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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검찰 출입 기자단, 공고한 그들만의 '카르텔'

[PD수첩 예고] 검찰 출입 기자단, 공고한 그들만의 '카르텔'
입력 2019-12-03 16:10 | 수정 2019-12-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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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감시를 위해 필요하다" vs. "출입처가 있어야만 권력을 감시할 수 있나"
    단독 경쟁하는 언론, 단독을 제공하는 검찰의 끈끈한 밀착 관계

    엄경철 KBS 신임 보도국장은 '출입처 제도 혁파'를 선언했다. "출입처 제도는 안정적 기사 생산 기능을 하고 있지만, 모든 언론사를 균질화한다"는 이유였다. 운영 계획 발표 이후 실시된 임명동의 투표에서 엄 국장은 62.4%의 지지를 받았다. 이전 보도국장들의 임명 찬성률 85.75%(2018.5.), 78.95%(2019.5.) 비해 낮은 수치다. 이를 두고 "출입처 제도 혁파 등의 사안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란 해석도 나왔다.

    출입처 제도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권력 비판과 감시를 위해서" 출입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반드시 출입처를 나가야지만 그런 감시나 비판을 잘 할 수 있는가" 되묻는다. 출입처 존폐를 두고 특히 논란이 되는 곳은 검찰 기자단이다. 출입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 꼽히는 검찰 출입 기자단엔 40개 언론사가 속해 있다. 검찰 출입 기자단에 속하기 위해선 요건도 깐깐하다. 최소 6개월간 법조팀을 운영하고 자료를 제출한 뒤, 기존 출입 기자단의 투표를 거쳐야 한다. 최근엔 이 규칙이 더 강화돼, 기자단 2/3 이상 참여 및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한 언론사는 2015년부터 출입 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해 애를 썼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모든 특권이란 게 그럴 테지만, 누가 더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게 그 언론사 기자의 말이다.

    검찰 출입 기자단이 '카르텔'을 공고히 유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검찰만이 지닌 정보의 힘이 작용한다. 검찰은 공식 브리핑을 포함해 출입 기자들에게 일주일에 한두 번 비공식 '티타임' 브리핑을 하고, 수시로 수사 관련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양승태 사법농단,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주요 수사 내용들을 다룬 기사들은 비슷한 시간대 각 매체마다 '단독'을 달고 보도됐다. 대부분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등 검찰의 말을 인용한 기사들이다. 일례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국 전 장관 관련 기사를 15일간 분석했는데, 이 사이 166건의 단독 기사가 보도됐다. 이 중 방송 기사의 67%, 신문 기사의 40%가 검찰발 보도였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검찰이 준 정보인데 누가 문제 삼겠어"라는 식의 보도 태도를 취한다고 분석했다.

    송현주 한림대 교수는 "수사검사에게 얻은 정보로 쓴 단독 기사는 곧 경력"이 되니, 기자들 사이에선 경쟁이 일고 검찰과 기자들은 밀착·종속된다고 본다. 송 교수는 "기자단이 결국 다른 기자들의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검찰과 언론의 이 같은 관계는 위법이다.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죄)는 공소 전 피의 내용을 공표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공표 주체가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수사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 송 교수의 입장이다.

    단독을 좇는 언론은 검찰에 의해 '관리'된다. 검찰로부터 계속 정보를 얻어야 하는 입장에서 검찰에 대한 비판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민언련 분석 결과에서는 이 사실이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 10월부터 11월 15일까지, 검찰발 개혁안을 다룬 기사는 법무부발 개혁안 기사에 비해 비판하는 내용이 현저히 적었다. 검찰발 개혁안 비판 보도는 11.5%인 것에 반해, 법무부발 개혁안 비판 보도는 44.8%를 차지했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판도라의 상자를 못 열게 만드는 게 바로 출입처의 시스템"이라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정말 결정적인 보도는 절대 출입처에서 첫 총성이 울리지 않는다." 전 검찰 출입기자 또한 "검사와 기자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에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검찰과 언론, 이 공생 관계가 낳은 검찰 기자단 카르텔은 전면 개혁될 수 있을까.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다룬 PD수첩 1221회 '검찰 기자단'은 오늘(3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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