출도 막막합니다.

    의료기기 시판에 앞서 건강보험에 적용시킬지, 수가는 얼마로 할지를 따져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의사들이 주요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지금의 방식이 아니라, 보험과 재정 전문가를 의사들 수만큼 대폭 늘려야 정확한 심사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심사위원]
    "식약처에서 어느 정도 안전성, 유용성을 거친 거거든요. 건강보험 가격 여부를 결정할 때는 굳이 의료인들이 그렇게 참여 안 해도 되죠. (외국은) 현장에서 진료를 하는 의료인들은 배제하고 재정 전문가나 보험가입자 대표로 구성하는데…"

    또, 안전성과 효능이 인정된 제품은 일정 기간 사용하면서 건강보험의 적정 수가를 판단해가는 일종의 '시험 사용'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합니다.

    한쪽에선 빨리 첨단 기기를 만들라며 세금으로 지원하고, 또 한쪽에선 그 결과물을 기약없이 사장시키는 지금의 모순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MBC뉴스 박진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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