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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의 맥스MLB] 멘탈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전훈칠의 맥스MLB] 멘탈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입력 2018-05-28 14:11 | 수정 2018-06-08 16:31
알렉스 코라 감독(왼쪽)과 라파엘 데버스(오른쪽)

알렉스 코라 감독(왼쪽)과 라파엘 데버스(오른쪽)

현재 보스턴을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로 이끌고 있는 알렉스 코라 감독이 최근 특별한 '게임'을 시작했다. 코라 감독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2년차 3루수 라파엘 데버스와 조건을 걸고 내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용인즉슨, 데버스가 볼넷을 얻을 때마다 50달러, 밀어친 홈런이 나오면 100달러를 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현금 대신 데버스가 좋아하는 멕시칸 레스토랑의 식사 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일종의 핸디캡도 있다. 데버스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 헛스윙을 할 때마다 반대로 10달러를 코라 감독에게 내야 한다.

목적이 분명해 보이는 이 게임은 5월 17일(현지시간) 볼티모어전부터 시작됐다. 데버스는 이후 8경기 중 7경기에서 볼넷을 얻어냈다. 앞선 42경기 중 볼넷이 1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잠시나마 효험이 있는 셈이다. 선수마다 개성이 달라도 볼넷만큼은 노력해 얻어낼 여지가 있다는 뜻도 된다. 데버스는 5월 19일엔 좌중간으로 '밀어친' 홈런도 터뜨렸다. 식사 상품권이 꽤 확보됐다.

▶ 관련 영상 보기 [데버스가 내기를 시작한 뒤 처음 '밀어친' 홈런]


코라 감독이 이런 방법까지 동원한 건 팀의 미래로 꼽히던 데버스가 기대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4월 19일에 3할을 찍었던 데버스의 타율이 2할대 중반으로 떨어지고, 5월 2일부터는 14경기 연속 볼넷을 얻지 못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물론 이 게임이 성립될 수 있던 건, 데버스 역시 단순히 멕시칸 음식을 더 섭취하고야 말겠다는 식욕 이외에 자신의 문제점에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기술적인 접근이나 통계에 따른 대안이 대세처럼 보이는 시대에 코라 감독이 특정 선수의 '멘탈'을 다루기 위해 지극히 전통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보스턴이 '세이버 메트릭스'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구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코라 감독은 과거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J.D. 드류에게 "타구가 담장을 맞히면 100달러를 주겠다"는 식으로 자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게이브 캐플러 감독

게이브 캐플러 감독

리빌딩만 10년은 필요해 보이던 필라델피아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 경쟁에 뛰어들도록 만든 게이브 캐플러 감독도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화제가 됐다. 대타로 들어설 선수를 붙잡고 어깨를 토닥이며 자신감을 갖도록 힘을 불어 넣어주면 잠시 후 결정타가 나오는 장면이 몇 차례 이어지면서다. 닉 윌리엄스, 애런 알테어의 최근 홈런이 그 사례다. 냉정하게 볼 때 필라델피아의 성적은 선발진의 활약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승리에 익숙해진 팀 분위기를 전하는 선수들의 입에서는 캐플러 감독이 전하는 '긍정 에너지'가 빠지지 않는다. 시즌 초반 미숙한 투수 교체로 감독 능력에 의심을 받고, 롭 톰슨 수석 코치의 지시를 받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폭로가 나오는 와중에도 캐플러 감독은 서서히 팀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대수를 대타로 교체한 뒤 덕아웃에서 별도의 격려 행위를 했던 것과 비교할 만하다.)

▶ 관련 영상 보기 [닉 윌리엄스의 결정적인 대타 홈런]
프란시스코 서벨리는 2014년 11월 피츠버그로 이적하면서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을 일찌감치 생각해뒀다. 피츠버그의 모든 투수들과 저녁 식사를 한 번 이상 하는 것이었다. 각자 좋아하는 구종이나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지만, 서벨리는 투수마다 어떤 식으로 말할 때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지도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서벨리가 약속된 저녁 식사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는 모두 3주가 걸렸다. 이런 세심한 노력에다 2015년 프레이밍 수치 1위를 기록한 실력이 더해지면서 서벨리는 그 해 피츠버그가 98승을 거두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서벨리는 2015년부터 3년간 낮은 볼을 스트라이크로 뒤바꾼 개수가 1,208개로 가장 많았던 포수이기도 하다. (2위는 브라이언 매캔의 1,107개)
프란시스코 서벨리

프란시스코 서벨리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 수비 시프트와 공의 회전수 등 각종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통계와 분석 도구가 발달하면서 선수들의 플레이는 물론 관중들의 시각까지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경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야구의 매력이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서 '야구는 멘탈 게임'이라는 말은 여전히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선수 시절의 알렉스 코라는 박찬호가 뛰던 LA 다저스의 신참 내야수 이미지로 남아있는 게 일반적이다. 코라가 현역 때 남긴 가장 유명한 장면은 18구 승부 끝에 맷 클레멘트로부터 홈런을 뽑아낸 것이다. 역시 논리나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아니 그럴 필요 없이 그저 보고 즐기면 그만인 영상이다.

▶ 관련 영상 보기 [2004년 코라 감독의 현역 시절 18구 홈런 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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