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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빅블로그] 이제는 답해야 할 때입니다

곽승규 기자 기사입력 2017-08-11 10:48 최종수정 2017-08-14 11:02
이명박 전 대통령 국정원 댓글부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갔습니다.

 

자신의 임기 중 국정원이 대규모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아무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틀간의 기다림 끝에 결국 만나는데 성공했습니다.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을 다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다소 황당한 답변을 해 어이가 없기도 했고 취재과정에 몇 가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어쨌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STEP1. “카메라 치워주세요

 

수소문 끝에 찾아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

 

반대편 건물에 마침 빈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영상취재피디 한 명이 그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정문을 내려다봤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드나드는 모습을 촬영하기 가장 좋은 위치였지만 곧 내려와야 했습니다.

 

건물 관리인이 오더니 청와대 경호실에서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며 카메라를 치우고 내려갈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새삼 여전히 철통같은 경호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위상이 실감났습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와 관한 법률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퇴임 후 10년간 이어집니다.

 

2023년까지 계속된다는 건데 이렇게 세금이 계속 쓰이고 있으니 이 전 대통령은 공적인 인물이 분명합니다.

 

국민들의 물음에 답할 의무도 있는 거죠.

 

 

 STEP2. “오늘 안 들어오십니다

 

출입구 바로 앞에서 기다라고 있는 취재진이 부담스러웠던 걸까요?

 

매일 사무실로 출근한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결국 하루를 날린 뒤 다음날 다시 찾아갔습니다.

 

아침부터 기다렸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아 오전 11시쯤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비서를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터뷰를 요청하고 오늘 사무실에 오는지 물었습니다.

 

오늘 안 들어오신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STEP3. 드디어 보다

 

점심식사 후 인근 카페에서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비서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카메라도 치운 채 '밑져야본전'이라는 기분으로 기다렸습니다.

 

이때 두 눈을 의심할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근길 모습을 본 겁니다.

 

차에서 내린 이 전 대통령은 경호원과 함께 순식간에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카페에 있던 터라 미처 질문을 할 틈이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그래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제 문 앞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몇 시간이 걸리든 만날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STEP4. CCTV가 나를 보네

 

정문 앞에서 계속 기다리는 취재진이 부담스러웠던 걸까요?

 

갑자기 CCTV를 수리하는 분들이 오더니 멀쩡한 CCTV의 각도를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정확히 취재진을 향해서!

 

감시당하는 것 같아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계속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뒤 저녁 6시 무렵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경호원의 제지가 있어 아주 가까이 갈 수는 없었지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거리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STEP5. 동문서답

 

곧장 차에 타고 갈 것 같아 제 자신에 대한 소개도 생략한 채 바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다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이 전 대통령은 저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학생인 거 같은데?”

 

세상에, 평소 노안 소리를 주로 듣던 저에게 이런 칭찬을?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에게 학생인 것 같다고 말한 건 저를 무시하기 위한 것일 겁니다.

 

자신의 마음에 안드는 질문을 던지자 저를 모욕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라는 놈이 그 따위 질문을 해?’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민간인 댓글부대는 그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민감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그냥 차에 타도 그만인 것을 굳이 저를 공격하는 발언을 한 거니까요.

 

이후 제 이름을 밝힌 뒤 두 가지 질문을 더 던졌습니다.

 

“18대 대선 댓글조작 다 알고 계셨습니까?”


국정원장 독대 때 보고 받지 않으셨습니까?”

 

아쉽게도 더 이상의 답변은 듣지 못한 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차는 떠났습니다.

 


이제는 대답할 때

 

결국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의혹에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이 전 대통령.

 

국정원 민간인 댓글부대 사건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부디 전직 대통령답게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길 바랍니다.

 

지시를 한 건지, 승인을 한 건지, 보고만 받은 건지, 아님 정말 몰랐는지.

 

몰랐다면 이 사실이 드러난 지금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건지.


자신의 임기 중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제 답해야할 시간입니다.

 

그게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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