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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김아영

[탐정M] 30년만에 듣게 된 비보…"내 딸의 시신을 찾아주세요"

[탐정M] 30년만에 듣게 된 비보…"내 딸의 시신을 찾아주세요"
입력 2019-10-29 11:06 | 수정 2019-10-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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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30년만에 듣게 된 비보…
    1989년 7월 7일, 화성시 태안읍에서 초등학생 실종사건 발생.

    학교에서 귀가하던 9살 막내 딸이 사라졌다.

    아버지는 온 동네를 다니며 밤낮 없이 딸을 찾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는 어떤 남자가 막내 딸 김 양을 안고 가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아기를 업은 친척까지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 다녔지만, 소용 없었다.

    당시 아버지는 딸이 누군가에게 유괴를 당한 줄로만 알았다.

    괴로워하던 아내를 보다 못한 아버지는 가족들을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김 양의 아버지]
    "딸내미 부반장이, 그때가 반장이 생일일 때래요. 생일 끝나고 오니까 ㅇㅇ이가 어떤 남자에 안겨서 가더라. 그렇게 진술했는가봐. 나도 그렇게 들었어."

    1996년 12월,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고통의 시간

    가족들은 김 양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유괴를 당했어도,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 때문이었다.

    1996년 겨울, 부모는 방송에 나와 잃어버린 딸의 생김새를 말하며, 혹시 살아 있다면 돌려보내달라는 간곡한 사정도 했다.
    [탐정M] 30년만에 듣게 된 비보…
    아버지는 혹시라도 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봐 살았던 동네를 수도 없이 찾아가야만 했다.

    [김 양의 아버지]
    "그 동네에. 1년이고 생각나면 가고..갔는데 그 당시엔 아무것도 변동 안되고"

    이 때까지 가족들이 경찰에게 들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년쯤 뒤에 아버지를 찾아와, "잘 사시네. 걱정 안 해도 되겠네"라고 말한 뒤 돌아갔다고 했다.

    친척 중 한 명은 당시 경찰이 자신의 일터에 찾아와 가족을 수사중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취재진에게 전했다.

    가족까지 의심했던 수사였다.

    [김 양의 친척]
    "나 일하는 현장에 찾아와서 학생들한테 물어보니까 어떤 아저씨가 손 잡고 웃으면서 갔는데..그래서 가족이라서 웃으면서 가지 않았냐, 그래서 가족들 수사한다 그렇게 나한테 얘기했어요."
    [탐정M] 30년만에 듣게 된 비보…
    2019년 10월, 이춘재의 자백…조금씩 드러난 경찰의 민낯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갑자기 언론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으로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아버지는 '설마'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춘재가 추가로 4건의 살인을 자백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아버지는 가슴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 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비가 내리던 날, 경찰에 직접 찾아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김 양의 아버지]
    "올 때 못 와서 경찰이 실어주더라고..다리가 떨려가지고 못 오겠더라고, 한 발자국도 못 떼겠더라고"

    이춘재가 그림까지 상세히 그려가며 김 양을 자신이 죽였다고 자백했다는 소식이었다.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딸의 소식은 30년만에 비보로 날아왔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단독] 화성 초등생 '속옷'까지 발견해놓고…'실종' 처리
    그리고, 아버지는 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전달 받지도, 확인하지도 못했던 딸의 유류품들이 발견됐다는 사실이었다.

    책가방, 청치마, 신발과 실내화 한 짝, 그리고 속옷까지.

    10여점에 달하는 유류품들은 가족들에게 전달되지도 않은 채 사라졌다.

    [김 양의 아버지]
    "(유류품이 있다는 사실을 과거에 알았다면?)당장 수색하라고 하고. 내 눈으로 봤으면 안 나왔다는거 알지만 지금은 옷도 다 없앴으니까 시체도 없앤 것 아니냐.."

    이춘재는 유류품을 둔 곳에 김 양의 시신도 함께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기록했고, 실종된 김 양을 '가출인'으로 처리해버렸다.

    뒤늦게 전해들은 유족들은 "9살짜리가 무슨 가출이냐"며 황당해했다.

    [김 양의 친척]
    "차라리 그때 유품을 줬으면요. 우리가 맨날 경찰 가서 찾아달라고 그랬겠죠. 어떤 부모도 안 그렇겠어요? 그냥 묻어두겠어요?"

    김 양의 실종을 단순 가출로 넘겼던 경찰은 이듬해 11월, 같은 동네에서 일어난 9번째 살인 사건을 막지 못했다.

    9번째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는 김 양의 아버지와 잘 알고 지냈던 동네 주민이었다.
    [탐정M] 30년만에 듣게 된 비보…
    경찰은 김 양에 대한 수색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30년의 세월이 흐른 동네에는 이미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와 도로가 들어서버린 상태다.

    이춘재의 자백대로라면 그 곳 어딘가에 묻혀 있을 김 양의 시신.

    30년 전의 부실한 수사는 가족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김 양의 아버지]
    "1%라도 자식이 살았다는 생각에 30년을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거 아니예요. 근데 지금 죽었다고 하니까 청천벽력이지. 차라리 죽었다 소리 안듣고 1%라도 살았다는 기적으로..내가 (경찰에) 찾아간 게 잘못 아닌가 후회하고 있어요"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단독] "30년 만에 경찰이 진실 털어놔"…유가족 '청천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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