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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김민찬

[탐정M] 대통령 얼굴까지 팔았던 간 큰 코인업, 그날 밤 뭘 빼돌린 걸까?

[탐정M] 대통령 얼굴까지 팔았던 간 큰 코인업, 그날 밤 뭘 빼돌린 걸까?
입력 2019-02-21 15:43 | 수정 2019-03-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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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대통령 얼굴까지 팔았던 간 큰 코인업, 그날 밤 뭘 빼돌린 걸까?
    "기적이지. 이거 얼마나 대단해요. 기가 막힌데."

    "은행에서 30년간 일했는데 이 회사 확실해."

    "지금까지 4억 투자했는데, 우리 아들도 데려올 거야."

    가상화폐 판매회사 '코인업'을 취재하며 만난 투자자들의 얘깁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은행을 30년 넘게 다녔다는 투자자는 회사의 기술력이 최고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정부에서 매일 택시비 4만 원을 내고 새벽 출근을 한다는 투자자는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을 정도로 나라에서 인정한 회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회사 말만 믿고 수억 원의 퇴직금을 쏟아부었고, 친인척 돈을 끌어모아 회사에 갖다 바쳤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빠져들게 한 걸까요?

    [1] "1천만 원을 투자하면 6주 뒤에 50% 수익을 주겠다"

    지난 19일, 경찰은 코인업에 대해 불법 유사수신과 사기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은행처럼 허가받지 않는 회사가 투자자에게 원금과 수익을 보장하며 돈을 모았다는 얘깁니다.

    코인업은 투자자들에게 환상을 심었습니다. '6주 패키지', '8주 패키지', '5배수' 프로그램.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그냥 43일만 지나면 500만 원을 버는 겁니다. 여기에 코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남는 장사가 또 어딨겠습니까.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겠죠.

    한 투자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속는 셈치고 100만 원 투자했는데 진짜 6주 뒤에 50% 수익을 주더라". 그래서 점점 확신이 생겼고, 더 큰 금액을 넣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코인업도 이렇게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모았습니다.
    [탐정M] 대통령 얼굴까지 팔았던 간 큰 코인업, 그날 밤 뭘 빼돌린 걸까?
    적은 돈을 투자했을 때 회사에 대한 신뢰를 쌓게 한 다음, 계속 투자금을 키워나가게 만든 거죠.

    그런데 코인업은 투자자가 늘어나고, 수익으로 줘야 할 돈이 많아졌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요?

    투자자들 말을 종합해 보면, 회사는 투자자에게 수익을 현금이 아닌 코인으로 주거나(코인은 2만 원만 있으면 원하는 만큼의 코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시 재투자를 권유하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합니다.

    오는 25일이 투자금 5배를 돌려주는 약속날짜였는데요. 이날도 아마 코인업은 투자자들에게 다시 투자하면 10배를 준다는 식으로 속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수사당국은 얘기합니다.
    [탐정M] 대통령 얼굴까지 팔았던 간 큰 코인업, 그날 밤 뭘 빼돌린 걸까?
    [2] "WEC코인만 있으면 전 세계 돈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회사 임원들의 이른바 '말발'에도 넘어갔습니다.

    새벽 5시에 회사로 800명의 투자자를 반강제로 출근시킨 회사는 오전 7시, 오전 10시, 오후 1시, 이렇게 하루 3차례 식 투자설명을 반복했습니다. 단 하루도 쉬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회사 관계자들은 이렇게 유혹했습니다. 중국에 있는 36만 평 리조트에서 'WEC 코인'이 화폐로 사용된다고. 또 남태평양 피지에서는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WEC 코인은 동대문 쇼핑몰에서도 화폐로 사용되고 달러는 물론 전 세계 돈으로 환전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곧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 빠졌습니다.

    [3] "페이스북을 공동 개발한 미국 IT 회사 00 대표가 어렵게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코인업은 각종 행사에 다양한 유명인들을 많이 등장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를 믿게 만든 거겠죠.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없는 외국인을 데려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회사 대표라고 소개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모두 믿었습니다. 정치인들도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일 코엑스 투자설명회에는 자유한국당 경기도 차세대위원장이 직접 단상에 서서 인사말까지 했습니다.
    [탐정M] 대통령 얼굴까지 팔았던 간 큰 코인업, 그날 밤 뭘 빼돌린 걸까?
    코인업이 만든 인터넷방송국 개국식에는 전 국회의원과 가수 김흥국 씨, 전 권투선수 장정구 씨 등도 함께했습니다. 심지어 보헤미안랩소디 열풍에 '퀸' 헌정밴드까지 초청했습니다. 여기에 조선일보에 난 광고 기사도..

    [4] "단군 이래 단기간에 이 정도 사기 피해는 처음 있는일"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입니다. 주수도가 2조 원대 다단계, 조희팔이 4조 원대 사기 행각을 벌였지만 수년간에 걸쳐 벌어진 사건입니다. 그런데 '코인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해 불과 몇 개월 만에 피해규모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피해규모도 규모지만 코인업이 너무 대담하게 공개적으로 투자 설명을 하고 다녀 놀랐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아직도 환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뉴스데스크에서 코인업 관련 뉴스가 나가자 투자자들은 MBC가 잘 되는 사업을 사실 확인 없이 왜곡 보도하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항의 문자와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19일 경찰이 압수 수색을 하자 이번에는 경찰 탓으로 또 돌리고 있습니다.

    한 투자자는 경찰이 압수수색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캐시강이 구속되든 잡혀가든 상관없다. 사업만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투자금만 되찾으면 되니 더 이상 훼방 놓지 말라".

    과연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까요. 코인업이 진행하려고 했던 사업은 있기는 한 걸까요. WEC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면 10만 원의 가치, 100원의 평가라도 받을 수 있을까요.
    [탐정M] 대통령 얼굴까지 팔았던 간 큰 코인업, 그날 밤 뭘 빼돌린 걸까?
    [5] "서류랑 금고만 싹 챙겨서 야반도주했어"

    지난 19일 취재진이 코인업의 사무실 2곳 가운데 1곳을 찾았을 때 건물 관리인이 한 말입니다. 이 사무실은 본사와 떨어져 있으면서 주로 투자금을 관리하던 곳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뉴스데스크에서 코인업 뉴스가 나간 14일 저녁 7시쯤, 코인업 직원들이 1톤 트럭 2대를 불러 부랴부랴 이사를 했다는 겁니다. 사무실을 들어가 보니 의자와 책상, 컴퓨터는 그대로였습니다. 뭔가 급하게 떠났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당당한 회사가 서류와 금고를 지난 14일 왜 몰래 빼돌렸을까요.

    회사는 지금도 투자자들을 회유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쓰일지도 모르는 위임장 받기에 바쁘고, 투자자들에겐 경찰 고소를 하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코인업에 묻고 싶습니다. "그 많던 투자금, 지금 어디에 있나요?"

    ▶ 관련 영상 보기-[바로간다] 상장되면 5천 배?…가상화폐 '코인업'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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