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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버러 스미스 "'채식주의자' 오역?…창조적인 번역일 뿐"

데버러 스미스 "'채식주의자' 오역?…창조적인 번역일 뿐"
입력 2018-01-15 10:43 | 수정 2018-01-15 10:43
데버러 스미스 "채식주의자 오역창조적인 번역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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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번역해 2016년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작가와 공동 수상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31)가 한국에서 제기된 '오역' 논란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해 문학평론가인 조재룡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계간 문학동네 봄호에 실은 '번역은 무엇으로 승리하는가'에서 스미스의 번역이 한국어에서 생략된 주어를 틀리게 옮겼다고 비판했으며, 김번 한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학술지 영미문학연구에 실은 논문에서 스미스가 소설 속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번역했다고 지적했다.

    오는 19∼22일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을 계기로 열리는 '국제인문포럼'에 초청된 스미스는 '우리가 번역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말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이런 논란이 번역의 일면만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미리 공개된 발표문에 따르면 스미스는 "내가 번역한 영역본 '채식주의자'가 물론 한국어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볼 때 전적으로 옳다"며 "문자 그대로 옮긴 번역 같은 것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창조적'이지 않은 번역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어떤 두 언어에서도 문법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으며, 단어 역시 각기 다르고, 심지어 구두점조차도 서로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다"며 "언어는 서로 다르게 기능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번역은 서로 다른 수단에 의해 유사한 효과를 거두는 일에 관한 것이다. 그러한 차이, 변화, 해석은 비단 완벽하게 정상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충실함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들이자 충실한 번역의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또 자신의 번역에 일부 실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면서 그것이 한국어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일 뿐, 의도적인 오역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문학 작품 번역에 대한 평가에는 비교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어째서 내 번역에 나타난 '실수들'이 수상 자격을 박탈당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모든 번역가는 정확성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 동시에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내가 부주의와 오만함으로 한강의 작품을 배신했다는 게 사실일까? 물론 내가 한강을 숭배할 정도로 사랑하고 그녀의 작품을 아주 천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아직 마스터하지 못한 언어를 겁 없이 번역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렇게 된 것일까?"라며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지 4년이 되었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는 7년 정도 되었다. 그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부심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지만, 적어도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뛰어난 작가의 작품을, 양적으로 비슷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질적으로는 충분히 충실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또 "만약 내가 그 불가능한 완전무결함에 더 근접했다고 하더라도, 비평가들은 그 원작 자체에 좀 더 천착하라고 주문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한강과 내가 마침내 장래에 출판될 개정판을 위해 실수들을 고칠 시간을 갖게 되었으므로 그러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한강은 내 번역이 그녀의 글쓰기가 가진 고유의 톤을 포착하고 있음을 가장 좋아한다는 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지속적으로 할애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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