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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빚 떠안은 청구직원들, 푼돈 거래해 종일 은행업무 마비[이진호]

회사빚 떠안은 청구직원들, 푼돈 거래해 종일 은행업무 마비[이진호]
입력 1998-06-17 | 수정 199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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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원씩 넣었다 뺐다]

    ● 앵커: 오늘 서울 강남의 한 은행에서는 이색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회사 빚을 떠안게 된 청구그룹 직원들이 각자 100원 정도의 푼돈 통장을 만든 뒤 하루종일 5원, 10원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은행 업무를 마비시켰습니다.

    그 속사정을 이진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오늘 오전 서울 강남에 있는 대구은행 삼성동 지점, 창구마다 돈을 입출금하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은행 밖에까지 길게 줄을 늘어섰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찾는 금액은 어이없게도 한결같이 4원, 6원, 15원 등 20원을 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창구로 가 10원에서 50원 정도를 입금시킵니다.

    당연히 다른 업무는 마비됐고, 은행을 찾은 다른 고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아침부터 계속 이런 일을 반복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최근 부도가 난 청구그룹 직원들, 오늘 사건은 청구가 지난 가을 직원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가 부도가 나면서 발단됐습니다.

    회사 측이 이자를 연체시키자 대구은행측이 직원 각자에게 이자 정리를 요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회사가 진 빚 때문에 자신들이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소연합니다.

    ● 청구 직원: 월급도 3개월치, 4개월 치나 밀리는 입장이고, 회사 이자 독촉장은 날아오고 그런건 없어요.

    대책이 없는 상태에요.

    ● 기자: 개인별 대출 금액은 5천만원에서 8천만원이고, 이자 부담만도 한달에 약 60에서 80만원이나 됩니다.

    은행측도 사정은 알지만 대출이 직원들 이름으로 이루어진 만큼 어쩔 수 없다면서도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은행 관계자: 가슴 아픈 일이다.

    개인 봉급생활자들이 몇 천만원씩 떠 안아야 되니까 담보도 없고…

    ● 기자: 천억원대의 개인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기업을 부도낸 부도덕한 기업주 때문에 직원과 은행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오늘 시위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진호입니다.

    (이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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