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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미세먼지 타고 돌아오나?…손학규의 '반기문 띄우기'

[국회M부스] 미세먼지 타고 돌아오나?…손학규의 '반기문 띄우기'
입력 2019-03-11 15:18 | 수정 2019-03-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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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미세먼지 타고 돌아오나?…손학규의 '반기문 띄우기'
    화려했던 20일과 잊혀진 이름

    2017년 1월 12일. 인천공항 입국장에 수백 명이 몰렸습니다. 8년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돌아온 반기문 총장을 환영하기 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차기 대권주자의 화려한 귀환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대선 정국에서 반 전 총장은 파괴력 있는 카드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서툰 모습들이 비춰지며 지지율은 곤두박질쳤습니다. "몸을 불살라 정치개혁의 뜻을 이루겠다"는 야심찼던 메시지는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귀국 20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반기문이라는 이름은 한동안 여의도에서 잊혔습니다.
    [국회M부스] 미세먼지 타고 돌아오나?…손학규의 '반기문 띄우기'
    그러다가 다시 소환된 적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둔 올해 초 무렵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사석에서의 일이었지만, 한국당 의원, 보좌관을 만난 자리면 반기문이라는 이름 석 자가 한 번씩은 거론됐습니다. 당시 한국당 사람들의 관심은 황교안 전 총리가 입당할지, 곧바로 당대표에 도전할지였는데요. 주로 '황 전 총리는 안 된다'고 하던 사람들이 반 전 총장 이름을 꺼냈습니다. 정치권 경험이 없는 고위직 출신들은 스스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 겁니다. 당사자에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겠지요.
    [국회M부스] 미세먼지 타고 돌아오나?…손학규의 '반기문 띄우기'
    미세먼지 타고 돌아오다

    그랬던 반 전 총장의 이름이 이번엔 공식석상에서 등장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아침마다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기문 전 총장 얘기를 꺼낸 겁니다. 손 대표는 8일 아침,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범사회적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위원장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 주변국이 함께하는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반 전 총장이 그 적임자라는 겁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고, 외교 전문가로서 중국 등 주변국과 미세먼지 문제를 협의하고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구체적인 이유도 댔습니다. 조금은 생뚱맞을 수 있는 발언이어서, 기자들이 이 손 대표에게 사전 교감이 있던 것인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진지했나 봅니다. 오늘(11일)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반기문 전 총장 얘기를 또 꺼낸겁니다. 본인이 제안한 미세먼지 관련 국가적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을 거듭하면서 위원장 적임자는 반 전 총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래전부터 글로벌한 환경문제 식견을 가진 분으로 정평이 났다", "무엇보다 여야 모두 지지하고 진보·보수를 떠나 전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분이란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치켜세우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연히 이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M부스] 미세먼지 타고 돌아오나?…손학규의 '반기문 띄우기'
    손학규는 왜?

    당 대표가 아침회의에서 연속해 두 번이나 반기문 전 총장의 이름을 언급하니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손 대표에게 오늘도 질문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좀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반 전 총장은 당시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 영입 대상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는데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바른정당은 국민의 당과 통합해 출범한 바른미래당의 전신이죠. 손 대표는 전혀 상관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얘기만 무성했을 뿐, 실제로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과 관련 있는 것도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반 전 총장측에서 자신의 아이디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말을 그대로 넘기기 어려운 이유는 두 사람의 과거 인연 때문입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던 손학규 대표는 반 전 총장과의 ‘빅텐트론’을 주장했던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단독회동도 가졌다고 합니다. 또, 현재 손 대표가 이끄는 바른미래당의 전신 바른정당이 반 전 총장을 영입해 대선후보로 내세우려고 적극적인 노력을 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가 요즘 주장하는 ‘중도개혁’, ‘중도통합’ 대상에 반 전 총장을 포섭하겠다는 시그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물론 이번 손 대표의 제안은 당내 기구에 와달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손 대표의 러브콜’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른미래당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손 대표의 거듭되는 ‘반기문’ 외치기를 그냥 넘기긴 찜찜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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