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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OO'이라는 낯익은 이름

백승우 기자 기사입력 2018-10-17 15:42 최종수정 2018-10-17 18:17
국회의원 연구비


실마리는 ‘김OO’라는 이름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20대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2년 동안 사용한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증빙 자료는 4만장 분량이다. 그 서류 더미 속에서 ‘김OO’라는 낯익은 여대생의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

카멜레온 여대생, 전공은?

강석진 의원실은 지난 2016년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을 위한 현안 대책 제언>이라는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주요 내용은 원격의료체계, 의약품 온라인 거래, 장애등급제, 국가 재난응급의료, 의료기기정보센터, 불법 사무장 병원 등 보건의료 현안을 총망라한다. 이 광범위한 주제의 보고서는 누가 썼을까? ‘김OO’라는 이름의 대학생이다.


‘김OO’는 강석진 의원실이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다른 지출증빙자료에서도 등장한다. 강석진 의원실은 같은 해 7월 농정예산의 구조와 정책 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준비하면서 ‘김OO’라는 대학 3학년생에게 사례금 25만원을 지급한다. “간담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국내외 농업 관련 도서를 통해 국내 농업환경에 대한 현황 파악 및 개선 방향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름은 똑같지만 전공은 다르다. 연구보고서를 쓴 ‘김OO’는 보건정책 전공, 사례금을 받은 ‘김OO’의 전공은 도시계획부동산학이다.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연구비는 알바생 월급?

수소문 끝에 2016년 당시 3학년생이던 ‘김OO’을 찾았다. 김 씨는 “국회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서 강석진 의원실에 메일을 보냈는데, 연락이 와서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름 방학 7월, 8월 두 달 동안 개강 즈음까지 일했다”고 했다. 김 씨는 그러면서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을 위한 현안 대책 제언>은 자신이 쓴 게 “맞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신문기사 보면서 썼다”는 게 김 씨 설명이었다. 의원실에서 일한 알바생이 웹서핑으로 쓴 보고서였다.


김 씨는 그렇게 두 달 동안 일하고, 연구비 2백만 원에 사례금 두 차례 50만 원을 더해 모두 250만 원을 받았다. 김 씨의 전공은 ‘도시계획부동산학’이었다. 알바생 전공이 연구 주제에 맞춰 둔갑된 것이다.

‘형·아내’ 가족이 쓴 보고서

수상한 보고서는 또 있었다. 2016년 9월, 10월, 11월, 12월, 매달 2백만 원 가량 연구비가 월급처럼 지급됐다. 한 제약회사 직원은 <보건복지부 주요 현안에 대한 분석 및 정책 제언>이라는 동일한 제목의 보고서 2건을 한 달에 한 건씩 잇달아 쓰고 국회예산 450만원을 받았다. 곧바로 한 연구소 연구원도 <의료산업 발전 방안을 위한 정책 제언>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한 정책 제언> 등 보고서 2건을 한 달에 한 건씩 쓰고 400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누굴까? 연구원이 일하는 곳은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곳이었다. ‘의료산업’, ‘먹거리 안전’ 등 연구 주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제약회사 직원은 입사 5년차 주임이었다. 제약회사 주임이 저출산 대책 등 보건복지부 주요 현안을 다룬 보고서를 썼다는 말에 동료들도 의아해했다. 이 직원은 건강기능식품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부서에 있으면서 비타민, 무기질 등을 상품화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강석진 의원실 일을 돕던 전직 비서의 아내와 형으로 드러났다. 20대 국회 들어 낙선한 의원실에 있던 비서가 강석진 의원실에서 무급으로 일하면서 이같은 정책 연구를 발주했다는 것이다. 이 비서는 “형도 넉넉하지 않으니까, 박사라고 해도 월급을 200만 원 못 받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 850만 원이 의원실측 가족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취재 : 백승우 기자
취재보조 : 김유나, 백수연, 상예림
웹퍼블리싱 : 김정훈, 박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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