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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내 집 안에 낯선 남자가…" 신림동 감금사건의 전말

[탐정M] "내 집 안에 낯선 남자가…" 신림동 감금사건의 전말
입력 2019-09-06 09:58 | 수정 2019-09-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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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저 좀 살려주세요!

    지난 1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버스가 지나다닐 정도로 넓은 골목길이었습니다.

    행정고시 준비생 28살 최 모 씨는 불합격 사실을 확인하고 우울한 마음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꺅! 아저씨! 저 좀 살려주세요!"

    그런데 어디선가 들린 여성의 비명소리.

    깜짝 놀라 비명이 들린 쪽을 바라보니, 젊은 여성이 반쯤 주저앉아 한 남성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원룸 건물 안으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최 씨는 여성이 있는 유리문 쪽으로 곧장 달려갔지만, 남성은 위층으로 도망치고 사라진 상태.

    여성은 잠긴 문 틈에 손이 끼인 채 그 자리에 남아 울고 있었습니다.

    최 씨는 곧장 건물 주인에게 연락해 문을 열고 다른 사람들은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닫힌 방안, 낯선 남자와의 30분

    구급대원들을 기다리는 동안 최 씨는 이 20대 여성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어요."

    집을 사흘 간 비웠다가 돌아왔는데, 웬 낯선 남성이 집에 들어와 있었다는 겁니다.

    여성은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집에 갇힌 채, 30분 동안 이 남성과 대화를 했어요. 그런데 제 직업과 가족관계까지 알고 있었더라고요."

    여성은 남성이 집 안에서 자신을 사흘 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이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탐정M]
    CCTV 없어 범인 바로 못 찾아

    저희 취재진에게 제보가 들어온 건, 범행 발생 직후인 다음날 새벽이었습니다.

    곧장 현장으로 가봤지만,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은 상태.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출동했지만 건물 내외부에 CCTV가 없어 범인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없었습니다.

    건물 출입구를 지키면서 원룸을 하나하나 확인했지만, 강제로 집 안을 수색을 할 수 없었기에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토커의 짓이다" "외부인이 창문을 넘어 침입했다"

    여성과 경찰이 떠난 자리, 남은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탐정M]
    낯선 남자는 같은 층 이웃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찾은 원룸 건물.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의 집이 아닌 같은 층의 다른 집을 수색하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밤 사이 경찰이 범인을 찾아내 체포까지 한 것이었습니다.

    체포된 남성은 22살 김 모 씨.

    피해자의 집과 같은 층 그것도 같은 복도를 사용하는 이웃이었습니다.

    김 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집 안에 있다가 붙잡혔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창문으로 침입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결국 같은 층에 사는 김 씨가 버젓이 피해 여성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단독] 문 열자 갑자기 남자가…집 비운 새 '잠입'한 이웃
    결정적 증거는 '절도품'

    김 씨는 검거 이후, 입을 굳게 닫은 채 지금까지도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과 지문 증거 등이 있는데도 자신은 피해 여성의 집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겁니다.

    CCTV가 없어 김 씨가 찍힌 영상을 들이밀 수도 없는 상황.

    하지만 경찰은 자신 있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피의자가 훔친 피해자의 물건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원은 주거침입, 감금, 폭행, 절도 혐의로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또 신림동?"

    지난 7월, 공개된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

    20대 여성이 자신의 원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려는 순간, 괴한이 뛰어들어 문을 밀치고 들어오려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 뒤로 한 남성이 사람들의 공포를 마케팅에 이용하려고 '삐에로 영상'을 연출했다 많은 지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채 두 달도 안 돼 또 다시 신림동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하자 주민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이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한 여성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진 뒤 "같은 층 남자가 범인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면서 "안전한 곳이 정말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CCTV 자체 설치해야하나…"
    [탐정M]
    빼곡히 원룸 건물이 들어선 신림동.

    얼마나 안전한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원룸촌을 돌아봤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창문. 성인 키 높이 쯤에 있는 창문인데도 방범창이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에어컨 실외기 등을 밟으면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창문도 쉽게 들어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CCTV.

    신축 건물의 경우 대부분 출입구와 주차장, 창문까지 CCTV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원룸 건물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원룸처럼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았습니다.

    또 신축 원룸의 경우에도 입구에 CCTV만 설치돼 있을 뿐, 건물 내부에는 CCTV가 없는 곳도 많습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에는 내부 CCTV까지 방범 시설이 잘 갖춰진 원룸 건물도 많아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오래된 건물보단 임대료가 10만원 이상 비쌀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안전을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

    비교적 임대료와 물가가 싸기 때문에 원룸촌을 찾은 청년들에겐 이조차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건물 근처에 사는 한 여성은 "CCTV를 자체적으로 설치해야하나 싶어 알아보고 있다"며 "어떤 상품의 경우 3만 8천원 밖에 안해 실제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같은 층 남자가 몰래 잠입…"내부엔 CCTV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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