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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판매직 노동자 "손님 없을 땐 앉고 싶어요"

[소수의견] 판매직 노동자 "손님 없을 땐 앉고 싶어요"
입력 2018-10-21 20:25 | 수정 2019-10-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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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포트 ▶

    살갗이 벗겨지고, 물집이 잡혀 굳은살이 박이고, 퉁퉁 부은 채 아예 뼈까지 휘어져 버린 발.

    [박영욱/아주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앞부분이 이렇게 좁아져 있어서 발이 요렇게 모이기 때문에 증상이 더 심하고…"

    지금까지 보신 모습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 이웃의 발입니다.

    이렇게 망가진 발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이 발의 주인공들을 찾아 가봤습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매장에 서 있는 점원들, 손님이 없는데도 꼼짝없이 서 있습니다.

    백화점, 면세점 그리고 영화관과 커피숍.

    아예 의자가 놓여있지도 않은 곳이 많습니다.

    20년 넘게 백화점에서 일한 판매직 노동자와 함께 병원을 찾았습니다.

    진료 결과 받은 병명은 무지외반증과 족저근막염.

    [박영욱/아주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발가락이 이렇게 변형이 된 게 보입니다. 이것을 무지외반증이라고 해요. 발가락이 바깥쪽으로 돌아가고 여기 관절이 안쪽으로 튀어나오고…"

    판매직 노동자 2,8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엄지발가락이 휘어진 무지외반증은 67배, 발바닥 인대에 염증이 생긴 족저근막염은 15배 이상 일반인보다 발병비율이 높았습니다.

    유통업체 노동자들이 앉을 권리를 스스로 찾겠다며 '의자 앉기 공동행동'에 나선 이유입니다.

    [판매직 노동자]
    "발이 아픈 게 허리까지 다 올라와요. 계속 서 있잖아요. 저희가 원래 앉을 수 있는데도 몰랐었던 부분이 있거든요. 다들 앉아야 한다는 인식이 안 돼 있어요. 몸에도 안 배어있고."

    '앉을 권리'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처음이 아닙니다.

    10년 전부터 제기됐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규칙으로 명문화했습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규칙에 불과해 사업주가 지키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경우 협력업체라는 이름으로 간접 고용된 노동자들이 전체의 80~90%에 달합니다.

    이들의 각자 소속이 다른데다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업체의 눈치까지 봐야 하다 보니 정당한 목소리마저 제대로 내기 힘든 상황입니다.

    의자와 마찬가지로 휴게시설 또한 매장에 설치하도록 정부가 권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복도나 계단에 쪼그려앉아 쉬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그나마 휴게실이 있는 곳도 공간이 좁고 시설이 열악해, 30분 주어지는 점심시간을 쪼개 가봐도 이용하기가 어렵습니다.

    화장실 이용은 더 심각합니다.

    고객 우선이라는 명목 하에 아무 화장실이나 갈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판매직 노동자]
    "직원 화장실이 한 층마다 다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급하면 고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백화점 측에서) 페널티 적용한다고 하는 것도 있고. 급할 때는 에스컬레이터도 타야 하는 데 그런 부분도 허락을 받고 해야 하는 매뉴얼인 거예요."

    잠깐이라도 앉아 있고, 마음 편히 화장실에 가고 싶은 바람.

    이 소박한 요구를 말하면서도 혹시나 업체로부터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이들은 얼굴을 가려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소수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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