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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빅뉴스] 천사 할매가 돌아왔다

[엠빅뉴스] 천사 할매가 돌아왔다
입력 2016-04-28 19:16 | 수정 2016-04-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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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편지를 보는 당신에게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같이 지내면서 우리의 부족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대해 용서를 빕니다.”

    11년 전 이렇게 쓰인 단 한 장의 편지만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난 그녀, 마르안느 수녀.

    소록도의 엄마, 천사 수녀, 천사 할매.

    환자들이 마리안느 수녀를 부르는 이름은 다양합니다.

    그녀가 한국에 처음 온 건 1962년, 그녀의 나이 27살 때였습니다.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으로 의료진조차 접근하길 꺼려했던 그때, 그녀는 친구 마가렛 수녀를 따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소록도를 찾아왔습니다.

    "병원 직원들도 마스크와 장갑 방역복을 착용했는데 수녀님들은 흰 가운만 걸치고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셨죠."

    "매일 병실을 돌며 짓물러 달라붙은 환자의 손과 발가락을 맨손으로 떼어 소독해주셨습니다."(함께 생활한 병원 관계자와 환자들의 증언)

    43년,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그녀가 소록도에서 봉사한 시간입니다.

    그렇게 헌신적인 간호를 하던 마르안느 수녀는 정작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대장암 판정에 세 차례의 큰 수술을 받은 그녀는 결국 2005년, 한 장의 편지만을 남긴 채 마가렛 수녀와 함께 홀연히 떠났습니다.

    "몸이 아파서 마가렛과 함께 떠났어요. 저희에게도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나이도 70이 넘고 아픈 몸이 다른 분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 조용히 떠났어요. 여기서 죽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죠."(마르안느 수녀의 인터뷰 中)

    그렇게 영영 떠난 줄 알았던 그녀는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11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름다운 섬, 제가 사랑하는 섬, 여기 다시 오게 돼서 정말 기뻤습니다."

    고국인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마을에서 빈곤층 수준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녀는 한국 쪽에서 제안하는 노후 보장과 금전 지원은 극구 사양하고 있습니다.

    소록도에서 보낸 시간 동안 가장 행복했던 건 자기 자신이라면서요.

    [구성 : 곽승규, 편집 : 최대우, 일러스트 : 백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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