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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왜 김정은은 백마를 탔나? - 나폴레옹과 김정은

[외통방통] 왜 김정은은 백마를 탔나? - 나폴레옹과 김정은
입력 2019-10-16 15:48 | 수정 2020-01-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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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방통] 왜 김정은은 백마를 탔나? - 나폴레옹과 김정은
    오늘 자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르는 모습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의 첫눈을 맞으시며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시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외통방통] 왜 김정은은 백마를 탔나? - 나폴레옹과 김정은
    "혈전광야에 흰갈기를 날리며 비호같이 달리던 빨찌산 김대장의 호기찬 군마발굽들이 력력한 백두대지를 주름잡아 누비시는 최고영도자동지… "

    '빨찌산 김대장'은 김일성 주석을 뜻하는 걸로 보입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 당시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김 위원장의 '백두혈통'을 강조한 겁니다.
    [외통방통] 왜 김정은은 백마를 탔나? - 나폴레옹과 김정은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 자크 루이 다비드 (1801년작)

    이 사진들은 자크 루이 다비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라는 그림도 연상시킵니다. 아직 황제에 오르기 전인 1800년 5월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을 위해 알프스를 넘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그림과는 달리 사실 나폴레옹은 키가 매우 작았고, 실제로는 말이 아니라 안내자가 이끄는 노새를 탔습니다. 말보다는 노새가 산악지대에서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은 다비드에게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분명하게 지시하고 간섭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과 다비드 모두 미술의 정치적 효과와 정치선전의 도구로서의 기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200년된 이 클리셰가 북한에서 다시 등장한 셈입니다.
    [외통방통] 왜 김정은은 백마를 탔나? - 나폴레옹과 김정은

    삼지연군 시찰하는 김정은 위원장

    이 시점에 왜 백두산?

    백두산은 북한에서 '혁명의 성지'로 상징화됐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백두산을 방문해 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있는 삼지연군도 찾았습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 앞에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더는 고통이 아니라 그것이 그대로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 적들이 압박의 쇠사슬로 숨조이기 하려들면 들수록 자력갱생을 기치로 적들이 배가 아파나게 보란 듯이 우리 힘으로 앞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김 위원장이 경제 현장을 시찰하면서 '미국'을 콕 집어 비난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자신이 밝혔던 '연말 시한'은 다가오는데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도 미국의 입장 변화가 크게 보이지 않자 자신이 직접 우회적인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외통방통] 왜 김정은은 백마를 탔나? - 나폴레옹과 김정은
    협상을 둘러싼 북-미 신경전

    하지만 미국의 입장도 완고합니다.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우리는 제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려 했다. 이는 북한이 해법을 찾아 테이블에 나오게 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유감스럽게도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중국 영해 안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밀수출을 중국 정부가 막아야 한다."

    대북 제재 유지 입장을 확인하면서, 중국이 제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압박한 겁니다. 다만 협상 당사자인 국무부나 백악관이 잠잠하고, 대신 국방부를 통해 메시지를 낸 것은, 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백마 탄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은 인민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더 크게 읽힙니다. 협상을 둘러싼 북-미 간의 신경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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