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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설악산 다녀온 '사면초가' 손학규…"퇴진은 없다"

[국회M부스] 설악산 다녀온 '사면초가' 손학규…"퇴진은 없다"
입력 2019-05-16 17:44 | 수정 2019-05-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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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설악산 다녀온 '사면초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오신환 의원이 오늘 아침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다른 정당과 협상 실무를 담당할 원내수석부대표 인선을 발표했고, 꽉 막혀있는 국회 상황을 풀기 위한 나름의 해법도 제안했습니다. 오 원내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을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 줄곧 얘기했고 당내 문제는 충분히 말해왔다”며 “오늘은 국회 정상화 주제로 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내 문제에 대한 질문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원내대표가 되면 손학규 당 대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입니다. 오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당이 지금 상태로 머물러있어서는 안 된다는,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갖고 계신 손 대표가 무겁게 받아들이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사퇴 압박이었습니다.

    설악산 간 손학규…오신환 당선에 불쾌해서?

    그 시간, 당사자인 손학규 대표는 국회 밖에 있었습니다. 설악산의 한 사찰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에 참석한 겁니다. 원래 목요일에는 당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외부 일정을 잡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기’와 ‘장소’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손 대표의 언짢은 심기가 반영된 행보 아니냐는 수근거림도 당 안팎에서 나왔습니다.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당 회의에도 불참해왔던 사무총장이 원내 사령탑으로 다시 돌아온 상황이 분명 달갑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실제 어제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발표된 순간, 손 대표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손 대표가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오신환 의원이 과반 이상을 얻으며 당선이 확정될 줄은 몰랐다는 겁니다.
    [국회M부스] 설악산 다녀온 '사면초가' 손학규…
    대표 퇴진이 쟁점인 신기한 선거…왜?

    손 대표의 이런 반응을 이해하려면, 지난 원내대표 경선 과정을 잠시 살펴봐야 합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사보임 갈등으로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퇴하며 치러진 이번 선거에는 김성식, 오신환 의원 두 명이 출마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사보임 원상복구’를 내걸었고,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경쟁력 확보를 주장했는데요. 차이는 딱 하나, 손학규 대표의 퇴진시점이었습니다. 투표 결과, 즉각 퇴진을 요구했던 오신환 후보가 혁신위를 통해 논의하자던 김성식 후보를 누르고 원내대표로 당선됐습니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의원은 “손 대표가 바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의원들이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불신임 투표였다는 해석입니다.

    사실 사퇴 요구는 4.3 재보궐 선거 참패에서 시작됐습니다. 창원성산에 출마했던 바른미래당 후보는 3.57%를 얻으며 4위에 그쳤습니다. 문제는 후보 지원을 위해 손 대표가 거의 창원 지역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겁니다.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처참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이대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불안감이 의원들 사이에 퍼졌습니다. 그러자 손 대표는 “추석까지 지지율 10%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손 대표가 내놓은 방침에 동의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더 많다는 것이 일정부분 확인된 건 사실입니다. 손학규 대표의 입지는 앞으로 더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최고위에 합류하면서 이제 최고위원 8명 중 5명이 손 대표 퇴진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대표가 권한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국회M부스] 설악산 다녀온 '사면초가' 손학규…
    "지금 물러나면 불명예, 퇴진은 없다"

    나름대로 배수의 진을 쳤는데도, 물러나라는 이야기가 계속되니 손학규 대표는 불쾌할 겁니다. 손 대표와 가까운 한 당내인사는 “지금 이렇게 물러나게 되면 불명예 퇴진이라는 인식을 대표가 갖고 있다”면서 쫓기듯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경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사퇴를 재촉하는 건 다른 속셈 때문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당권을 잡고 자유한국당과 합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퍼져있습니다. 공천을 보장받는 등 지분을 인정받으려면 개별 입당보다는 당대 당으로 통합하는 방식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설악산에서 돌아온 손 대표는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의 국회 대표를 뽑는 선거였지, 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총선이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당체제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당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정치싸움으로 번진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습니다. "지금 천 길 낭떠러지 앞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것"이라는 말로 간담회를 마무리한 손 대표에게 물러날 뜻은 없어 보였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의원총회에서 “창당 정신에 입각해 화합, 자강, 개혁의 길에 매진하자”는 결의문을 내놨습니다. 일단 눈앞의 문제는 해결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계파·노선 갈등이라는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당 과정부터 따라다닌 끈질기고, 본질적인 문제가 남았습니다.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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