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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이준희

[탐정M] '하루' 만에 나간 그 알바…악몽이 시작됐다

[탐정M] '하루' 만에 나간 그 알바…악몽이 시작됐다
입력 2018-12-23 10:19 | 수정 2018-12-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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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하루' 만에 나간 그 알바…악몽이 시작됐다
    # 수상한 알바생

    "경찰이시죠? 제가 요즘 협박을 당하고 있는데 좀 도와주세요."

    올해 8월의 어느 날, 경기도 화성시의 한 식당에 들어간 이 모 경사에게 식당 주인은 주문도 받기 전에 이런 말부터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보여 준 문자메시지에는 노동법의 각종 조항과 위반에 따른 벌금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문자는 "사업주의 태도를 판단하고 처벌 결정을 하겠다"는 말로 끝났습니다.

    문자를 보낸 사람이 노동부에 진정을 낸 내용을 보낸 건데, 한마디로 '식당 주인, 당신이 이런 무시무시한 위반 사항으로 처벌받기 싫으면 돈을 내놓으라'는 말이었습니다.

    누가 보낸 거냐고 묻자, 식당주인이 답했습니다.

    "딱 하루 일했던 알바생이요."

    '좀 유난스러운 알바생' 정도로 생각하고 식당을 나선 뒤 며칠 후, 이번엔 동료 경찰이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성남의 한 대형식당에서 '딱 하루 일한' 알바생이 주인을 1년 넘게 협박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는데, 며칠 전 봤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탐정M] '하루' 만에 나간 그 알바…악몽이 시작됐다
    # 1년 5개월의 악몽

    "하루 일하고 한 달 월급을 달라는 게 말이 됩니까?"

    성남의 내로라하는 음식점 사장 A씨는 지난해 7월 20일을 영원히 지우고 싶습니다.

    중국동포인 36살 김 모 씨가 '열심히 하겠다'며 알바를 시작한 그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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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일하고 돌아간 그는 다음 날 돌연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매니저가 나에게 반말을 했다'는 어이없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위에 적힌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황당했지만, 하루 일당을 듬뿍 쳐서 12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가 원하는 건 한 달 치 월급이었습니다. 자신이 억울하게 그만뒀으니 '휴업수당'을 달라는 겁니다.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해 무대응에 나섰더니 그때부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고용노동부 지청에 진정을 넣어 한 달에도 몇 번씩 오가게 하는 건 기본, 하루에 수십 통씩 전화를 걸어 예약전화도 못 받게 하고, 심지어는 '이 식당에 범죄자가 있다'는 허위신고를 해 경찰이 손님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동포 직원을 바꿔달라고 해 '나와 같이 사장을 괴롭히면 너도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기는가 하면, 여직원에게는 "깡패 친구를 데려가 해치겠다"고 말해, 결국 여직원이 그만두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일이 최근까지 1년 5개월째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A씨처럼 버틴 경우는 정말 드문 경우였고, 대부분은 수십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까지 돈을 건네고 김 씨에게 굴복했습니다.

    # 협박의 '수단'

    김 씨가 괴롭힌 건 업주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면접을 봤는데 교통비를 지급 안 했다', '취업 등록이 안 된 외국인들이 있다', '식당 분위기가 이상하다' 등 고용노동부 각 지청에 김 씨 이름으로 접수된 진정은 약 90건에 달합니다.

    김 씨를 담당했던 근로감독관 B씨의 말입니다.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하면, '사장한테 얘기해서 나한테 돈이나 보내라고 하라. 사장을 같이 불러주면 나가겠다'는 말만 했어요. 하도 이곳저곳에 전화해서 난리를 치다 보니까 지청에서도 김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김 씨에게 근로감독관은 업주를 압박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던 셈입니다. 그는 자신의 진정을 '무혐의 처리한 근로감독관 20여 명을 직무유기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검찰청에도 수차례 전화를 걸어 업주나 근로감독관의 처벌을 요구했고, 검사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 4개월만의 검거

    "피해당한 건 맞아요. 그런데 나중에 해코지 당할까 무서워요. 그만 끊을게요"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결과, 2016년 8월부터 최근까지 무려 87개 식당이 '그 알바생'에게 협박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부분 TV에 나온 수도권 소재 유명식당이었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액만 1천2백61만 원에 달합니다.

    어떤 곳에는 돈 대신 음식비법, 즉 '레시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식당을 해코지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피해 진술을 한 곳은 13곳에 불과했습니다. 때문에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수사는 4개월이나 이어졌고

    결국 지난 12월 10일 김 씨가 검거됐습니다. 지난 12일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 경사의 말입니다.

    "위치추적이 기지국 단위로 되다 보니 근방 수백 미터의 건물을 다 뒤져야 할 상황인데, 마침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이 그 안에 있더군요. 오늘도 진정을 넣고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갔더니 역시 거기 있더군요."
    [탐정M] '하루' 만에 나간 그 알바…악몽이 시작됐다
    김 씨는 중국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서울 시내 사우나를 전전하며 혼자 지냈다고 합니다.

    통화기록의 70~80%는 각지의 식당 업주, 검찰, 경찰, 노동청이었습니다.

    적어도 자주 연락하는 '깡패 친구들'은 물론이고 친구도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체포 통보를 할 지인도 한 명 없었습니다.

    김 씨는 사우나 인터넷을 통해 구인광고를 검색하는 한편, 틈틈이 노동법을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쌓은 지식으로 업주들을 협박한 건데, 포털 검색 수준의 지식이었지만, 업주들로서는 겁부터 났을 겁니다. 김 씨에겐 '협박' 자체가 밥벌이였습니다.

    김 씨는 체포되는 그 당시까지도 협박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체포영장 시한 48시간 동안 내가 일을 못하게 됐으니 그만큼의 임금을 당신(경찰) 개인이나 대한민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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