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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김연아를 위한 우리의 '마지막 선물'

김연아 선수의 현역 마지막 프로그램이 공개됐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그 모습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많은 국내 팬들이 크로아티아까지 직접 날아오기도 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림픽 2연패 가능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중계방송이나 뉴스 보도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아시리라 생각하고요. 2580 취재팀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 이외에 김연아 선수의 속마음도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연아 선수에게 질문을 던졌고 조금은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이번 대회에 엄청난 긴장감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올림픽에 가지고 나갈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부상 복귀전이었던 만큼 실전에서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부담이었겠죠. 겉으로 보기엔 강해 보여도 연아 선수 역시 같은 사람이니까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쟤는 실전에 강한 애니까.. 뭐 이번에도 잘 하겠지'라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참다참다 가끔씩 힘들다는 말을 하면 '너답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해서 정말 외로웠다고 했습니다. "저도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런 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이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미안하게 들리던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궁금해서 10년 뒤 모습에 대해 질문했더니 "뭐가 돼 있을진 모르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관심받고 있겠죠..." 이 대답은 자신을 향한 엄청난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병원에서 그러더라고요. 여자 나이가 18살이 넘으면 확 늙는다고... 아무리 운동을 해도 체력이 잘 안 올라오고 회복에 필요한 시간도 길어져서 진짜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정말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던 김연아 선수의 입에서 '늙었다'라는 얘기가 나왔을 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평범한 24살이라면 나오지 않았을 얘기... 하지만 17년 동안 피겨 선수로 살아온 연아 선수에게 24살은 그런 나이였습니다.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준 만큼 이 어린 선수의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 걸 생각하니 안쓰러움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털어놓으면서도 김연아 선수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잃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담담했고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올해 초 세계선수권 우승 직후, 김연아 선수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피겨 선수와 스타로 살아오면서 잃은 것도 많고 못 하게 된 것도 많지만 저는 제가 행복한 스케이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고민 하나쯤은 안고 사는 거잖아요."

제가 김연아 선수를 가까이서 취재하기 시작했던 때가 2007년으로 기억됩니다. 국내에 제대로 된 훈련환경이 없던 탓에 어쩔 수 없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외로운 외국생활을 시작했던, 당시 '무한도전'과 '빵'을 좋아했던 18살 소녀는 6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가 됐습니다. 세계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참가한 모든 국제대회의 시상대에 올랐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올해 초엔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으로 올림픽출전권 3장을 따내면서, 김해진과 박소연 등 유망주 2명에게도 올림픽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척박한 국내 피겨환경을 생각하면 정말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일궈낸 온 엄청난 업적과 달리 김연아 선수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겸손함과 털털함도 그대로. 매일매일 훈련하는 것도 그대로. 크로아티아 언론들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기를 보면 운동선수가 아니라 록스타같다...' 여기에 김연아 선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로서의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 제가 흔들리게 되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인기는 운동하는 데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재능도 있지만 재능이 없는 선수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 김연아 선수를 이렇게 평가한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 선수를 보면 현역 생활을 그만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기술적인 면이나 모든 면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세계최고의 실력을 지녔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런 느낌보다는 김연아 선수를 떠나보내기가 너무 아쉽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자그레브에서 김연아 선수의 갈라프로그램 'imagine'이 울려 퍼질 때... 링크 안엔 묘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모두의 가슴이 먹먹해지는 게 마치 현역 피겨선수 '김연아'와의 이별여행이 시작된 느낌이랄까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소치올림픽을 위한 마지막 실전 리허설로 김연아 선수는 다음 달 국내 종합선수권대회를 선택했습니다. 당연히 지금도 매일매일 묵묵히 태릉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요. 그렇다면 지금 김연아 선수에게 필요한 건 뭘까요. 여러분은 지난 크로아티아 대회를 보고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끼셨나요? 올림픽 2연패도 물론 중요할 겁니다. 지난 시간 열심히 노력한 만큼 현역생활의 피날레를 금메달로 장식하는 것도 소중한 목표니까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점프 하나, 점수 몇 점이 아닐 겁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에게 벅찬 감동과 기쁨을 선사했던 피겨여왕이 마지막 무대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나친 기대나 부담보다는 조용히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일, 아마도 이게 은퇴를 앞두고 있는 김연아 선수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일 겁니다.

민병호 기자 / 201312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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