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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한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고?" - 방위비 협상 한눈에 보기, 팩트와 루머들

[외통방통] "한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고?" - 방위비 협상 한눈에 보기, 팩트와 루머들
입력 2019-11-01 13:24 | 수정 2020-09-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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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방통] "한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고?" - 방위비 협상 한눈에 보기, 팩트와 루머들
    내년도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내는 비용, 방위비분담금을 결정하는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11차 SMA (Special Measure Agreement :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 협정) 협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자 동맹국들이 더 많은 돈을 내야한다"고 압박해왔고, 올해 요구금액은 50억달러, 우리 돈 6조원 가깝다고도 합니다. 협상의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1) 미국이 50억 달러를 요구했다?
    = 팩트


    미국의 요구액은 48억 달러에서 50억 달러 사이입니다. 한 여권 인사는 49억 5천만 달러라고 구체적 액수도 말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정 보도가 필요했다면 보도자료를 냈겠죠"라고 말했습니다. 이 금액이 맞다는 뜻입니다.

    50억 달러는 우리 돈 6조 원입니다. 올해 방위비분담금이 1조 389억 원이니까 6배에 가까운 돈을 요구한 겁니다.

    2)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요구했다?
    = 아직은 루머


    전략자산 전개비용이란 미국이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지역에 보내는 비용을 말합니다. 미국이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한국으로 전략폭격기 B-1B를 출격시키면 한 번에 30~40억 원, 항공모함은 한 번에 400~500억 원이 든다고 합니다. 이것도 한반도 방위에 쓰는 돈이니 한국이 내라는 뜻입니다.

    정부는 일단 부인했습니다. 10월 30일 국회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기기 어려운 소문입니다. 지난해 협상에서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키자며 1.5배 증액을 요구했다 한국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콕 집어 요구한 건 아니지만, "한반도 방위에 미국이 이만큼 돈을 많이 쓰고 있다"며 큰 돈을 두루뭉술하게 청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외통방통] "한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고?" - 방위비 협상 한눈에 보기, 팩트와 루머들
    3) 인도-태평양 전략 비용까지 청구했다?
    = 아직은 루머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월 1일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건 작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새 국가방위전략의 후속 보고서입니다. 한마디로 중국이 21세기 들어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니,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을 한국에 청구했을까? 정부는 부인했습니다. 외교 당국자는 "특정 역외 활동에 대해 요구받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만약 미국의 중국 견제 비용을 우리에게 달라고 하면, 이건 주둔군지위협정(SOFA)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 왜 50억 달러일까?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1조 389억원입니다. 약 50억 달러(약 5조 8,200억원)로 올리자는건데 인상폭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일부(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건설비, 군수지원비)를 한국이 분담하기로 한 기존 SMA 틀에서 아무리 뻥튀겨도 20억 달러(2조 3,280억원)을 넘기는 힘들다'고 분석합니다.

    주한미군 한 해 전체 운영비를 보겠습니다.
    [외통방통] "한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고?" - 방위비 협상 한눈에 보기, 팩트와 루머들
    이 중 미군의 인건비는 한국이 분담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인건비를 주면 미군을 용병으로 샀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인건비를 뺀 주한미군 운영비는 5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칠텐데, 대체 무슨 근거로 증액을 요구하는 걸까요?

    미국 국무부는 2차 협상을 앞두고 낸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미국은 전세계 방위 조약 의무를 위해 상당한 군사자원을 투자한다. 막대한 금액도 수반된다. 이 비용은 미국 납세자들만 져야하는 부담이 아니다. 동맹과 파트너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 (10월 18일)

    미국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세계 평화를 동맹국들도 누리고 있으니 함께 분담하자는 겁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언급도 같은 맥락입니다.

    "공동 안보에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 지리적 위치, 크기, 인구에 관계없이 모든 동맹국은 전쟁을 억제하고 동맹을 수호하는데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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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정말 한국이 미국을 벗겨먹고 있나?

    최근 미국 정가에선 [Holding the Line] 이란 책이 인기입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연설 비서관의 회고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관이 고스란히 드러나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7월 "미군 해외 주둔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철수할 수 없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매티스 장관이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우리를 벗겨먹는다. 연간 600억달러, 70조원은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참모들은 주한미군 운영비보다 철수시 전략자산을 배치하는 비용이 훨씬 더 든다고 만류했다고 합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1953년에서 7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주한미군의 성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필요에 따라,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인계철선의 역할은 약화됐고 전략 기동군의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대거 이전한 것도 그런 필요에 따른 겁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을 검토하고 나선 상황에서 한반도는 중·러 대륙세력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저지선 역할을 합니다. 주한미군은 일방적으로 한국만을 위한 게 아니란 겁니다.

    게다가 미군기지를 위해 제공하는 토지비용이나 세금, 이용료 등 간접제공하는 것까지 계산하면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규모는 3조원이 넘습니다. (2018년, 국방백서)

    결론은 한국이 미국을 벗겨먹고 있는 게 아니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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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혁 주미한국대사

    6) 달라는대로 다 줄 수는 없다

    이번 협상팀 대표는 기재부 관료가 맡았고, 협상팀에는 기획재정부, 방위사업청 직원도 포함됐습니다. 미국의 요구가 합리적인지 꼼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겠다, 우리가 얼마나 무기를 많이 사주는지도 어필하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미국에 이런 계산이 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국 측은 자동차 무역수지를 들이밀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근 부임한 이수혁 주미한국대사는 지난달 30일 "미국이 의미하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 모르겠다. 지금까지 이해하기로는 숫자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으로선, 미국 협상팀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계산된 액수를 요구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협상은 특히 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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