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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설립자 '갑질'…수업 대신 동영상

대학 설립자 '갑질'…수업 대신 동영상
입력 2018-05-02 20:31 | 수정 2018-05-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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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설립자가 강의하는 동영상을 들어야만 하는 대학이 있습니다.

    이 대학 설립자는 자신의 강의 동영상을 대학에 팔아 100억 원을 훨씬 넘게 챙겼는데요.

    이를 문제 삼는 교수들의 강의는 폐강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손령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웅지 세무대학교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동영상 회계 강의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하여튼 많아."

    강사는 대학 설립자인 52살 송 모 씨 입니다.

    송 씨는 학교에서 찍은 수업 영상을 자신이 차린 동영상 업체에 넘긴 뒤 다시 학교에 되팔았습니다.

    또 동영상 업체에게 돈을 빌린 뒤 학교에서 그 업체의 영상을 사도록 해, 결국 학교가 돈을 대신 갚아주는 셈이 됐습니다.

    이렇게 챙긴 돈은 최근 3년간만 40억 원 가까이 됩니다.

    학생 1인당 한 해 1백만 원꼴입니다.

    학생들은 수업료를 내고도 동영상 강의를 들었지만 정작 공부에 도움은 안 됐다고 말합니다.

    [웅지 세무대 재학생 A]
    "저번 학기에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듣는 거라서 전혀 도움이 안 됐어요."

    [웅지 세무대 재학생 B]
    "선심 쓰듯이 말한 거예요. 무료로 다 제공해주겠다."

    설립자는 이런 수법으로 거액을 챙기다 지난 2015년 한차례 사법 처리를 받았습니다.

    2008년부터 6년 동안 108억 원을 챙기다 횡령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 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사법 처리 이후 이사장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아내를 총장으로 내세우고 동영상 장사를 계속했습니다.

    설립자는 동영상 강의가 학생들을 위한 거라고 해명합니다.

    [송 모 씨(설립자)]
    "등록금 안에서 그런 서비스를 받는 거기 때문에 다른 대학 출신 애들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거죠. 그걸 왜 싫어합니까?"

    이에 반대했던 교수들은 "수업을 빼앗기고 퇴직을 종용당했다"고 말합니다.

    일부 교수는 월급이 30만 원도 안 됐습니다.

    [웅지 세무대 교수 A]
    "제 급여가 작년 급여가 실제 이렇습니다. 실수령액이 25만 2천8백 원인 것 같습니다."

    [웅지 세무대 교수 B]
    "과목 자체도 개설이 안 될 과목으로 폐강될 과목만 주는데…."

    그 자리엔 16명의 겸임 교수를 뽑았습니다.

    이들에게는 1인당 2, 3천만 원씩 받았는데, 대신 차용증을 써줬습니다.

    관련 법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기숙사 운영권도 측근에게 넘겼습니다.

    15억 원을 받았지만 역시 차용증을 써줬습니다.

    학생들은 녹물이 쏟아지고 물까지 새는 기숙사를 비싼 값에 이용해야 했습니다.

    [재학생 C]
    "벽에 금 간 건 당연하고, 물샐 데가 없는데도 물이 새고…."

    [재학생 D]
    "관리가 아예 안 되는 것 같아요."

    설립자 송씨는 채용한 교수나 기숙사 운영자에게서 돈은 받았지만 빌렸다는 입장입니다.

    [송 모 씨(설립자)]
    "사립대학이 사람을 채용을 할 때 절차 자체를 굳이 꼭 지켜야 될 건 아니고요. 돈 꿔줄 사람 있으면 꿔 줘봐라. 그렇게 하고 그만둘 때 다시 돌려주고…."

    민원이 쏟아졌지만 "교육부가 취한 조치는 감사 한번 나온 게 전부"였다고 교수들은 주장합니다.

    2004년 개교 이후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던 학교는 최근 4년 연속 대학평가 최하 등급과 함께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서 퇴출 위기에 몰렸습니다.

    노동부는 최근 교수들의 월급 삭감 등 학교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은 설립자 송 씨가 올해도 같은 수법으로 학교에서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추가로 포착해 수사할 방침입니다.

    MBC뉴스 손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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