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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하나 찍고 이름만 '슬쩍'

백승우 기자 기사입력 2018-10-18 11:18 최종수정 2018-10-18 11:20
국회의원 연구비


사전부터 찾아야 했다. 백재현 의원실 보좌관은 포럼의 뜻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집단 토의의 방식, 두 명이 대화를 하다 문제점을 발견해내고 문제에 대해서 견해의 일치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라며 포럼의 뜻풀이를 했다. “단체가 아니라 모임”이라는 것이다. 정체불명의 단체에 연구비를 몰아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포럼’, ‘포럼’


백재현 의원실 주변에는 포럼이 많다. 백재현 의원실은 20대 국회 들어 2016년과 2017년 모두 5건의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이 가운데 3건은 각각 서로 다른 포럼의 연구원 2명이 맡았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이 연구원 2명이 맡은 연구용역 숫자는 취재를 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백재현 의원은 지난 6년 동안 한국경영기술포럼이라는 단체에 연구용역 8건을 맡기고 정책개발비 4,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단체는 사업자 등록도, 법인 등록도 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단체였다. 연구용역 보고서는 다른 보고서를 통째로 표절했다. 이 포럼이 백 의원실에 제출한 연구용역 가운데  2건은 100% 표절이었다. 표지만 갈아끼운 것이다.


<구일역 광명측 출입구개선 타당성조사 연구>(2014년)는 1년 전에 나온 광명시 보고서를 그대로 베꼈고, <학림지구 광역교통 효율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2012년)도 표절이었다.

이 단체의 책임연구자인 고 모 씨의 연구주제는 광범위했다. ‘건설업’도 연구했다가 ‘위기의 여성’도 연구했다. 고 씨는 지난 총선 당시 백재현 의원 부인의 일정을 짜며 백 의원의 선거 운동을 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재현 의원실은 “고 씨가 원래 건설업에 종사하다 상담 공부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 씨가 선거 때 도와준 적이 있다”면서 “이 사람이 우리 보고 취업시켜주란 소리도 많이 했는데 우리가 취업도 못 시켜준다, 그러면 아르바이트를, 이런 미션을 해 달라고 부탁드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점 하나 찍고 이름만 ‘슬쩍’


백 의원은 또 다른 정체불명 단체인 한국조세선진화포럼에도 5건의 정책연구를 맡기고 1,5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단체 보고서에는 명의 도용이 확인됐다. 다른 사람의 논문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식이다. 이 단체가 작성한 <2011 금융세제 개선방안>(2010년)은 한국세무학회 등이 주관한 추계학술발표대회 자료였고, <국제회계기준(K-IFRS)도입에 따른 법인세법 개정방안>(2010년)도 백재현 의원실과 한국세무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표지만 바꿨다.


이 단체의 책임연구자인 이 모 씨는 오 모 회계사가 쓴 논문에 공동 저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OO*오□□’ 식으로 논문 저자 이름 앞에 점 하나 찍고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논문의 진짜 주인인 오 회계사는 이 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백 의원실은 이 씨에 대해 “세무학회 때 만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이 씨의 전공 등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씨의 연락처도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비 500만 원은 어디로?


백재현 의원실은 연구비를 지급한 뒤 돌려받은 의혹도 있다. 백 의원은 지난 2017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식 조사 및 기능전환을 위한 방안>이라는 연구 용역을 채 모 씨와 500만원에 계약한다. 채 씨는 백 의원실에 있던 대학생 입법보조원이었다. 정작 채 씨는 본인이 연구보고서를 쓰지도 않았고 연구비도 자신이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재현 의원실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내부 고발 내용이라 실제 연구자가 신원 노출을 꺼려 채 씨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뒤 연구자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연구자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채 씨도 연구비를 인출해 의원실 보좌관에게 줬는지 경리에게 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취재 : 백승우 기자
취재보조 : 김유나, 백수연, 상예림
웹퍼블리싱 : 김정훈, 박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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