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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여객선? 방송과 농산물?

백승우 기자 기사입력 2018-10-17 15:48 최종수정 2018-10-17 18:16
국회의원 연구비

방송과 여객선, 연관성이 뭘까?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방송과 농산물, 아귀가 딱 맞지 않는다. 방송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유 모 씨는 2017년 황주홍 의원실과 계약해 <연안여객선 공영제 보고서>와 <농산물 이력추적관리제도 정책 제언>을 쓰고 각각 300만 원, 모두 600만 원의 국회예산을 받았다. 유 씨는 어떻게 해서 이 연구를 하게 됐을까?

“보고서 쓴 적도, 본 적도 없다”

유 씨는 “그 쪽 전공이 아니”라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실의 보좌관이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준 것밖에 없다”고도 했다. 대뜸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길래 하라는 대로 했다”는 말도 했다. “도와준 것밖에 없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하며 말을 빙빙 돌렸다.

유 씨는 결국 자신이 보고서를 쓴 적도, 본 적도 없다고 털어놨다. 자신은 보고서를 읽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자신이 쓴 적도 없으니 글을 쓴 파일도 없다고 말했다.

가짜 연구에 1,200만원

그렇다면 연구비 600만 원은 누가 받았을까? 유 씨는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국회예산 600만 원을 인출해 다시 황주홍 의원실 보좌관에게 줬다고 말했다. 통장 이름만 빌려준 것이다. 오래 전 국회에서 비서로 일할 때 만나 쌓은 친분이 있어 부정한 요청을 강하게 거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씨와 비슷한 시기에 황주홍 의원실의 연구용역을 맡은 또 다른 유 씨가 있다. 또 다른 유 씨는 해양수산부와 농식품부 등 정부부처의 성과관리체계를 연구하는 보고서 2건을 맡아 모두 600만 원의 국회예산을 받았다. 또 다른 유 씨도 “보고서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 요즘 말로 “1도 모른다”고 했다. 유 씨는 그러면서 똑같은 보좌관 이름을 댔다. “황주홍 의원실 보좌관이 자료를 찾아봐달라고 하면, 도움을 줬다”면서 600만 원은 자료 찾는 심부름값으로 알고 자신이 받아서 썼다고 말했다. 가짜 연구자가 만든 가짜 보고서 4건에 국회예산 1,200만원이 들어간 것이다. 그 보좌관은 지난달 세상은 떠났다. 연구비 1,200만 원의 행방을 찾을 반쪽 열쇠가 사라졌다.

가짜 보고서에 표절까지

황주홍 의원실이 2016년 9월 발주한 정책연구 <밭농업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은 인용과 출처 표시 없이 다른 보고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농업보조사업 평가>(2015년)와 농촌경제연구원의 <시장개방 확대에 대응한 밭농업 경쟁력 제고 방안 연구>(2016년)를 짜깁기 한 것이다. 연구를 맡은 최 모 씨는 밭농업과 무관한 의생명 전공자였다.

“부적절 확인되면 전액 반납”

황주홍 의원은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 “부적절하게 사용된 내역이 확인되면 해당 예산을 전액 국회사무처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황 의원은 또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 및 정책개발비’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받은 경우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징수한다”는 것이다.

법 개정도 필요하겠지만, ‘입법 및 정책개발비’ 사용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진단을 해야 처방이 나온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취재 : 백승우 기자
취재보조 : 김유나, 백수연, 상예림
웹퍼블리싱 : 김정훈, 박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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