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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아베와 극우파의 21세기판 정한론

[외통방통] 아베와 극우파의 21세기판 정한론
입력 2019-07-16 09:41 | 수정 2019-07-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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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방통] 아베와 극우파의 21세기판 정한론
    집권 자민당 극우파들의 막말 퍼레이드

    "문재인 정권에서 한일 관계가 좋아질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정중한 무시가 제일 아닌가 싶다"

    최근 '아베의 입'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일본 방위상이 지난달 10일 공개 강연에서 한 말 입니다. TV에 출연해 "조선일보를 보라. 대량 살상무기에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가 한국에서 북한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규제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일본이 한국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외통방통] 아베와 극우파의 21세기판 정한론
    극우단체의 집회에서나 나올법한 이 발언은 지난 3월 27일 자민당과 외무성의 외교회의에서 집권당 의원이 한 말입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원고 측이 제기한 자산압류조치로 일본 기업들의 피해가 실제로 생기면 '본때를 보이겠다'는 겁니다. 일본 매체들은 이 날 회의에서 '한국과 단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이 이토록 격앙된 분위기로 한국 때리기에 나선 이유를 파악하려면 장기집권하고 있는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이를 이끌고 있는 아베 총리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때는 친한파였던 아베…변신의 이유는?

    아베가 총리가 집권 1기(2006년 9월-2007년 9월), 친한파 정치인으로 불렸던 걸 생각하면 지금의 행보는 다소 의외입니다. 취임 직후 애국지사들의 위패가 봉안된 국립현충원을 현직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참배했고 아내인 아키에 여사가 겨울연가 대사를 줄줄 외우는 한류팬이라고 공공연히 말했습니다.
    [외통방통] 아베와 극우파의 21세기판 정한론
    그러면 갑자기 돌변한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돌변이라기 보단 자민당 내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기반이 탄탄해지면서 '속내를 드러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집권 1기 당시 일본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재임하며 지지율 하락을 겪고 1년 만에 물러났던 만큼 ‘자기 정치를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아베의 마음 속 스승, 요시다 쇼인은 누구?

    아베 총리가 존경하는 인물을 살펴보면 그의 정치적 신념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가장 존경한다고 밝힌 인물은 정한론을 주창한 요시다 쇼인입니다.

    요시다 쇼인은 서구 열강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막부를 타도하고 천황 중심의 일본 제국을 건설해 한국,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중국을 지배해야 한다는 침략적 세계관을 설파한 인물입니다. '조선을 정벌하고 조공을 바치도록 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해 조선 식민지화의 사상적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우리가 식민지배 역사에서 익히 들어온 이토 히로부미(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 (조선총독부 3대 총독)이 바로 요시다 쇼인의 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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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의 할아버지는 무소속 중의원이자 평화주의자인 ‘아베 간’, 아베의 아버지는 외무상을 지낸 평화주의자 ‘아베 신타로’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은 평생 전쟁 가능국가로의 개헌을 꿈꿨던 외할아버지였습니다. 아베의 외할아버지는 A급 전범으로 3년 간 복역한 기시 노부스케입니다.

    아베 총리는 일본 극우 세력의 싱크탱크인 ‘일본회의’의 회장, 부회장을 모두 역임했고 자민당의 극우정당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3연임에 성공한 뒤 측근들을 내각에 포진시켜 친정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내각 과반 이상이 일본회의에서 배출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통 보수 몰락…극우파 장악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도 살펴봐야겠습니다. 일본의 정통 보수파는 전후 ‘평화와 경제 우선주의’를 지향했습니다. 군대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미국을 통해 국방 문제를 해결하고 온전히 경제성장에 집중하자는 겁니다. 실제로 일본은 국방비를 들이지 않고 1960년대 고도성장을 누렸는데 자민당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정권을 안정적으로 재창출 할 수 있었습니다.

    위기는 내부에서 생겼습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록히드사 뇌물 사건, 리쿠르트 사건, 사가와 큐빈 사건 등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결국 93년 총선에선 자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부패 세력으로 몰린 보수 본류 파벌은 퇴출됐고 자민당의 비주류 세력이었던 개헌파(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이 전쟁가능 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개헌파는 부동산 버블 붕괴로 닥친 일본의 장기 침체 속에서 일본인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고 9·11 테러, 북한 핵실험 등을 근거로 개헌론을 펼치며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외통방통] 아베와 극우파의 21세기판 정한론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는 “일본이 30년 가까이 침체를 겪는 사이 한국과 중국이 크게 성장했고 일본 국민들이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아베 정권은 ‘일본이 여전히 강한 국가이다. 서구 열강처럼 중국과 한국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역사를 왜곡해서라도 일본이 더 우위에 있다”는 발상을 퍼트리고 이를 통해 지지 세력을 결집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일본 집권세력은 극우파…新정한론 등장할까?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금의 자민당과 아베 정권이 ‘극우파’로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150년 전 일본이 정한론을 펼치며 한국을 때렸던 과거에 21세기판 정한론이 오버랩 된다는 말에는 “절대 과장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극우세력이 자민당의 주류로 자리 잡았고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도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 정부도 극우 세력의 장기 집권에 대비한 외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일본의 극우파는 한일 관계의 복병이 아니라 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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