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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정의당은 가라?"…평화당이 꿈꾸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국회M부스] "정의당은 가라?"…평화당이 꿈꾸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입력 2019-04-10 16:47 | 수정 2019-04-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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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민주평화당이 어제저녁 비공개 의원 간담회를 열고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저녁 식사부터 3시간 넘게 이어진 간담회에서 특별한 결론은 없었습니다. "교섭단체 문제는 이견이 있어서 시간을 갖고 논의를 계속 해 나가기로 했다"(최경환 원내대변인)는 게 전부입니다. 비록 여지는 남겨놓았지만, 4월 중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사실상 무산된 겁니다.

    정의당과 교섭단체 구성 포기 이유는?

    교섭단체는 국회의원 20명이 필요합니다. 평화당은 14명, 정의당은 6명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합니다. 두 정당은 1년 전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라는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습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은 고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난해 7월 23일, 인원 미달로 교섭단체 자격이 박탈됐습니다.

    공동교섭단체가 되면 이른바 '원내대표 회동'과 '간사 회동'이라 불리는 국회 의사일정 협의에 참여하게 됩니다. 상임위 의석 배분 권한도 있습니다. 황주홍 의원(평화당)과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각각 농해수위와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 된 것도 교섭단체였기에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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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재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국회 사무처에서는 교섭단체 관련 지원경비가 지급됩니다. 정책업무와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당직자도 국회 사무처 소속으로 지정돼 월급을 지원받습니다. 현재 3개 교섭단체에서 국회 사무처 소속으로 지정된 당직자는 모두 111명으로, 교섭단체가 추가되면 111명 정원 내에서 각 정당의 인원이 조정됩니다.

    이 때문에 여의도에서는 4·3 보궐선거 이후 평화·정의 공동교섭단체가 복원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평화당의 열악한 재정상황이 유력한 근거였습니다. 지난해 평화당이 연간 수령한 경상보조금은 25억 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받은 133억 원의 5분의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정의당(27억 원)보다도 적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존재하지 않던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당이 당장의 이득보다는 미래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같은 까닭입니다.

    '천하삼분지계' 꿈꾸는 민주평화당

    눈앞의 이익을 포기한 평화당의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3지대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극한 대립하는 가운데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대변할 '제3정당'이 필요하다는 게 평화당에서 논의되는 '제3지대론'의 핵심입니다. 형식은 합당이 될 수도 있고 신당 창당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평화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창당도 별로 어렵지 않은 문제"라면서 "기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제3지대론'은 4·3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통영시장(39.49% 득표)과 고성군수(56.3%)를 당선시켰지만, 이번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통영·고성 지역구에선 35.99%(낙선)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전북 전주 완산구의 시의원 선거에선 민주당 후보(30.14%)가 평화당 후보(43.65%)에게 졌습니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중도층 유권자까지 확장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평화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유권자 표심이 2017년 대선이나 2016년 총선에 가까워진 모습”이라며 "'제3지대'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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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제3지대론'은 "결국, 호남 정당, 도로 국민의당 아니냐"는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평화당 의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최경환 원내대변인은 어제 "호남 쪽 의원들의 세력 통합이 정계개편, '제3지대'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오히려 "더 잘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평화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유성엽 의원은 "바른당 출신 중에서도 올 분이 있고, 마지막에 가면 아마 민주당 내부에서도 함께 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 같은 자신감은 두 가지 추론에 근거합니다. 우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바른미래당과 달리, 민주평화당은 구심력이 훨씬 강하다는 겁니다. 줄곧 당적을 같이 해왔고, 정치적 노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민주당이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의 복당을 거부하면서, 일부 민주당 입당을 노리던 의원들의 출구도 막혔습니다. 어제 간담회에서도 "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 "작지만 단단히 뭉쳐야 한다"는 데 모든 의원들이 동의했습니다. 단결력은 '제3지대' 구축의 전제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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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지대론’의 두 번째 논리는 '제왕(帝王)의 부재'입니다. 평화당 내 복수의 의원들은 "국민의당이 실패한 책임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합니다. 안 대표가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위한 도구로써 당을 사당(私黨)화 했기 때문에 당이 쪼개졌다는 주장입니다. 평화당의 한 의원은 "'제3지대'에서 인물이 아닌 노선으로 뭉친 '집단 지도체제' 정당은 해볼 만하다"고 조심스레 전망했습니다.

    1% 정당의 '정계개편' 시나리오, 이뤄질까?

    ‘제3지대론’이 노리는 현실적인 경로는 바른미래당의 분화입니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 시점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빠르면 5월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경영권을 내려놓고 해외로 떠난 '오너'가 돌아오면, 바른미래당의 내부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민주평화당의 ‘제3지대론’은 이 시점을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에 결정적인 흠이 하나 있습니다. 1%에 불과한 평화당의 열악한 지지율입니다. (한국갤럽 4월 2~4일 조사, 그 밖의 사항은 한국갤럽·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인이 없는 정당"이란 얘기는, 조금 바꿔 말하면 대선후보급 '리더'가 없는 정당이란 얘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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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호한 노선에 대한 정립도 필요합니다. 평화당의 여러 의원들이 "민주노총 문제랄지, 탄력근로제 문제랄지, 이런 경제·사회 분야에선 정의당과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지만, 정작 현장에서 볼 때는 평화당 내부의 입장도 균질하진 않아보입니다.

    대표적인 게 소방관 국가직 전환 문제입니다. 지난 8일 평화당 최고위에서 정동영 대표가 "소방 공무원들의 숙원인 국가직 전환 문제에 대해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한 반론이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터져나왔습니다. 유성엽 최고위원이 "인력을 보강하는 건 노력을 해나가야겠지만, 국가직이냐 지방직이냐 하는 문제는 좀 더 근본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대표 면전에서 반론을 펼친 겁니다.

    정당 구조를 세 갈래로 나누어 생존하려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는, 늘 '제3정당'의 목표였습니다. 과거 자민련은 영·호남의 틈바구니 속에 충청권을 중심으로 '삼분지계'를 꿈꿨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본인들이 진보의 포지션에서 민주당을 중도화하려는 전략을 취했지만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2016년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중도 분할 전략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지금 돌이켜볼 때 성공했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지지율 1%의 민주평화당이 꿈꾸는 ‘제3지대론’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 결과는 여름이 끝나기 전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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