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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북미대화 기대감은 '솔솔'…설자리 잃는 '협상파'

[뉴스인사이트] 북미대화 기대감은 '솔솔'…설자리 잃는 '협상파'
입력 2018-02-28 13:56 | 수정 2020-01-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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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북미대화 기대감은 '솔솔'…설자리 잃는 '협상파'
    '뉴욕채널' 조셉윤의 퇴장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이자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이번 주 사퇴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계이면서 주한미대사관에서 다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고, 또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대화론자'인 외교관이 북한 문제를 다루는 대화 테이블에 제대로 한 번 앉아보지도 못하고 퇴장하게 된 겁니다.

    조셉 윤은 오토 웜비어의 송환을 위해 지난해 6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고 미국 내에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박성일 차석대표와 접촉하며 이른바 북미 간 '뉴욕채널'을 담당했던 인물입니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그가 은퇴하게 돼 유감"이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마지못해 윤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말한 건 그만한 대북통이 흔치 않기 때문일 겁니다. 장관까지 나서 만류했지만 윤 대표의 뜻을 꺾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습니다. 일단 우리 외교부는 "앞으로 수전 손튼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일을 대행할 것이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도 잘 이뤄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시점에 핵심 역할을 해오던 미국 외교 당국자의 사퇴는 여운을 남깁니다.
    [뉴스인사이트] 북미대화 기대감은 '솔솔'…설자리 잃는 '협상파'
    강경파의 목소리는 커지고, 대화파 입지는 줄어들고

    조셉 윤 사퇴설은 이전에도 미국 외교가에서 돌았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장관과 함께 대표적인 대화파인 그가 대북 문제를 놓고 백악관 내 강경파와 충돌을 빚어왔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죠. 조셉 윤은 작년 10월 비보도를 전제로 외신 기자들에게 "북한이 60일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미국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대화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조셉 윤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점에 사퇴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조셉 윤 대표가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말폭탄을 주고받던 트럼프 대통령에 좌절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셉 윤을 신임하던 대화파인 틸러슨 국무부 장관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날씨 이야기도 할 용의가 있다."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던 그는 바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렉스(틸러슨)에게 꼬마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해줬다."는 반박을 심지어 트위터로 접했습니다. 이 때문에 틸러슨은 식물장관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차기 국무장관이라는 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올해 초 워싱턴에선 전략 무기를 통해 정밀 타격하는 군사옵션인 이른바 '코피작전'의 가능성이 거론됐습니다. 2월초에는 백악관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아그레망까지 진행된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인 빅터 차 CSIS 교수를 중도 낙마시켰습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빅터 차 교수가 군사옵션보다는 외교적 수단, 즉 대화가 우선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했는데 이 부분이 백악관 내의 강경파와 마찰을 빚었을 거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서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대화파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북미대화 기대감은 '솔솔'…설자리 잃는 '협상파'
    대화분위기는 조성, 그러나 쉽지 않은 해법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찾아온 대화 모멘텀을 활용해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려 크게 힘쓰는 모습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철과의 만남에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즉 비핵화를 주문했습니다. 동시에 미국에도 '대화의 문턱을 낮추라'는 메시지를 전했죠. 현재 미국과 북한은 양립할 수 없는 대화의 조건을 각자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입장이고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상태론 대화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둘 다 한발씩 물러서라는 뜻으로 메시지를 전한 걸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월26일 "적절한 조건하에서만 대화가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위해 북한이 일정한 행동(예를 들자면 핵실험 중단이나 유예 선언 등 입니다.)을 먼저 취해야 한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겁니다. 우리 정부로선 본격적인 대화 중재에 앞서 북한의 행동을 먼저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간은 누구의 편일까?

    이런 시점에서 대화파 조셉 윤의 퇴장은 더욱 아쉽습니다. 일단 대화를 시작한 뒤 미국이 원하는 북한 비핵화의 길을 단계적으로 논의해보자는 대화파의 주장은 워싱턴에서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운 듯합니다. 더구나 당분간 6자 수석 역할을 대행할 수전 손튼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주요하게 접촉해야 할 외교 파트너 중 한 명인 주한미국대사는 1년 넘게 공석입니다. 6자회담에 참여한 적 있는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 시점에서 조셉 윤이 사퇴한 건 본인의 철학이 백악관과 맞지 않다는 것이고 이는 백악관이 대화의 문턱을 낮추며 대화할 용의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미국 당국자의 이름을 모두 알지만 수잔 손튼을 들어본 적은 없다. 어쩌면 백악관 내에 정리된 대북 정책이 아직도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 올림픽은 끝났고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한미연합훈련 재개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간극을 좁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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