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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이준희

[탐정M] '가족만남 연수'…과천시의원이 당당했던 이유 3가지

[탐정M] '가족만남 연수'…과천시의원이 당당했던 이유 3가지
입력 2019-02-20 12:47 | 수정 2019-02-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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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가족만남 연수'…과천시의원이 당당했던 이유 3가지
    "예천군, 문제 있어요. 제가 뭐가 문제가 있습니까. 참 이해 안 됩니다."

    시민 세금으로 '가족 상봉' 해외 연수를 갔다 온 경기도 과천시의회 박상진 의원.

    지난주 목요일(14일) MBC와의 인터뷰를 이렇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뉴스데스크 <바로간다>가 나간 뒤 15시간 만에 큰절을 올리며 사과 기자회견을 했고, 소속 정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징계에 나서자 탈당했으며, 이제는 시의회 윤리위에 회부돼 의원직까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는데요.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박상진 의원, 정말 당당했습니다.

    나랏돈을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고도 왜 그렇게 당당했을까. 그 이유 3가지를 짚어봤습니다.

    [1] "아무도 모를 거야"…SNS의 배신(?)

    이번 캐나다 몬트리올 연수는 박상진 의원과 김현석 의원(자유한국당) 2명만 갔습니다. (통역 격인 민간인 1명도 동행하긴 했지만, 두 의원은 이분이 '일부 일정에만 동행했다'고 했습니다.)

    박 의원 입장에서는 설마 자기 가족이 어디다 얘기하진 않을 테니 김현석 의원만 입을 다물어주면 이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사실 확인을 요청할 때마다 박 의원의 첫 질문은 "누가 그렇게 얘기하던가요?"였습니다. 실제 일부 현지 관계자에게는 '입맞추기'를 시도한 정황도 있었습니다. MBC 기자에게 사실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거죠.

    그래서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박 의원의 조력자, 김현석 의원은 기자회견 전까지 한 차례도 MBC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사과 기자회견 때도 '박 의원을 통해 답변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박 의원의 행적은 쉽게 들통이 났습니다. 바로 SNS 때문인데요. 박 의원과 일정을 동행했던 사람이 SNS에 사진을 올렸고, 이 사진을 통해 박 의원이 연수를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 어렴풋하게나마 드러났습니다.
    [탐정M] '가족만남 연수'…과천시의원이 당당했던 이유 3가지
    여기에 여러 현지 관계자들을 통해 박 의원이 연수기간 동안 거의 모든 날짜를 몬트리올에 사는 가족들의 집에 머물렀고, 아들 고등학교와 관할교육청을 아내와 함께 방문했으며, 심지어 아이들의 통학을 시켜줬다는 걸 어렵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 의원을 만나 SNS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그분이 SNS에 그런 걸 올렸나요? 저는 그 SNS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요."

    하지만, 거짓말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자신의 사진이 나온 게시글에 '공감' 표시까지 했거든요. '들어가 본 적이 없다'는 데 어떻게 공감표시를 했는지, 해킹이라도 당한 걸까요. 아니면 취재하는 제가 해당 SNS를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을까요?
    [탐정M] '가족만남 연수'…과천시의원이 당당했던 이유 3가지
    박 의원은 기자회견장에서도 거짓말을 이어갔습니다.

    공식 연수기간(작년 11월 14일~27일) 이전에 이미 몬트리올로 떠났다는 의혹이 있어서 "연수기간 며칠 전에 출발하셨나요"라고 묻자, 박 의원은 당당하게 "2~3일 전에 출발했다"고 답했습니다.

    "기자회견장이다, 제대로 답하시라"며 두 번 세 번 물어보자 그제야 "11월 1일쯤 출발한 것 같다"고 실토했습니다. 세금으로 산 항공권으로 출국해 연수 기간을 합쳐 무려 27일 동안 가족이 있는 몬트리올이 머문 겁니다.

    [2] "성과 챙겨왔잖아"…캐나다 유학생 온다고(?)

    박 의원은 이번 연수에서 분명한 '교육적 성과'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몬트리올시의 4개 교육청 중에 한 곳인 '피어슨 교육청' 관계자가 학생 교류를 논의하기 위해 과천에 오기로 약속을 받아냈다는 겁니다.
    [탐정M] '가족만남 연수'…과천시의원이 당당했던 이유 3가지
    그런데 취재결과, 이 '유일한 성과'조차도 찜찜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몬트리올 사정을 잘 아는 교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몬트리올은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면 정부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한국 등 아시아로 많이 온다. 반대로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올 유학생은 과연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박 의원이 진짜 성과로 삼고 싶었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과천시와 몬트리올 시의 자매결연인데요.

    몬트리올은 인구 170만 명(2016년 기준)이 사는 캐나다 제2의 도시입니다. 과천은 6만 명이 조금 안 되죠. 우리나라에서는 역시 제2의 도시인 부산광역시(인구 342만 명)가 몬트리올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습니다. 이미 부산과 했는데 과천시와 다시 결연을 맺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럼에도, 박 의원은 출국 직전까지 과천시청 공무원들에게 "자매결연을 성사시키라"고 종용했습니다.

    공무원들은 냉가슴만 앓았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싶어도 박 의원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탐정M] '가족만남 연수'…과천시의원이 당당했던 이유 3가지
    지난 18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된 '의사판 두 동강 사건'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요. 작년 12월 12일 예산 심사 도중 박 의원은 시청 과장이 동료 의원과 언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의사봉을 강하게 내리쳐 의사판을 두 동강 내버렸습니다.

    박 의원의 돌직구 같은 성격 때문에 전전긍긍했다고 과천시 공무원들은 전했습니다.

    [3] "나도 피해자다"…현지 업체 탓이다(?)

    "현지에서 일정을 조율해주기로 한 업체가 펑크를 냈습니다. 부랴부랴 또 다른 업체를 알아봤는데 그 업체는 하루 200만 원의 일당을 요구했습니다."

    박상진 의원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지 업체가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들이 다니는 학교와 관할 교육청을 방문했다는 이야깁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 역시 앞뒤가 안 맞는 변명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박 의원은 조기 출국해 11월 1일부터 몬트리올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일정이 틀어졌다면 그때 조정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시의회 사무처에 알리지도 않고 몰래 출국했던 박 의원이 그 황금 같은 시간에 도대체 뭘 했기에, 연수를 같이 가기로 한 김현석 의원이 몬트리올에 도착해서야 부랴부랴 일정을 다시 짰을까요?

    일반적으로 시의원이 아니라 일반 기업체에서 연수를 가도 적어도 일주일 전까지는 일정이 확정되는 게 기본입니다. 그런데도 막상 공식 연수 기간이 시작돼서야 그 사실을 알아채고 허둥지둥하던 모습, 이해가 되시나요?

    두 의원의 말이 사실일지도 궁금하지만, 만약 사실이라 해도 그런 '실수'를 왜 그렇게 당당하게 강조하는지 딱히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오늘(20일) 과천시의회는 윤리위원회를 열어 박상진 의원의 제명안을 논의했으며, 이르면 오늘 중 박 의원 제명안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집니다. 시의회 전체 7명 가운데 3분의 2인 5명 이상이 찬성하면 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 관련 영상 보기-[바로간다] "연수는 꼭 몬트리올로" 고집한 시의원…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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