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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미희

[칸은 지금] 봉준호 감독에게 묻다. 영화 '기생충' 일문일답

[칸은 지금] 봉준호 감독에게 묻다. 영화 '기생충' 일문일답
입력 2019-05-23 14:50 | 수정 2019-05-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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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5번째 칸 입성… 소감은?

    영화제를 반복해서 오더라도 매번 오는 영화는 다르잖아요.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는 거니까 불안하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고 늘 그런 마음입니다.

    Q. '기생충'의 첫 공식 상영 이후 기분은?

    감독의 입장은 다른 면이 있어요.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화면과 사운드가 펼쳐지는 건데, '혹시 어디 잘못되면 어떡하나', '상영할 때 무슨 에러가 있으면 어떡하나', 이런 되게 단순하고 원초적인 기술적인 문제가 좀 불안해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 21일 첫 상영때는 비교적 마음이 여유로웠던 것 같아요. 이미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이 영화가 좋은 영화냐 나쁜영화냐를 떠나서 제 자신의 입장에서 후회없이 찍었기 때문에 그런 편안한 마음으로 있었던 것 같아요.

    Q. 상영회 이후 주변 반응은?

    '설국열차'와 '옥자' 때 같이 작업했던 틸다 스윈튼 씨가 왔었어요. 응원차. 너무 고마웠는데 영화 끝나고 크레딧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불은 안 켜진 그 어둠 속의 상황에서 저랑 송강호 선배 등을 쳐주면서 정말 너무 재미있게 봤고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셔서 굉장히 좋았어요.

    영화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해외 분들이 이런 저런 인사와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들 '기생충'이라는 영화 스토리가 한국인물들이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인데도 다들 자기 나라의 일이라고 일과 똑같다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그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이 스토리 그대로 무대를 런던으로 바꿔서 리메이크해도 이건 정말 요즘 영국 상황이 진짜 이렇다." 또 어떤 분은 홍콩에서 왔는데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모든 상황들, 정말 홍콩에서 해도 그대로다." 그래서, '아, 이게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상황들이 비슷하구나'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Q. 영화에 대한 평가가 나오기 전 긴장됐나?

    물론 조마조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텐데, 약간 과정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사실 3월 말에 영화를 완성시켰잖아요. 완성시키기까지의 상황에서 어떤 후회나 미련이 있는지 없는지 사실은 그게 일차적으로 제일 큰 거 같아요.

    뭐 후회가 없다면 나중에 사람들이나 관객분들이 보여주는 반응에 있어서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본인이 후회가 없다면 순순히 다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Q. 해외 언론들과 많은 인터뷰…주로 어떤 질문 받았나?

    제 영화의 장르적 특성에 대해서 많이 질문을 했어요.

    보통 우리가 영화를 볼 때 분류하잖아요. '멜로 영화다', '액션 영화다', '코미디다', '호러 영화다.'

    그런데 "봉준호 영화는 항상 장르를 구분하기가 쉽지가 않다." 또는 "장르가 뒤섞여 있다"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고, "그걸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스리슬쩍 하는 거냐" 그런 질문을 반복적으로 많이 받죠.

    그런데 저는 사실 그런 질문 자체를 굉장히 즐겨요. '당신 영화를 장르로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말은 저한테는 찬사로 들리거든요.

    그래서 미국의 어떤 매체가 이번에 '기생충'에 대한 리뷰 코멘트를 하면서 "그냥 봉준호 장르다. 본인이 그냥 장르화 되었다"라는 코멘트를 한 기사가 있었는데, 저한테는 그게 더할 나위 없는 찬사로 받아들여졌어요.

    Q. 제목을 왜 '기생충'으로 정했나?

    이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어떻게 보면 같이 사는 것, 함께 사는 것의 어려움이예요. 요즘 시대에 함께 뒤섞여 살아가는 데서 오는 피로와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인 거 같아요.

    함께 사는 형태라는 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좋게 아름답게 표현되면 '공생', '상생', 이런 단어가 되는 건데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흘러가면 '기생'이 되는 거죠.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보는데 아름답고 우아한 공생이나 상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기생의 처지로 내몰리는 어떤 상황과 사건과 소동을 다루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적합하지 않았나.

    Q.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13년에 처음 이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설국열차'가 사실 부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스토리였잖아요. 비록 그건 직설적인 SF영화지만, 기차의 꼬리 칸은 가난한 사람들이 있고 앞에 부자들이 있고..

    그 당시의 영향이었는지 모르겠는데, 그걸 좀 더 작고 세밀한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듯한..

    이 영화의 무대가 주로 집이거든요. 우리가 늘 먹고 자는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두 가족, 부자와 가난한 두 가족을 현미경으로 미세하게 관찰하듯이 한 쪽은 가난하고 한쪽은 부자인 대비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펼쳐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기생충' 작업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일차적으로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캐스팅이겠죠. 배우들의 면면.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보니까 배우들을 구성하는 과정 자체를 정말 고민을 많이 했고, 섬세하게 포지셔닝을 하려고 했어요.

    송강호 선배님이나 최우식 군은 시나리오 쓰기 전부터 미리 전제를 하고,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이미 정해놓고 배우 본인들과도 상의하며 시나리오를 써 나갔던 부분이었고요.

    다른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누가 가장 적합할까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완성된 영화를 보면 느끼시겠지만, 정말 우리 영화에서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엄청나거든요. 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한꺼번에 같이 일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Q. 제작보고회 때 "너무 한국적인 내용이어서 세계에서도 통할지 궁금하다"고 했었는데…

    그 때는 그냥 엄살이었어요.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인 관심사일 거라고 봤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상영회 끝나고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했을 때 굉장히 반가운 반응이었으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Q. '감독 봉준호'에게 '배우 송강호'란?

    동어 반복과 같은 답변일것 같아서 죄송한데 굉장히 당연한, "A와 B라는 이유가 있어서 이 분을 정했습니다" 이게 아니라 일단 그냥 출발점 자체가…

    단순히 어떤 배우 한 명, 역할 하나의 의미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어요. 저한테 송강호 선배님은…

    그 분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또 관객을 휘어잡거나 설득해낼 수 있는 능력들이 저한테는 무한하게 의지할 수 있는 어떤 부분으로 다가오거든요.

    똑같이 대사를 쓰거나 똑같이 내가 어떤 하나의 상황을 묘사하거나 어떤 스토리의 굴곡을 만들어 낼 때, '지금 이 부분을, 이 장면을 또는 이 대사를 송강호 선배가 한다'라고 내 머릿속에 전제되어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해져요. 그리고 더 과감해질 수 있고.

    내가 약간 이상하거나 너무 독특한 또는 뭔가를 시도해도 이 분이라면 다 설득해낼 수 있다고 믿어서 마치 모든 게 다 실제 상황인 것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다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송강호 선배가 한다면. 그런 의미인 거죠. 저의 창작 과정에 많은 영향을 주시는 거죠.

    Q. '경제 불평등'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꼭 그 문제에만 제가 집착하는 건 아니고 제가 만든 7편의 영화 중 2편이 그랬던 건데, 그만큼 사실 우리 주변에 보면 누구나 가난한 친구도 있고 부자인 사람도 있는 거고,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부분이잖아요.

    그리고 '우리 세대에서 정말 과연 극복이 될까? 빈과 부의 문제가?'.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잖아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모든 영역에서 항상 부딪치는 문제고요.

    영화라는 게 항상 그것이 영화의 의무까지는 아니지만 시대의 모습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게 되는 게 영화인데,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화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빈과 부라는 것이..

    Q. '봉준호'에게 영화란?

    저의 직업이죠. 저는 그냥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쫓아다녀요.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영화가 어떤 도구나 수단이 되는 거 굉장히 싫어요. 영화를 통해서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화는 그냥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어요.

    Q. 칸영화제 본상 수상 가능성은?

    그 질문은 이냐리투 감독님(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님들께 하는 것이… 그 아홉 분 들이 당일날 아침에 정하는 거죠. 누가 알겠어요 사실.

    Q.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두 개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하나는 영어대사로 미국에서 찍는 영화고, 하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약간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 영화에요.

    두 편 다 '옥자'나 '설국열차'처럼 큰 규모의 영화는 아니고요. '마더'나 '기생충'처럼 그런 사이즈의 영화. 이번에 '기생충' 작업을 하면서 이 사이즈의 작업이 왠지 나한테 잘 맞는다는 그런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앞으로도 왠지 이런 규모의 영화를 계속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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