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문화연예
기자이미지 뉴미디어뉴스국

[엠빅인터뷰] 다니엘이 말하는, 독일 맥주와 한국 맥주

[엠빅인터뷰] 다니엘이 말하는, 독일 맥주와 한국 맥주
입력 2016-01-14 18:54 | 수정 2016-01-15 01:12
재생목록
    다니엘 린데만은 최근 한국 맥주 TV광고에 출연했다. 한 맥주 애호가가 그런 말을 던졌다. “아무리 광고라지만, 맥주 강국 독일 사람이 ‘한국 맥주 맛있어요’라고 말하면 작위적이지 않을까? 정말 맛있었을까?”
    그러게. 궁금했다. 다니엘은 “일장일단이 있다”는 진지하고 중립적인 답을 반복했다. 다니엘 린데만(Daniel Lindemann)

    방송인. 1985년 독일 랑엔펠트 출생. 독일 본 대학에서 동아시아 학을 공부하고 2008년부터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국내 방송사에서 다양한 출연 활동을 해오고 있다. 파이프 오르간과 피아노 연주가 수준급이다. 독일인으로서, 자국 문화와 과거사에 대해 솔직한 발언을 계속 쏟아내 화제가 됐다. 다니엘은 독일인이다. 그러나 맥주와 축구, 자동차를 광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모든 한국인이 막걸리와 김치, 사물놀이를 사랑하진 않는다고 그는 반문한다.) 그는 “로또에 당첨되면 사고 싶은 ‘드림 카’가 있는데 그 차는 독일이 아닌 경기도 일산 모터쇼에서 발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니엘은 2008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본격적으로 술을 배웠다. 동료 한국 학생들 덕분이었다. 가끔 고향에 돌아갈 때 유럽 맥주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이후 꼼꼼하게 ‘술 공부’를 해왔다.

    Q. 맥주하면 역시 독일 맥주인가?

    A. 독일 맥주가 맛있긴 하다.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4000가지가 넘는다. 마을마다 고유의 맥주가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쾰른 사람들은 베를린 맥주보다 자기네 맥주가 더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한국 맥주도 좋아한다. 한국 맥주의 장점은 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주와 같이 먹기 좋다. 독일 맥주는 더 진하고 더 독하기 때문에 안주까지 같이 먹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그는 여기서 뜸을 들였다) 어느 나라 맥주가 일방적으로 더 맛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마시는 문화가 좀 다를 뿐이다. 절반쯤 농담이지만, 나는 심지어 벨기에 맥주도 맛있다고 생각한다.

    Q. 한국 맥주는 어떤가? 솔직히.
    A. 독일 친구들이 ‘한국 맥주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내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한국 맥주 맛없다. 독하지도 않고, 물 같다.”고. 그러면 독일 사람은 한국에 대한 또 다른 선입견을 갖게 되고, 듣는 한국 사람들 기분도 좋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맥주문화는 중세시대부터 쭉 발전해왔다. 추운 겨울에 살쪄야 하니까 칼로리 높은 맥주를 마시는 문화도 생겼다. 그리고 독일에는 안주 문화가 없었다. 반면 한국은 소주와 막걸리 같은 술을 더 선호하는 문화였고, 맥주 문화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많지 않을까?

    Q. 결국 한국 맥주는 가볍다는 뜻 아닌가.
    A. 한국 사람들이 자기 맥주에 대한 자부심을 좀 더 가지면 좋겠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맥주가 덜 독하지만, 우선 자기 나라 것이고, 사실 안주하고 한국 맥주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치맥(치킨과 맥주)도 참 재미있는 문화다. 독일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

    다니엘 린데만은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를 구사한다. 이탈리아어와 일본어까지 활용할 줄 안다. 외국어를 배울 때 그는 이미지를 항상 떠올린다고 했다. '꽂힌 표현'이 하나 생기면 지겨울 때까지 써 먹었다고 했다. 한국어의 세계에 갓 입문했을 때 특히 심했다. “한국말 잘 한다”고 칭찬하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입에 발린 소리 하시네"라고 웃으며 화답했다고 한다.

    Q. 그래. 한국어는 어떻게 독파했나.

    A. 예를 들면 나뭇가지라는 단어가 있다고 하자. ‘나뭇가지’의 ‘뭇’에는 사이시옷이 있다. 사이시옷은 외국인한테 아주 어려운 관문이다. 어떻게 외울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했다. 한국어 책을 들고 산에 올라갔다. ‘나뭇가지’, ‘나뭇가지’를 되뇌며 걸어가다가 진짜 나무가 보이면, 그 나무를 만지면서 말했다. “아휴, 너는 받침에 시옷이 있지? 고생이 많다.” 누가 보면 미친 외국인이라고 했을 것이다.

    Q. 한국에 살면서 “이건 좀 아니다” 싶었던 건?
    A. 독일 사람들처럼 무조건 질서를 강조하는 건 오히려 좋지 않은 것 같다. 재미없다. 하지만 한국에 살면서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하나 있다. 구급차가 달려올 때 차선을 비켜주는 요령을 자동차 운전 면허학원에서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면 좋겠다. 독일에서는 면허시험장에서 굉장히 까다롭게 교육한다. 차선이 2개만 있을 경우, 차선이 3개 있을 경우를 다 구분해서 섬세하게 알려준다.
    한국사람 개개인의 교양 수준이 낮거나 못돼서가 아니다. 학원에서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 아닐까? 내 인생의 5초가, 구급차 속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5초가 되지 않을까?

    Q. 독일 대학은 등록금이 없다. 한국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교육 문제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있는 현실만큼은 무조건 바꿔야 한다. 사람이 입시로 스트레스 받고, 취업으로 스트레스 받고 자살하는 상황,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한국과 독일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독일에서는 대학이 지식의 기반으로 작동해왔고, 한국에서는 취업 준비 기관의 역할을 해왔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차이점은 한국이 짧은 시간에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교육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 독일의 경우, 교육은 개인의 형편과 상관없이 달성할 수 있는 목적이자 기본 인권이다.

    그는 ‘국가 비교’같은 걸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독일인이나 한국인이 아닌, 글로벌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고도 했다. “어디가든 현지인과 소통할 줄 알고, 겸손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또 남들이 (독일인은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자신을 놀려도 발끈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유머 감각’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다니엘은 택시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도로변에 정차한 빈 택시의 행렬을 바라보더니 8대를 그냥 지나쳤다. 100미터 정도 더 걸어갔다. 그는 맨 앞에 있는 택시를 잡아 탔다.

    취재. 글 : 장준성
    촬영. 편집 : 양혁준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