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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시드니=연합뉴스

손흥민 "저도 제가 얼마나 성장할지 설레요"

손흥민 "저도 제가 얼마나 성장할지 설레요"
입력 2014-12-31 09:42 | 수정 2014-12-31 10:09
손흥민 "저도 제가 얼마나 성장할지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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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22·레버쿠젠)은 축구장에서 보여주는발랄한 폭발력만큼이나 매우 밝고 구김살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었다.

    은퇴한 박지성에 이어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손흥민을 30일 호주 시드니의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나 여러 사안에 대한 속마음을 물었다.

    그는 다음 달 개막하는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대표팀 캠프가 차려진 시드니에 머물고 있다.

    손흥민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배우고 있는 선수"라며 "나도 내가 얼마나 성장할지 설레고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안컵을 제패해 새해에는 한국 축구가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첫 단추를 끼우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은 이어 "레버쿠젠에서 매순간 행복하다'면서 당장 독일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고 어린시절 독일유학 당시 고생담,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 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손흥민과의 문답.

    ◇"롤모델은 지성이 형…어린 선수들 롤모델 되는 게 꿈"

    -- 지금 밖에 나가서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10명 중의 9명은 손흥민이라고 답한다. 갑자기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 된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

    ▲ 진짜 아이콘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나 말고도 훌륭한 한국 선수들이 많다. 나는 내가 아직 상당히 어리고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본다. 내가 욕심이 많다는 사실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내가 롤모델(우상)로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에 비하면 나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내가 더 성장해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잘안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많은 팬이 나를 높여주는 데 기분은 무척 좋다.

    -- 손 선수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 한국에서는 지성이 형(박지성)이다. 대한민국의 축구 선수라면 지성이 형을 롤모델로 삼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선수 시절에 대단했고 은퇴하고 나서도 멋진인생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지성이 형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 손 선수에 대한 인기가 연예인 못지않다. 누군가는 손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가.

    ▲ 지금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그렇게까지 책임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축구 시작하면서 품은 꿈 가운데 하나는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이 '내 롤모델은 손흥민이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축구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를 보고 축구를 시작했다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참으로 뿌듯하다. 어린 선수들이 축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나였으면 하는 욕심도 든다. 내 존재가 한국 축구가 조금 더 발전하는 데, 어린 선수들이 축구를 더 많이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게 내가 어릴 적부터 품은 꿈이었다. 꼬마들이 나를 롤모델로 삼으면 더없이 뿌듯하고 기쁠 것이다.

    ◇"16살 독일 유학 때 성공에 대한 간절함으로 버텨내…부모님은 훌륭한 멘토"

    -- 2008년 동북고에서 중퇴하고 유학 형식으로 독일로 건너갔다. 낯설고 먼 곳으로 떠날 때 마음 속에 미래의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었나. 어떤 생각을 했나. 지금 독일 분데스리가 활약상이 당시 마음속의 미래상에 부응하는가.

    ▲ 그때 내 나이가 열여섯이었다. 그때 내 생각은 꼭 성공하겠다는 것, 단 하나밖에 없었다. 어린 사람이 부모 곁을 떠나 말도 문화도 낯선 곳에서 살면서 무척이나 힘들었다. 바로 집에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기도 했다. 목표 하나에 매달려 힘든 마음을 눌렀다. 여기, 독일에서 반드시 프로선수 계약을 이루고 인정을 받겠다는 생각만으로 고된 일상을 버텨나갔다. 그 한가지 목표가 너무 간절했기 때문에 실제로 계속 남아서 프로선수로 계약할수 있었던 것 같다. 프로로 계약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미래상은 없었다.

    --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5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이제는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게다가 더 나은 선수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런 성장 과정에서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활동하는 아버지 손웅정 씨의 지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아버지는 손 선수의 축구인생에서 어떤 존재인가. 지금도 빅리그 그라운드를 누빌 때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뛰는가.

    ▲ 지금 독일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두 분은 내 인생의 훌륭한 멘토다. 아버지는 기술적인 부분,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세세한 플레이를 지금도 다 잡아주고 계신다. 그 덕분에 내가 축구 선수로서 지금 이런 위치에 있을 수 있었다. 내가 잘해서 축구선수로서 이렇게 성장해갈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옆에서 나를 빗나가지 않게 잘 다독여준 덕분이다. 아버지와는 어릴 적부터 축구를 함께 배웠다. (과거 축구 선수로 활동한) 아버지께서는 기술이 없으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현대 축구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셨다. 아버지와 나는 평소에도 축구 경기를 함께 많이 보고 플레이도 많이 연구하고 있다. 그런 일상에서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매 순간 배워가는 단계의 선수…아직 독일 떠날 생각없다"

    -- 욕심이 많다고 한 것처럼 지금이 본인의 전성기라고 보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 수년 전만 해도 별명이 큰 기대주라는 뜻을 지닌 '슈퍼 탤런트'였으나 지금은 지구촌 최고 스타를 향하는 '손날두(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손흥민)'다. 팬들은 손 선수가 전성기를 맞이하는 5∼10년 사이에 정말로 전 세계를 주름잡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전성기를 마음속으로 그려본 적이 있는지.

    ▲ 솔직히 얘기하면 아직 그런 것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다. 나는 지금 현재가 너무 좋아 그것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면서 5년, 10년 후를 기획할 겨를이 없기도 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나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겠고 그에 대한 기대도 부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꿈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나에게도 분명히 꿈은 있다. 꼬마들의 롤모델이 되는 것. 5년, 10년 뒤에 내가 어떻게 성장할지는 나도 궁금하다. 구체적인 그림을 마음속에 그리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성장해갈지 궁금하고 설레는 게 현재 심정이다.

    -- 현대 사회에서 축구는 독특하게도 대놓고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영역이다. 몸값으로 불리는 이적료 얘기가 손 선수를 둘러싼 주요 화제일 때도 잦다. 최근에는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손 선수의 영입을 위해 350억원 정도(2천만 파운드)를 준비했다는 이적설도 나오곤 하던데. 그런 소문이나 언론 보도에 관심이 있는가.

    ▲ 일부러 찾아보는 것은 아닌데 어쩌다가 볼 때가 좀 많기는 하다. 이적료라는것이 선수의 가치를 말해주는 어떤 지표이기 때문에 나를 둘러싸고 그런 얘기가 돌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적료 책정은 내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고 구단의 사업이다. 나는 그냥 운동만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다가 보면 몸값이 더 올라갈 수도 있고 더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가만히 보면 몸값얘기에 귀가 솔깃할 때가 많지만 그냥 신경을 안 쓰려고 스스로 자제하는 것 같기도하다.

    -- 올해 겨울 이적시장을 앞두고 손 선수를 영입하려는 빅클럽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축구 팬들이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이번 겨울에 들려올 가능성이 있나.

    ▲ 아니다. 아직 독일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레버쿠젠에서 이제 한 시즌 반을 뛰고 있는데 떠날 수는 없다. 함께 생활하는 감독, 선수들이 나에게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 현재 나에게는 레버쿠젠에 있는 매 1분, 아니 매 1초가 진심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아직 매 순간 배워가는 단계에 있는 선수다. 독일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월드컵 때 잘 못해 화나고 원통…팬들께 감사"

    -- 올해는 손 선수에게 정말 다사다난했다. 드컵 때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펑펑 울고 국민도 손 선수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천 아시안게임에는 구단의 반대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다. 국이 우승했으나 손 선수는 선수로서 정말 절실한 병역 특례를 적용받지 못했다. 런 우여곡절,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 월드컵 때 많은 분이 대표팀을 응원했지만 우리가 잘해내지 못해 화가 나고 원통했다
    . 우리가 준비한 것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성적이 나왔고 슬펐다. 지나간 인천 아시안게임은 이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금메달을 딴 출전자들을 질투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 깜짝 놀랐다. 나는 한국 축구인으로서 한국 축구에 희망을 선사한 아시안게임 출전자들, 이광종 감독님께 감사할 뿐이다. 질투가 말이나 되느냐. 아시안게임 대표들은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무척 잘했고 국민에 희망을 주려고 노력한 덕분에 출전자들에 대한 병역 특례도 부차적으로 적용됐다. 내가 아는 친구들, 선배들이 병역 부담을 많이 덜었다. 질투하는 마음은 좁쌀만큼도 없었다. 감사할 뿐이다.

    -- 대표팀에서 여러 감독을 겪었다. 밖에서 보기에 손 선수의 잠재력에 호의적인 감독도 있었고 손 선수를 저평가하는 감독도 있었던 것 같다. 사례를 들면 홍명보 감독을 두고는 손 선수를 선발 대상에 두고 있지 않다가 여론에 밀려 발탁했다는관측도 나오곤 했는데. 손 선수가 지켜본 감독들은 어땠나.

    ▲ 홍 감독님과 관련해서 그런 상황은 절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홍 감독님은 선수 개개인보다 팀을 무척이나 중요시하는 지도자다. 선수 개개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내가 특별히 언급되는 것을 꺼렸고 그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나를 낮게 평가하고 선발하지 않으려고 한 것은아닌 것 같았다. 조광래, 최강희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았을 때 벤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감독님들이 나를 경기에 투입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선수로서 내가 반드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 울리 슈틸리케 현재 대표팀 감독은 손 선수에게 어떤 지도자인가. 다른 감독들과 다른 면이 있다면.

    ▲ 내가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대하는 외국인 감독이다. 독일 분이고 서로 독일어로 얘기할 수 있어 나에게 편하게 해주신다. 나도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감독님과 시너지 효과를 내서 감독님이 원하시는 부분을 잘 맞춰서 수행할 것이다.

    -- 슈틸리케 감독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뛰라고 한다면 뛸 것인가.

    ▲ 감독님이 뛰라고 하시면 뛸 수는 있다. 물론 얘기를 잘 해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원톱으로 뛰어야 한다면 뛸 것이다. 나는 어디에 가서도 당당하게 변함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축구장에서는 감독님이 최고라는 것이다. 오늘 당장 경기장에서 죽으라고 한다면 죽는시늉까지도 할 수 있다. 감독님이 어떤 포지션에서뛰라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감독님이 원톱으로 뛰라면 뛰는 게 당연하다.

    -- 언론과 관련해서 한 마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스타 선수들과 팬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때가 많지 않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스타 선수의 이미지는 대체로 언론을 매개로 삼아 형성되는 때가 많다. 스타로서 각양각색의 보도 때문에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불쾌할 때도 있을 것이다. 언론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 내 눈에 보기 좋고 귀에 듣기 좋은 기사만 나올 수만은 없다는 게 진실일 것이다. 많은 팬이 내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기대한다. 그에 못지않게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게 여기고 그런 면을 알려주는 기사를 요구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이런 다양한 요구 속에 내가 특별히 언론에 하고 싶은 얘기는 없다. 불쾌한 기사도 나쁜 뜻을 품고 나쁜 일을 하려는 기자들이 쓰는 글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기사에는 기자들의 시각이 담긴다. 기자들이 보는 것과 내가 보는 것이 다를 수가 있다. 기자들의 시각도 일정 부분은 내가 이해해야 하는 게 옳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사생활을 다루는 것도 너무 사적인 것만 아니라면 괜찮다. 나에게 올해 (가수와의 이성교제설과 같은) 많은 일이 있지 않았나. 사생활을 보도하는 기자들의 입장도내가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 괜찮다. 너무 사적인 것만 아니라면.

    --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 꼭 해야 할 말,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있다면.

    ▲ 팬들에게 먼저 말씀을 드리면, 새벽 경기, 밤 경기, 월드컵 때 아침 경기까지 잠을 거르며 봐주신 축구팬, 대한민국 국민에게 감사드린다. 2014년 올해에는 많은 팬이 기대한 만큼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새해인 2015년에는 많은 분께 정말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 특히 새해의 시작과 함께 열리는 아시안컵에서부터 정말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축구하는 선수들,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모두 아픈 분이 한 분 없이 새해 복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올해 안 좋은 일들을 모두 잊고 새해는 모두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새해에는 다치지 않고 좋은 일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더라도 아쉬워서 더 배울 수 있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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