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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칠칠) 선언 정신 실종[최명길]

7.7(칠칠) 선언 정신 실종[최명길]
입력 1989-07-02 | 수정 198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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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칠칠) 선언 정신 실종]

    ● 앵커: 남북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7.7 선언이 나온 지 1년이 다돼 갑니다.

    지난 1년은 7.7선언의 큰 가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북방 정책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마는 7.7선언이 허용하는 행동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를 두고 심각한 갈등의 양상을 노출 시켰던 것 또한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남북한 관계와 연관된 굵직한 사건들을 정리하고 7.7선언 1년을 진단해 보겠습니다.

    최명길 기자입니다.

    ● 기자: 치안본부는 오늘 전국 57군데에서 학생 2만 7000여명이 남북학생회담과 관련해 시위에 가담했으며 서울 458명을 비롯해서 전국에서 500여명이 연행됐다고 밝혔습니다.

    ● 노태우 대통령(1988.7.7 - 7.7 선언 발표): 첫째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종교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학자 및 학생 등 남북동포간의 상호교류를 적극 추진하여.

    ● 기자: 김영식장관은 이 회당에서 쌍방 간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조국순례대행진의 추진문제와 친선체육경기의 교환개최문제 등 남북학생교류추진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들을 협의하자고 북한 측에 제의했습니다.

    ● 나웅배(1988.10.7 - 남북경제교류추진방향발표, 부총리): 군사물자를 제외한 남북물자의 국내로의 반입과 북한으로의 반출 및 이외 제 반출을 허용한다.

    ● 노태우 대통령(1988.10.18 - 유엔총회연설): 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한 간의 기본적인 상호신뢰와 안전보장의 틀을 마련한다는 견지에서 불가침 또는 무력불사용에 합의하고 이를 공동으로 선언할 것을 제의합니다.

    ● 기자: 정부와 민정 당이 오늘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한 국가보안법개정안은 반국가단체의 범위를 축소해 정부참칭 또는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검사나 집단에만 한정하기로 했습니다.

    ● 김승한(1989.1.23, 특파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경유지 북경을 떠나기에 앞서 평양에 도착하게 되면 자동차부품 합작사업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북한 TV방송: 비행장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인 조국 평화통일위원회 정준기부위원장 사회단체 책임 일군들 기독교목사들이 문익환 목사와 일행을 뜨겁게 맞이하고 그들의 평안방문을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 기자: 서울의 경우 서울지검 공안부는 오늘 돌베개 등 아홉 개 출판사와 오늘의 책 등 200여 군데 서점을 수색해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 시집 지리산 등 모두 51종 3000여권을 압수했습니다.

    수사당국은 서의원의 입북이 가톨릭 농민회 회장으로 재임하던 85 년 초부터 추진 점과 관련해 서의원이 한차례 더 입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집중수사를 펴고 있습니다.

    평양 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전대협 대표로 파견된 외국어대 임수경양은 오늘 낮 12시 40분 소련항공 일류신기 881 호 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재야인사와 국회의원 학생의 잇단 북한방문사건이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충격은 7.7 선언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데에서 연유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7.7 선언은 통일에 대한 욕구를 분출하는 진보 세력과 변화를 꺼리는 보수 세력이 빚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에 위축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진 것이었습니다.

    선언의 문구적인 해석을 떠나 그것은 통일 논의에 개방을 의미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감 지향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의 기대 심리를 한껏 높였습니다.

    7.7 선언은 그것이 제안이 아닌 선언이었기에 상대방의 긍정적인 반응이 전제되지 않더라도 그 정신은 실천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분단국가의 한쪽을 정치적으로 이끌고 있는 지도자의 의사 표현으로서 통일을 바라는 민족에 대한 약속이었습니다.

    더욱이 7.7 선언은 지난해 10월 18일 노 대통령의 UN총회 연설을 통해 이미 국제적인 약속이 됐습니다.

    즉, 7.7 선언은 그 내용의 혁신적인 성격 때문에 정책 결정자가 구상한 실천 프로그램과는 관계없이 자체의 역동성을 가지고 진행 되 선언에 부합하는 법 제도와 통일 정책 등의 혁신적인 후속조치를 요구하게 했습니다.

    폭넓은 개방을 앞서가며 요구하는 목소리에 정부가 정책으로 뒤따라가는 상황에서 벌어졌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은 7.7 선언의 앞날을 점치게 하는 아주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사건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정주영 씨의 방북은 남한의 저명인사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북한 고위 당국자의 초청으로 고향 방문과 투자 사업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고 또 그것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44년 분단으로 쌓인 국민의 잠재의식적 두려움을 단번에 털어버리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더욱이 그의 귀국 후 언론 보도는 오히려 국민의 기대감을 앞서가며 자극했고 중간 평가를 의식한 정부도 실현 가능성을 훨씬 넘는 기대 심리의 폭발 현상을 수수방관 함 으로써 7.7 선언은 민족의 장래를 밝히는 등대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정 회장의 방북은 전혀 다른 측면에서 7.7 선언과 연관 됩니다.

    정 회장이 평양 방문 기간 중에 가졌던 기자 회견 내용이 전해지면서 정부 내 보수 세력에게 남북 교류 확대의 재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게 됐던 것입니다.

    ● 박관용(국회통일 특위 위원장): 정부 여당 내에서는 이로 인한 견해의 마찰이 생겨서 후속 조치를 못한 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7.7 선언이 노 정권의 통치 철학의 입문이라고 분명히 한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통일 문제에 관한 입장을 대단히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입장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고 거기에 따라서 많은 후속 조치를 해야 됩니다.

    ● 기자: 즉, 정주영 씨의 북한 방문은 7.7 선언에 실천을 두고 남북 교류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재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구체적으로 표출되게 한 계기였습니다.

    문익환 목사의 방북 사건과 그에 따른 일련의 강경 조치들은 7.7 선언의 구조적 취약성을 대변하는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7.7 선언에 실종을 주장하고 있고, 여기에 몇 가지 근거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7.7 선언 이전과 비교해 우리 사회의 대북한 간에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7.7 선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진보적 인사들의 비정치적 행동이 계기가 되어 대 북한 강경 입장만 강화 됐을 뿐입니다.

    둘째, 혁신적인 선언에 조응하는 사회 각 분야의 법과 제도가 대결적이고 냉전적인 상태에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법률적인 후속조치는 없었다고 볼 만큼 미진한 상태입니다.

    ● 김성남 변호사: 지금 정부의 태도는 좀 분명치 않은 것 같습니다.

    남북 교류 법안을 그대로 밀고 나가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관두고 현존 국가 보안법을 그대로 밀고 나가려고 하는 것인지,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지만 남북 교류 법안과 국가 보안법을 통합하고 대북 관계에 있어서 기본적인 태도를 분명히 설정해 주는 그런 계기가 와야 될 것 같습니다.

    ● 기자: 사정은 여타 후속 조취로 마찬가지여서 문공부는 북한 서적의 출판과 이용을 대폭 허용했으나 해금 안 된 것 까지 쏟아져 나와 보안 당국과 숨바꼭질 하고 있고, 곧 발표된다던 정부의 통일 청사진은 1년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습니다.

    괄목할만한 선언에 비해 후속조치는 너무나 빈약하다는 평이 결코 가혹하다고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7.7 선언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뒷수습할 능력도 없이 사회 각 분야에 터져 나오는 통일 열기를 선점하기 위해 지나치게 앞서간 것이 아니냐는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또 정부는 자신의 선언이 획기적인 것이었으니 만큼 그것이 모양을 갖춰가는 과도기에서 돌발적인 사건이 나타날 수 도 있음을 예견하고 그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과 괴를 같이합니다.

    7.7 선언 1년은 우리에게 특정 부분의 민주화가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화 정도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선언과 모순되는 법집행을 합리화 하는데 매달려 있어서는 안 됩니다.

    혁신적인 정치적 선언에 걸 맞는 실질적인 후속조치를 취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7.7 선언은 아직 우리 사회에 수용될 단계가 아니라고 시인하거나 태도를 분명히 해야 될 시점인 것입니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실정법과 모순을 일으키고 국민의 기대감과 욕구가 정부의 시책과 갈등하는 혼돈 상태는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MBC뉴스 최명길입니다.

    (최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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