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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아베는 왜 개헌에 집착할까?

[외통방통] 아베는 왜 개헌에 집착할까?
입력 2019-07-23 11:25 | 수정 2019-07-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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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방통] 아베는 왜 개헌에 집착할까?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 결과 집권 연립여당을 포함해 개헌 추진 세력이 차지한 의석은 245석 중 160석. 2/3에 4석이 모자라 개헌 발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선거 직후 TV에 출연해 "나의 사명으로, 남은 임기동안 당연히 헌법 개정에 도전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아베는 왜 개헌에 저렇게까지 집착하는 것일까요?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일본 헌법

    "일본 국민은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결의한다. 일본 국민은 영원한 평화를 염원하고, 인간 관계를 지배하는 숭고한 이상을 자각한다. 우리는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일본 헌법 전문 中)
    [외통방통] 아베는 왜 개헌에 집착할까?
    전범국이었던 일본은 1947년 전세계에서 가장 평화지향적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핵심은 2장 "전쟁의 포기"입니다. 2장은 9조만 들어 있고 두개 항으로 돼있습니다.

    9조 1항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할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
    9조 2항 육해공군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본은 '군대'가 아닌 '자위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위대(自衛隊)'는 일본 자국의 방어를 위한 조직으로, 1955년 이래 전수방위(專守防衛)의 원칙을 지켜 왔습니다. 일본 영토가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정도는 최소한의 범위에 그친다는 원칙입니다. 대신 일본은 [미일안전보장조약(1951년)]을 맺어 자국의 안보를 미국에 기대기로 했습니다.

    패망국 멍에 벗어나 국제 지도 국가로

    2012년 말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는 전후체제를 탈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13년 9월 유엔총회에서 "새롭게 적극적인 평화주의의 깃발을 내걸겠다"고 말했는데요,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뜻이 들어있었습니다.

    이후 개헌 준비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유엔에서 돌아와 일본판 NSC인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창설했고, 2014년에는 일본이 47년간 유지한 '무기수출 금지 3원칙'을 개정해 무기 수출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자위대 창설 60주년인 2014년 7월, 아베 정권은 임시 각의를 열어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 영토가 공격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이 공격 받은걸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과거 역대 정부들이 '헌법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난다'고 해석한 걸, 아베 정부가 뒤집은 겁니다.
    [외통방통] 아베는 왜 개헌에 집착할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베 정권은 무려 10개의 법률을 뜯어 고쳤고, 한 개를 신설했습니다. '안보관련법'이라 통칭되는 이 법들은 상위법인 헌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이유로 위헌성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러자 아베는 아예 헌법 자체를 개정해, 위헌 논란을 없애겠다고 나선 겁니다.

    정상국가 꿈꾸는 아베…안보 부담 줄이고픈 미국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으로 인해 일본이 절름발이 국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군사적·안보적으로도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거듭나고 '전범국' '패전국'이란 족쇄에서 벗어난 새로운 일본을 건설하겠다는 겁니다. (양기호 교수 - 성공회대 일본학)

    이를 부추기는 외부 요인도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 유지에 큰 위협이 된다고 규정하고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따라 한국과 일본에 '중국 포위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가했습니다. 새로 등장한 트럼프 정부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그만두겠다'며 동맹국들에게 안보비용을 부담하라고 청구서를 들이 밀고 있습니다. (남기정 교수 - 서울대 일본연구소)

    정상국가가 되고 싶은 일본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부담을 나누고 싶은 미국의 필요가 딱 맞아 떨어진 겁니다. 아베 내각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새로운 헌법 해석을 채택했을 당시 미국은 '공식 지지'했습니다.

    일본 국민 여론은? 평화헌법 수호 여론 만만치 않아

    개헌 반대 : 47.5%
    개헌 찬성 : 40.8%
    - 22일 교도통신 출구조사

    전문가들은 평화헌법 지지 여론이 '암반같이 단단하다'고 표현합니다. 안보법이 위헌이라며 소송에 나선 일본인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포함해 5천여 명이 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개헌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4석만 더 끌어오면 개헌안 발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소속 의원들과 야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개헌 집착은 위험해 보입니다. 아베는 낮에는 '정치적 현실주의자'이지만, 밤에는 '전통적인 국가주의자'입니다. (남기정 교수)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아베는 당시 한 싱크탱크 연설에서 "나를 군국주의자라 불러도 좋다"고 위험한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베 장기집권 언제까지 갈까?

    아베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이지만, 벌써부터 임기 연장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민당은 이미 2017년 총재직 연임을 제한한 당규를 고쳐 아베 총리의 3연임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미 일본 전후역사상 최장수 총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자민당 당규를 또 고쳐 아베 총리의 4연임을 추진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헌을 완수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겁니다. 아베와 개헌론자들의 장기집권은 우리에게는 현실로 닥쳐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할 건지,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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