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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성소수자는 독소?…한국당의 동성애 혐오 정치

[국회M부스] 성소수자는 독소?…한국당의 동성애 혐오 정치
입력 2019-05-20 10:21 | 수정 2019-05-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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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성소수자는 독소?…한국당의 동성애 혐오 정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동성애를 개인적, 정치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17일, 세종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세종맘과의 간담회’에서 동성애 관련 질문을 받고 한 답변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저의 정치적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 가족의 아름다운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그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황교안 "동성애는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황 대표가 성소수자에 대해 배타적인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국무총리 퇴임 직후인 지난 2017년 10월에 ‘극동포럼’ 강연에서도 성소수자를 부정적으로 낙인찍는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당시 황 대표는 “동성애 문제가 공공연하게 퍼져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성적(性的) 지향과 같은 독소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그때와 다릅니다. 그 사이 황 대표는 정치권에 입문했고 제1 야당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또 여론조사에선 유력한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런 황 대표가 단순히 ‘반대’ 수준을 넘어 ‘배제’ 의사를 명확히 했다는 건 상당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황 대표는 성소수자의 문화 축제인 ‘퀴어 축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나갔습니다. “‘퀴어 축제’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놀랐다”는 겁니다. 물론 직접 본 건 아니었습니다. 황 대표는 “나중에 결과를 사진을 통해 봤다”면서 “정말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축제들이 십수 년째 지금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제대로 된 교육이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고하게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M부스] 성소수자는 독소?…한국당의 동성애 혐오 정치
    '퀴어 축제'는 한국당 단골 '혐오 정치' 소재?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접하면서, 지난해 9월 10일 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청문회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이석태 후보자는 “동성애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자인 이성애와 다른 성적 지향”이라며 “동성혼도 앞으로 받아들여야 할 분야로 본다”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은 “군대 내 동성애도 합법화하자는 것이냐”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이은재 의원은 “후보자가 ‘퀴어 축제’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가, “안 했다”는 답변에 황급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열흘 뒤(2018년 9월 20일) 열린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은 ‘퀴어 축제’ 참가 이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다소 길지만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해 대화를 일부 인용하겠습니다.

    ○ 이종명 위원 : “홍대에서 열렸던 ‘퀴어 축제’에도 참여하셨고, 동성애 처벌 관련된 군형법 폐지 개정안도 이렇게 발의를 하셨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동성애에 대한 어떤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계시는데, 그렇다고 후보자께서 동성애자는 아니시죠?”
    ○ 진선미 후보자 : 위원님, 그 질문은 조금 위험한 발언이셔서… 아까 앞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질문 자체가 또 어떤 차별성을 담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 김순례 위원 : “(후보자가) 2013년 6월 홍대 거리에서 벌어진 ‘퀴어 축제’에 참석한 적이 있어요. (중략) 동성애에 대해서 행보를 아주 동성애를 옹호하고…”
    ○ 진선미 후보자 : “실제로 성소수자 문제라는 게 누군가에게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지, 그것을 옹호하거나 권하거나 이런 문제는 아니거든요.”

    이종명 의원과 김순례 의원은 잘 알려진 것처럼 5·18 망언의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유공자들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기 전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해왔던 겁니다.
    [국회M부스] 성소수자는 독소?…한국당의 동성애 혐오 정치
    유혹적인 '혐오 정치'…정작 미 대사관엔 '무지개 현수막'

    득표를 목표로 하는 정치인에게 ‘혐오 정치’는 유혹적입니다. 훌륭한 의정활동으로 유권자에게 본인의 성과를 증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성소수자나 5·18 유공자같이 특정 집단을 콕 찍어 혐오를 유발하는 건 쉬운 득표 전략입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파편화된 생각이 오가며 증오가 쉽게 증폭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혐오 정치’(hate politics)에 대해 경계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독일 연방의회는 혐오 표현을 담은 게시물 등을 신속히 삭제하지 않으면 사회관계망서비스 업체에 최대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지난 2017년 통과시켰습니다. 영국은 공공질서법을 통해 인종적 증오 등을 선동하는 말과 행위를 처벌합니다. 프랑스는 2004년 출판자유법 개정을 통해 성별,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 성 장애를 이유로 명예훼손, 모욕, 차별, 증오선동을 하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동성애 혐오’ 발언을 했던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었습니다. 1990년 5월 17일,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 질병 부문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날을 기념해, 각종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하자는 기념일입니다.

    마침 주한 미국 대사관은 지난 주말부터 무지개색 현수막을 건물 외벽에 걸어놓았습니다. 무지개는 성소수자의 상징입니다. 내일(21일)부터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는 의미로 추정됩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해에도 퀴어퍼레이드를 찾아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내일(21일)부터 열립니다. 퀴어퍼레이드는 6월 1일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동성애 반대’ 발언이 나온 시기가 절묘한 이유입니다. ‘5·18 망언’에 이은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당의 ‘혐오 정치’가 과연 자유한국당 지지율 회복에 도움이 될까요? 주목해볼 만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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