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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정정당당 코리아] 설땅없는 혼혈인[김효엽]

[정정당당 코리아] 설땅없는 혼혈인[김효엽]
입력 2003-02-14 | 수정 200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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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땅 없는 혼혈인]

    ● 앵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차별의식을 조명해 보는 기획시리즈, 오늘은 우리가 흔히 튀기라고 비하해서 부르는 혼혈인들을 취재했습니다.

    유난히 핏줄을 강조하는 이 땅에서 혼혈인들은 정말 어렵게,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효엽 기자입니다.

    ● 기자: 올해 47살인 혼혈인 고재현 씨는 얼마 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신촌거리를 걷다가 대학생들에게 뭇매를 맞았습니다.

    미국인으로 오해를 산 것입니다.

    ● 고재헌: 진짜 안 죽을 만큼 두드려 맞았어요.

    다리가 아프니까 많이 뛰지는 못하고 양놈 간다고 하니까 막 달려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주민증 꺼내서 나 한국 사람이라니까 이 새끼 튀기아냐!

    ● 기자: 외모 때문에 50살이 다 되도록 별다른 일자리도 얻지 못했다 결혼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식을 갖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 고재헌: 안 낳는 게 나요, 나 같은 놈 낳아야 또 수모 받을 텐데 이런 생각도 들어가지고.

    ● 기자: 21살 박준호 씨는 입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혼혈인은 대개 군대를 가지 않습니다.

    신체검사를 할 때 외모가 외국인에 가깝다고 판단되면 군의관이 자의적으로 면제 처분하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입대를 고집했습니다.

    ● 박준호: 굳이 제가 혼혈인이라는 것을 군대를 안 가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한테 나쁘게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 기자: 혼혈 문제는 단순한 인종차별과는 또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1차적 거부감에 혼혈인 대부분이 윤락여성과 미군의 자식들이라는 뿌리깊은 직업적 편견까지 더해지면서 이들이 겪는 설움은 2배가 됩니다.

    한때 2만 명이 넘었던 혼혈인들은 지난 82년 미국이 이민법을 개정해 그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3분의 2가 한국을 등지고 떠났습니다.

    남아 있는 혼혈인도 90% 이상이 이민을 원하고 있습니다.

    ● 제임스 리: 속된 말로 공중에 뜬 애들이에요.

    여기서도 마음 못 붙이고 저기서도 마음 못 붙이고.

    ● 기자: 한국말을 쓰고 한국국적을 가졌어도 외모 때문에 배척받는 혼혈인들.

    그들도 한국인이고 싶어 합니다.

    MBC뉴스 김효엽입니다.

    (김효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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