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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평창의 '눈물'을 담다

[뉴스인사이트] 평창의 '눈물'을 담다
입력 2018-02-28 10:03 | 수정 2018-02-28 14:28
뉴스인사이트 평창의 눈물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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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기쁘면 웃지만, 너무 기쁘면 웁니다. 그래서 스포츠는 눈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세계신기록 3개, 올림픽신기록은 25개나 나온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도 많은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대부분 메달을 딴 뒤 흘리는 선수들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눈물은 TV를 통해 전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평창에서 또 다른 '눈물'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TV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의 눈물입니다. 눈물과 함께 한 저의 평창 취재기를 '엠빅뉴스'와 함께 소개합니다.

    # 한국 알파인 자매의 눈물
    [뉴스인사이트] 평창의 '눈물'을 담다
    2월 16일은 윤성빈 선수가 한국 스켈레톤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날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대한민국 알파인 스키 여자 개인전에 출전한 김소희, 강영서 선수는 평창올림픽을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카메라가 윤성빈 선수를 향한 사이 둘은 쓸쓸히 슬로프를 내려와야 했죠. 중계를 한 방송사도, 인터뷰를 요청한 언론사도 없었습니다. 경기 종료 5시간 만에 평창 선수촌에서 인터뷰가 성사됐는데요. 김소희 선수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경기를 보러 오셨어요. 아빠가 왔는데 조금만 더 할 걸, 진짜 조금만 더 올라가서 더 해볼걸 했는데..좀 많이 죄송하더라고요." 눈물도 있었지만, 인터뷰룸은 웃음으로 가득찼습니다. "윤성빈 선수가 스키를 가르쳐달라고 했는데, 안 가르쳐줄 거다" "메달 따면 우리를 잊지 말라고 했는데 잊을 것 같다" 등등 '웃픈 상황'을 대하는 우리 선수들, 정말 강했습니다.

    -->엠빅뉴스 영상


    # 북한 박철호 감독의 눈물
    [뉴스인사이트] 평창의 '눈물'을 담다
    2월 20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최종전. 다른 카메라들이 경기 장면을 찍는 동안 엠빅뉴스 카메라는 온종일 박철호 코치(북한팀 감독, 단일팀에선 코치)만 담았습니다. 첫 만남부터 줄곧 차가웠던 그가 마지막 경기에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물론 한일전에서 첫 골이 터졌을 때 두 손을 번쩍 들었던 적이 있긴 했지만, 뭔가 어색했습니다.) 경기 중반까지는 그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달라집니다. 북한 선수가 아닌 한국 선수들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툭 치고, 헬멧을 매만지는 모습에서, '내가 보고 있는 저 사람이 북한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쉽게 골이 빗나갔을 때나, 또 골이 터졌을 때 그는 온몸으로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마침내 경기가 끝난 뒤, 그의 코는 금세 루돌프처럼 빨개졌습니다. 더 좋은 카메라가 있었다면 눈에 맺힌 그렁그렁한 눈물을 담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돌처럼 단단하던 박 코치도 결국 사람이었던 거죠. 믹스트존(공동 취재구역)에서 만난 박윤정 선수에게 박 코치에 대해 물었는데요. “매우 친절한 사람”이라며 웃었습니다.

    --> 엠빅뉴스 영상


    # '안경선배' 엄마의 눈물
    [뉴스인사이트] 평창의 '눈물'을 담다
    '깜짝 은메달'을 딴 여자 컬링 대표팀, 최고 스타는 '안경선배' 김은정 선수였죠. 그녀가 경기마다 외친 '영미'는 평창 최고 유행어가 됐고요. 영미는 같은 팀 선수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김 선수 어머니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작된 '김영미 여사 찾기'.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한일전에서 김 선수 동네 주민들은 "영미(김 선수 어머니)가 자기 자리 알려주지 말랬어, 찾지마~"라면서 제 애를 태웠습니다. (저 말고 다른 신문기자 한 분도 가슴을 치고 있더군요) 다만, 경기 뒤 김은정 선수가 관중석 한 곳을 가리키며 울음을 터뜨렸는데, 바로 그곳이 어머니가 있던 곳이라고, '경기가 다 끝난 뒤에야' 알려줬습니다. 그러면서 김영미 여사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그걸 가지고 2월 25일 스웨덴과의 결승전에서 결국 김영미 여사를 찾아냈습니다. 한일전에서도, 스웨덴전에서도 김 여사님은 많이도 우셨다고 하더군요.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제 눈시울도 많이 뜨거워져 있었습니다.

    -->엠빅뉴스 영상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느덧 폐막식까지 마치고 올림픽기를 베이징에 넘겼습니다. 날씨는 정~말 추웠지만, 선수들의 열정, 그리고 그(그녀)들의 눈물 덕분에 마음만은 따뜻한 올림픽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이준희 기자 / letswi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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