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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나경원 '달창' 논란, 여성 의원도 여야따라 정반대?

[국회M부스] 나경원 '달창' 논란, 여성 의원도 여야따라 정반대?
입력 2019-05-16 09:23 | 수정 2019-05-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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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나경원 '달창' 논란, 여성 의원도 여야따라 정반대?
    햇빛이 쨍쨍 내리쬐던 어제 오후 2시. 국회 본청 앞 계단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소속 300여 명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망언 규탄 및 사퇴 촉구'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의 발단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대구 연설에서 한 ‘달창’ (‘달빛창녀단’의 줄임말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을 비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발언입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백혜련 의원은 "날씨가 더운데 나경원 망언 분노가 더 뜨겁다"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입에 담지 못할 여성 모독, 국민 모독 발언을 했다"며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백 의원은 "어제 저희 딸이 나경원 원내대표가 내뱉은 말이 뭔지 묻던데 차마 말할 수 없었다"며, "여성 원내대표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말도 문제지만 이후에 국민과 여성에게 사과하지 않는 뻔뻔함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여성위원회는 나 원내대표가 여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에 대한 모욕이고, 여성 원내대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다음과 같이 요구했습니다. '첫 번째는 여성 모독발언을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할 것. 두 번째는 반성할 줄 모르는 태도로 국민 모독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 즉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나경원, 여성 원내대표 자격 없어"

    집회에 참가한 김상희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장은 "17대 총선 당시 여성 대표성 확대하고, 정치의 품격 높이기 위해서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되어서 여성이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여성 의원들은 '여성들의 대표성을 높이고, 여성들의 시각에서 정치를 하고, 무엇보다 앞장서서 정치문화를 바꿔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여성을 대변해 정치 문화를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여성 혐오 발언을 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여성의원들이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틀 전인 13일에도 백혜련, 이재정, 김상희, 서영교, 박경미, 제윤경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들은 나 원내대표가 과거 홍준표 전 대표에게 홍 전 대표의 막말이 당 혁신의 걸림돌이자 보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던 예를 들며, 본인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회M부스] 나경원 '달창' 논란, 여성 의원도 여야따라 정반대?
    한국당 여성의원들 "야당 죽이기…불필요한 정쟁" 반박

    자유한국당 여성의원들도 이에 대응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우발적인 말실수 하나로 야당 원내대표의 인격을 말살하는 야당 죽이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게 주 내용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미 말실수에 대해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상황에서 무심코 사용한 점을 인정"하고 즉각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야당 원내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본질 흐리고 말실수를 왜곡, 확대, 재생산해서 이를 불필요한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막말 발언은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는 "대통령마저 나서 말실수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야당 원내대표를 죽이기 위한 치졸한 정치 형태이자 국민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과거 민주당 의원들의 미투 사건에는 한마디 말도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여성 이슈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는 겁니다.
    [국회M부스] 나경원 '달창' 논란, 여성 의원도 여야따라 정반대?
    민주당 여성의원들, 과거 당내 여성이슈는 침묵?

    실제로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최근 불거진 당내 여성이슈 논란에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가장 최근 사건으로는 지난달 국회사법개혁특위 소속 의원 사보임을 놓고 여야가 대치할 때, 문희상 국회의장이 길을 막아서는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양 볼을 감싸쥔 일이 있습니다. 임 의원과 한국당 여성의원들은 불필요한 신체접촉이고 성희롱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현재는 문 의장을 검찰에 성희롱으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이 사안을 두고서는, 한국당이 문 의장을 막기 위해 여성의원인 임이자 의원을 일부러 앞에 세웠다며 여성이슈를 정쟁의 도구로 소비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지난해 12월엔 이해찬 당대표가 국회를 방문한 찡 딩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남성들이 결혼 상대로 베트남 여성들을 선호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이 입을 모아 '시대착오적인 여성 비하'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두 사건 모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여성이슈, 정당 입맛에 따라 다른 목소리?

    이렇게 같은 여성이슈라도 각 당 여성의원들은 상황에 따라 목소리를 낼 때도, 침묵할 때도 있어왔습니다. 물론 2년 전,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의 여성비하 표현이 논란이 됐을 때처럼 여론이 거셀 때는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내가 소속된 정당의 입맛에 따라 여성이슈를 바라보고, 여성이슈를 정쟁의 장으로 끌어 왔습니다.

    여성 정치인이 여성을 비하하거나 폄훼하는 발언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때그때 당리당략에 맞춰 여성이슈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오히려 여성의 정치적 위상을 축소하는 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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