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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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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위안부 소송'도 거부, 일본 노림수는?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위안부 소송'도 거부, 일본 노림수는?
입력 2019-05-22 13:50 | 수정 2019-06-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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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위안부 소송'도 거부, 일본 노림수는?
    일본 정부, '위안부 소송'도 거부

    일본 정부가 어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국 법원에 낸 소송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소송이 제기된 지 2년 5개월 만에 내놓은 입장입니다.

    2016년 12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유가족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책임을 묻겠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국제 협약이 정한 절차에 따라 소송 서류를 전달하게 됩니다. 소장을 일본 정부에 전달해야 재판이 시작되는데, 그동안 일본 정부는 여러 경로로 전해진 소송 서류의 접수 자체를 거부해왔습니다. 2017년 4월과 8월에 이어 지난해 11월 세 차례에 걸쳐 접수를 거부했는데 처음에는 한국어 판본에 없는 표지가 일본어 판본에 있다는 이유로, 그 다음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해 이행할 수 없다"며 소송 서류를 반송했습니다.

    결국 지난 3월 서울 중앙지방법원은 보통의 방법으로 송달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공시 송달'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습니다. 법원게시판과 관보에 소장을 두 달간 공시하면 자동으로 소송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보는 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9일부터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됐습니다. 2년여 만에 재판이 시작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사이 고령인 '위안부' 피해자 다섯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일본 외무성 발표 원문 보기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위안부 소송'도 거부, 일본 노림수는?
    '위안부 문제'도 '해결됐다'는 일본

    일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다른 나라 국가와 재산에 대한 소송은 특정 국가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는 국제법 이론(국가 면제 이론)에 따라 한국 법원은 일부 정부를 상대로한 소송을 진행할 권한이 없고 따라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

    사실 일본이 이런 주장을 하고 싶다면 한국 법정에 의견을 제출하면 됩니다. 그러나 외교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한 것은 이 위안부 소송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또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의 청구권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위안부 합의에 의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종전 입장을 다시 반복했습니다.

    한일 관계의 기본이 되는 청구권 협정이 체결된 것은 1965년. 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것은 1991년입니다. 그 전까지 군 위안부 문제는 쉬쉬하는 소문이나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돼왔습니다. 드러나지도 않았던 문제가 20여년 전의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김 할머니의 증언이 있은지 2년 뒤 일본 정부는 "군위안소가 광범위하게 설치 됐고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들이 모집, 이송, 관리하는 과정에 감언과 강압이 있었다"는 이른바 고노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위안부 소송'도 거부, 일본 노림수는?
    무례한 일본…노림수는?

    이번 주부터 일본은 작심한듯 한국에 대한 압박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제 일본 정부는 남관표 신임 일본 대사가 신임장을 받자마자, 외무성으로 불러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을 한일 청구권 협정 상의 '중재위'에서 논의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전까지 요구해온 양자협의보다 대응 수위를 높인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태도 전환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고노 외무상은 "사법부 판결에 행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이낙연 총리의 발언이 중재위 구성 요청을 하게 된 이유라고 거론했습니다.

    어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습니다. 고노 외무상은 "문 대통령이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확실히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며 "국내에서의 대응책 검토에 한계가 있다면 당연히 중재위원회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관급인 외무상이 한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을 지목해 행동을 요구했습니다. 외교적 결례입니다. 그러면서 국제 사법재판소 제소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그런 뒤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위안부 소송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공개한 것입니다. '위안부' 소송의 공시 송달 효력이 발생한 것은 지난 9일입니다. 일부러 시기를 골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내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한일 외교수장이 만납니다. 강경화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OECD 각료 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만나 강제 징용 판결 등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폭넓은 대화를 나눌 계획입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사실상 공개 제안했습니다.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위안부 소송'도 거부, 일본 노림수는?
    일본이 거칠게 나오는 것은 한일간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는 대내, 대외 여론전을 벌이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오는 7월 일본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아베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의 배경 중 하나입니다. 이 사안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 한국에 강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대내적 지지를 얻고 대외적으로는 지금 한일 관계의 큰 현안인 강제 징용 판결 문제 등에서 일본이 공정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정부에 자신들의 입장을 사전에 직접 간접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일본의 입장 변화는 없다, 관계 개선을 원하면 한국이 태도를 바꿔서 와라'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우리 외교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한 일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떤 묘수로 대응할 지가 주목됩니다. 6월 오사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수 있을지도 여기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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