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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기자

[단독 기획] 눈물 쏟은 내부고발자...'자동차 브레이크 결함'의 위험한 이야기

[단독 기획] 눈물 쏟은 내부고발자...'자동차 브레이크 결함'의 위험한 이야기
입력 2018-11-19 11:09 | 수정 2019-01-22 17:49
단독 기획 눈물 쏟은 내부고발자자동차 브레이크 결함의 위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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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는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다.

    전 현대차 품질 관리 담당 김광호 부장이었다. 2016년 현대차 세타2엔진 결함과 그 은폐 사실을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고발하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신고한 내부 고발자다. 


    이번 제보 내용은 서정대학교 자동차과 박진혁 교수가 KATRI(자동차안전연구원) 재직 당시 브레이크 결함을 조사하다 윗선의 압력을 받아 조사가 중단 됐고, 결국 연구원을 쫓겨나다시피 했다는 내용이었다. 

    눈물 쏟은 박진혁 교수...


    4개월 전인 지난 7월이었다. 박 교수는 처음 만난 날 인터뷰를 하다 눈물을 흘렸다. 많은 사람을 인터뷰 했지만 대학 교수가 인터뷰 도중에 우는 모습은 처음 봐서 당황했다. 한번도 아니고 2~3번 울컥해서 인터뷰가 중간 중간 중단 됐다. KATRI 재직 당시 아주 외롭고 힘들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브레이크 결함을 인지했고, 이를 밝히기 위해 열정을 다 했지만 결국 못 했다고 했다. 내부 압력 때문이었다고 했다. 박 교수 말에 따르면 KATRI 내에서 제작 결함 조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조작과 은폐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고 했다. 윗 사람이 못하게 하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담당 업무가 석연치 않게 바뀌기도 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왕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분위기에서 혼자 결함을 밝혀 내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는 2015년 KATRI를 떠났다. 브레이크 결함 조사는 결국 마무리 짓지 못 했다. KATRI를 떠난 이후에도 브레이크 결함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결론 내지 못한 찜찜함도 있었겠지만, 신경을 끊기엔 너무나 심각한 결함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알리기 위해 몇 년간 기회를 봤다고 했다. 그게 지금이다. 

    "콘티넨탈  ABS 모듈이 문제다"


    박 교수에게 들은 브레이크 결함 실태는 심각했다. 결함 차량이 한 두 차종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품의 문제라고 했다. 독일의 콘티넨탈이 만든 ABS 모듈이라는 부품 불량이고 이 때문에 수많은 차종이 심각한 브레이크 결함을 겪고 있다고 했다. 국산차고 수입차고 이 부품이 장착된 차가 수백만 대라고 했다. 전세계적으로는 수천만 대, 어쩌면 1억 대가 넘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취재가 쉽지 않았다.


    취재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같은 결함 증상을 보이더라도 원인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미작동, 스폰지 현상(브레이크를 밟으면 바닥까지 훅~ 꺼지는 현상), 브레이크 밀림이 있다고 해서 다 ABS 모듈 불량은 아니다. 불량 차량을 찾아서 일일이 결함 원인을 분석해야 했다. 결함을 부인하고 있는 제작사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래서 더더욱 원인 분석에 시간을 많이 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함 차량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함 의심 차종이 워낙 많기도 하거니와, 제보 받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동차 동호회에 브레이크 결함 제보를 받는다는 글을 올렸지만, 글이 삭제되기도 했고, BMW 화재를 덮기 위해 특정 업체 죽이기에 나선 ‘기레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

    실제 이 결함으로 사고 나도 모른다.


    운전자들이 생각보다 결함을 잘 인지하지 못 하기도 했다. 대부분 브레이크 밀림을 느끼지 못 했고, ‘스폰지 현상’이 의심 돼서 서비스센터에 가면 대부분 정상이라고 했다. 그런가보다 하면서 살거나, 불편해도 차에 적응하거나, 아님 포기하고 타고 다녔다. 특히, 차선 이탈 증상에 대해선 단 한 명도 알지 못 했다. 고속으로 주행하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차선을 넘어간다. 매우 심각한 결함인데도 이를 아는 운전자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전혀 모르고 살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사고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 사고가 난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 운전자들조차 억울하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제작사는 하나 같이 결함이 아니라고 했고, 운전자는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대부분 운전자 과실로 처리될 뿐이다. 

    실제 사고는 끔찍하다



    <11월 12일 뉴스데스크 밟아도 밟아도 "안 멈춰 어떡해"…아찔한 브레이크(공윤선 기자) 바로가기>

    브레이크 결함의 증상과 원인 등을 보기 쉽게 정리해봤다.

    1. 이런 증상이면 의심해야...


    브레이크 미작동

    밀림

    스폰지 현상(브레이크 밟으면 쑥~ 들어가는 현상)

    급제동시 차선 이탈, 쏠림

    ABS 경고등


    콘티넨탈의 ABS 모듈(아연 도금 사양)이 장착된 차량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현상들이다. ABS 경고등이 뜨면 무조건 서비스센터에 가야한다. ABS 경고등이 떴는데 운전자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나중에 사고가 나더라도 운전자 과실로 몰아간다.


    2. 16개 브랜드, 53개 차종...내 차는?


    <제작사가 밝힌 아연 도금 사양 ABS 모듈 사용 시기>   


    * 르노삼성 :

                - SM3: 2009년 7월~ 현재

                - SM5: 2010년 1월~현재

                - SM7: 2011년 8월~ 현재


    * 한국GM :

                - 윈스톰2.0디젤 / 윈스톰맥스2.0디젤

                   ( 2006년 4월 11일~2009년 11월 6일 생산분 )

                - 마티즈

                   ( 2006년 5월 30일~2008년 12월 6일 생산분 )

                - 젠트라

                   ( 2007년 8월 10일~2010년 4월 26일 생산분 )

                - 라세티

                   ( 2006년 7월 3일~2008년 6월 30일 생산분 )

                - 토스카

                   ( 2007년 11월 7일~2009년 11월 6일 생산분 )


            하지만 한국GM이 밝힌 시기 이후에도 같은 결함 증상이 나오는 중.

            이후에도 같은 ABS 모듈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 가능.

            한국GM은 ABS 모듈(아연도금 사양)을 ABS(블랙옥사이드)로 변경했다고 밝힘.

            하지만, 변경 시기는 공개 불가.

            (KATRI 내부 자료 보면 차종별로 2013년~2014년 쯤으로 추정하나 확실치 않음)


    * 현대차 :  2012년 3월 이전 모델 (이후엔 ABS 모듈 표면 처리(아연) 사양 변경)


    * 폭스바겐 : 모델, 연식 확인 못 했다


    * 벤츠/ 볼보 : 무응답


    3.  브레이크 결함 원인은?


    ABS 모듈 밸브 부식 -> 제동력 감소, 차선 이탈  


    < SM3차량 ABS 모듈 밸브 부식 사진 >


    콘티넨탈의 ABS 모듈 밸브는 아연으로 도금돼 있다. 이 아연 도금이 벗겨지면서 밸브가 부식되는 것이다. 아연 도금은 철로 된 밸브가 부식되지 않게 입혀놓은 건데 이게 벗겨지니까 당연히 부식되는 것. 아연 도금은 열과 습도에 약한데 ABS 모듈은 온도가 120도 이상 올라간다. 아연 도금이 벗겨지기 쉬운 환경이다. 그래서 다른 주요 ABS 모듈 제조 회사들은 아연 도금을 쓰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거다. 


    밸브가 부식되면 왜 작동 안 되나?


    ABS 모듈 밸브는 1분에 2~30회 씩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ABS 모듈 밸브가 닫히면 제동 되고, 밸브가 열리면 제동이 안 되는 구조다. 그런데 밸브가 부식 되면 마찰 때문에 잘 못 움직인다. 스폰지 현상과 밀림 현상이 바로 이 때문이다.

    오른쪽 앞바퀴 담당 밸브 ‘정상’, 왼쪽 앞바퀴 담당 밸브 ‘부식’인 경우 차가 오른쪽으로 꺾인다. 오른쪽 앞바퀴만 제동이 되기 때문이다.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선 이탈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11월 12일 ND “ABS 모듈 때문” 뜯어보니 온통 '부식' (최훈 기자) 바로가기>


    4. 제네시스, 윈스톰 리콜도 엉터리였다

    .


    결함 원인은 ABS 모듈인데, 실제론 90% 이상 ‘브레이크오일’을 리콜했다.

    리콜 받은 차량에서도 같은 증상 재발하고 있다. 리콜이 엉터리란 증거다.



    KATRI가 전문가에게 맡긴 연구용역 보고서도 “브레이크 결함 원인은 ABS 모듈 부식이고, 브레이크오일 교체는 증상을 지연시킬 순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KATRI가 열었던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도 마찬가지고, 도금업체와의 회의 결과도 같다. KATRI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한국GM은 여전히 브레이크오일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연구용역 중간 보고서> 아연 도금한 NC 밸브와 밀림현상 사이의 관계 (2014.5, OOO교수) 바로가기


    현대차는 “리콜 이후 증상이 재발하면 ABS 모듈을 무상수리해준다”고 밝혔다. 꼼수다. 사고가 나고 나서 무상수리하는 것과 사전에 미리 리콜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법적인 차이도 크다. 무상수리의 경우 은폐 사실이 드러나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


    <11월 13일 뉴스데스크 기존 리콜도 엉터리…"사망사고 가능성 알고 있었다" (최훈 기자) 바로가기>

    5. 박 교수 "KATRI, 알고도 리콜 안 했다"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 사실을 숨기면 소비자가 믿을 곳은 KATRI뿐이다. KARI(자동차안전연구원)는 도로교통공단 산하 기관으로, 자동차 제작 결함을 조사하고 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이런 KATRI가 결함 사실을 조작, 은폐한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KATRI는 결함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다양한 정황 증거가 있다. 알면서도 리콜하지 않았다. 당시 KATRI 책임 연구원이었던 서정대 박진혁 교수는 연구원 내에서 조사를 방해하는 압력이 있었고, 보고서가 사실상 조작됐고, 결함 사실이 은폐됐다고 폭로했다.



    <11월 14일 뉴스데스크 "결함 조사 보고서 조작·은폐"…국토부 감사(공윤선 기자) 바로가기>

    6. 운전하다 브레이크 안 들으면?


    이번 취재 내용이 방송된 뒤 “BMW 화재는 피하기라도 할 수 있지. 브레이크 결함이 훨씬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문가들도 고속으로 주행하다 브레이크가 작동 안 되면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결함 조사가 잘 돼야 하는 이유다.


    벽면, 가드레일 비스듬히 들이받기 ==> 쉽지 않다. 자칫 잘못 하면 전복, 큰 사고.

    사이드 브레이크 ==> 풋 브레이크 보다 제동력 현저히 떨어져, 잘못 하면 차체 틀어져

    안전한 곳에 충돌 ==> 충돌할 곳이 있으면 다행이나 없으면 피할 방법이 없다. 


    7. 증상 있으면 '자동차리콜센터'에 신고해야

    //www.car.go.kr/



    결함 증상으로 사고가 났거나 불편을 겪고 있는 운전자라면 자동차리콜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해야 KATRI가 조사할 수 있다. 신고 차량이 없으면 KATRI는 조사조차 할 수 없다. 결함 증상을 확인하지 못 했다고 결론 낼 수도 있다. 자동차 동호회를 뒤져서 운전자를 찾아낼 수 있지만, 보통 이렇게까지 조사하진 않는다.


    8. NHTSA(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신고 방법


    https://www-odi.nhtsa.dot.gov/VehicleComplaint/


    이곳으로 접속하면 간단하게 신고할 수 있다. 영어를 몰라도 크롬 등으로 접속하면 자동 번역이 가능하다. 신고 내용도 우리말로 쓰고 영어로 번역해서 올리면 된다. 제작사와 KATRI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게 NHTSA에 신고하는 것이다. NHTSA 조사 결과 결함을 알고도 리콜하지 않으면 과징금이 무섭게 나오기 때문이다.

    9. 국토부가 제작 결함 조사 지시 내렸지만…


    국토부는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결함을 전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제작 결함 조사’를 하겠다니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의심스럽다.

    보도 자료 내용을 자세히 보면 결함 조사 의지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MBC 보도에 대해 자동차 안전 연구원에 16개 제작사 53개 차종에 대한 전면적인 제작 결함 조사를 지시,  아연 도금된 ABS 모듈(독일 콘티넨탈사)과 동 모듈에 부식을 유발하는 저알칼리 농도의 브레이크 오일액의 장착.사용 여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토록 할 계획이다.”


    쉽게 말해 결함 원인이 <브레이크오일>이란 뜻이다. 국토부는 조사도 하기 전에 결함 원인을 브레이크오일이라 단정했다. 자동차 제작사와 KATRI(자동차안전연구원)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ABS 모듈은 1백만 원이 넘고, 브레이크오일은 몇만 원에 불과하다. 비싼 ABS 모듈 대신 <브레이크오일>만 교체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국토부와 KATRI의 조사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자동차리콜센터와 NHTSA 신고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MBC 탐사기획팀 최훈, 공윤선 기자

    tams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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