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던 어제(5일)와 달리 이날은 아침 기온이 5도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유가족들의 굳은 표정을 더욱 얼어붙게 하는 듯했다.
고(故) 김치백.배복철씨의 장례는 북한군의 포격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연평도의 한 공사장에서 이들이 숨진 채 발견된 지 12일 만에, 포격이 있은 지 13일 만에 치러지는 것이다.
유족들이 영정 앞에서 분향하는 것으로 시작된 발인제에는 송영길 인천시장, 김기신 인천시의회 의장,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 해병대 사령부 김형국 인사처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송영길 시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분향자로 나섰고, 해병대 사령부의 차례가되자 김형국 인사처장과 장병 5명이 영정 앞에서 경례를 붙였다.
분향을 마친 송 시장이 김치백씨의 누나인 옥순(65)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두 손을 부여잡자 그녀는 "어이구, 내 동생 불쌍해서 어쩐대요"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 사고로 동생 배복철씨를 잃은 복순(63.여)씨는 "이제 어떡하면 좋냐고. 아이고, 동생아. 말 좀 해봐"라며 빈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했다.
김치백씨의 부인 강성애(57)씨는 "영모 아빠, 혼자 가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라며 바닥에 엎드려 흐느꼈다.
유가족이 2번 절하는 것으로 발인제가 끝나자 고인의 유해를 모신 관은 운구차에 실려 화장장이 있는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으로 옮겨졌다.
화장을 기다리는 동안 유족들은 영원한 이별이 다가온 것을 실감한듯 고인의 관을 끌어안거나 영정을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치백씨의 노모 황미녀(83)씨는 "못 살아. 이건 아니야. 나도 따라갈 거야"라며 아들의 영정에 얼굴을 파묻었다.
전남 영광에서 홀로 살던 황씨는 노환으로 입원해 있다가 퇴원한 지 5일 만에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김치백씨의 딸 영정(28)씨는 "우리 아버지 살려내. 아버지 목숨이 파리목숨이냐"라고 외치며 아버지의 관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마침내 관이 화장로 안으로 사라지자 유족들은 말라버린 줄만 알았던 눈물을 또쏟아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김치백씨의 아들 영모(30)씨도 어머니와 누이를 꼭 끌어안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고인들의 유해는 약 1시간 동안 화장을 마친 후 낮 12시40분께 이 공원 봉안당인 만월당에 안치됐다.
한편 고인들에 대한 의사자(義死者) 인정을 요구해온 유족들은 옹진군이 최근 보건복지부에 의사자 인정을 신청한 상태라 복지부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배복철씨의 조카 진엽(24)씨는 "의사자 인정 요구가 받아들여진 뒤 장례를 치를수 있기를 바랐지만 장례를 계속 미루는 것 또한 고인에 대한 예우가 아닌 것같아 서두른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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