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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F/스페셜] 정자와 난자를 인터넷으로 시키면 ○○원에 낳아드려요

[14F/스페셜] 정자와 난자를 인터넷으로 시키면 ○○원에 낳아드려요
입력 2019-01-24 17:28 | 수정 2019-01-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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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갖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신용카드 한 장과 인터넷 클릭 몇 번이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고객이 유전자를 선택하고 돈을 내면, 온라인으로 구입한 정자와 난자는 수정되어

    인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됩니다. 필요한 것은 신용카드뿐입니다.’

    200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구글 베이비'의 내용인데요.

    마치 디스토피아 영화 같지만 오늘날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제목이자 논란이 되고 있는 ‘구글 베이비’란 3대륙에 걸친 아기 생산 방식을 뜻합니다.

    감이 안 오신다고요? 쉽게 말해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를 일컫는 말인데요.

    주문자가 구글과 같은 온라인을 통해 의뢰를 하면,

    자신이 고른 정자와 난자를 보유한 나라에서 체외수정을 한 뒤,

    이 수정란이 개도국 여성에게 전달 돼 착상되는 거죠.

    그리고 10개월을 기다리면 원하는 머리카락 색과 피부색을 가진 아이를 받아볼 수 있어요.

    한 생명이 탄생하는 건데, 이 과정이 마치 인터넷 쇼핑과 다를 바 없죠.

    그런데 왜 개도국 여성일까요? 미국인 대리모를 고용하는데 아파트 한 채 값을 지불해야한다면,

    개도국 대리모는 그 절반 이하 값에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절실한 사람에게는 대리모가 마지막 방법일수도 있어요.

    실제로 일부 대리모들은 자신이 다른 여성을 돕는다고 표현합니다.

    비용도 지불하는데다,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장기 매매가 불법인 것처럼, 장기 임대도 불법이라고 말합니다.

    말 그대로 자궁을 임대하는 것이니까요.

    연간 5천 억 규모의 대리모 시장을 자랑하던 인도는 지난해 12월,

    상업적 대리모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대리모가 아이를 낳는 도중 숨져도 병원이나 의뢰 부부가 보상하지 않거나

    계약과 달리 대리모가 출산한 아이를 입양하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대리 출산을 위해 여성을 인신매매하는 범죄 예방 목적도 있고요.

    하지만 대리모를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에서도 암묵적인 시장은 형성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네팔이 있습니다.

    그런데 네팔에서는 대리모 출산으로 적발된 신생아들을 고아원에 위탁합니다.

    어른들의 ‘베이비 비즈니스’에 죄 없는 아이들만 고통 받는 거죠.

    대리모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아이를

    친자로 허용해달라는 소송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모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은 출산이며 대리모제도는 여성을

    출산에만 이용하는 존재로 전락시킬 수 있다’라는 판결을 내렸어요.

    마이클 샌델은 저서 '정의는 무엇인가'를 통해 질문 합니다.

    대리모 이슈를 빗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을 묻는데요.

    이제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있다고 해도,

    사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습니다.


    [구성: 하성영, 촬영: 정인혜, 편집: 김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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