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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조국현

[뉴스인사이트] MB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뉴스인사이트] MB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입력 2018-03-02 13:09 | 수정 2020-01-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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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MB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다스는 누구 겁니까?

    '아들과 사위가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 말은 '이제 남은 건 사실상 그분뿐'이라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십여 년 간 사람들이 그렇게도 궁금해 했던 질문 '다스는 누구 겁니까', 모두가 답을 알고 있지만 "정답입니다!" 소리를 듣지 못했던 그 시간은 참 길었습니다. 이제야 정답이 적힌 답안지를 마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수십 년간 봉인됐던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게 되는 데에는 '그분'의 지근거리에서 '집사'로, '수첩'으로, '복심'으로 충성을 다했던 사람들의 변심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끈 떨어진' 과거의 권력과 함께 순장이 되기는 싫었던 모양입니다. 비겁하기 그지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나이 들어 저렇게는 살지 말자'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시는 '훌륭한' 분들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본인들 스스로는 '가카'에게 불리한 진술을 검찰 조사에서 하는 걸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 정도로 포장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긴 그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예전에 한 자리씩 하던 사람들은 잠시 검찰 포토라인에 서고 길지 않은 시간 영어의 몸이 돼 망신을 당한다 해도 재기할 수 있다고 믿을 것입니다. 실제로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일부 연예인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스리슬쩍 활동을 재개하는 것처럼 그들은 '시간이 약'이라며 시간만 흘러가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뉴스인사이트] MB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다스 경영진 운전자 김종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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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보사례비도 요구하지 않는 내부자들

    우리가 '내부자들'에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때부터, 온갖 경멸과 무시에도 불구하고 '다스는 MB 것'이라고 소리쳐 왔던 이들 말입니다. 이들은 그간 무언가 누리지도 못했고, 시간이 지난다고 재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전직 건설회사 사장이자 전직 시장이며 전직 대통령인 권력자 밑에서 누릴 거 다 누린 뒤 말 바꿔 타려는 높으신 분들과 달리 이들은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고 힘든, 우리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뭔가를 노리고 내부고발을 했을 것이다' '돈을 밝히는 것 아니겠느냐' 하고 쑥덕거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취재를 위해 두 달 넘게 거의 매일 연락을 나눠온 제 입장에서 그들은 제대로 된 사실, 진실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사람들, 딱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흔한 ‘제보사례비’조차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언론에서 '다스의 핵심 관계자'라고 칭하는 다스 내부자들 얘기를 하려 합니다.

    다스 문제 수사는 이번이 사실상 네 번째입니다. 지난 세 번의 수사에서 다스가 누구 것인지를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못 밝혀낸 게 아니라 안 밝혀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수사엔 지난 수사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진술 변화'입니다. 관련자들의 연이은 진술 변화는 검찰 수사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용기를 낸 사람은 이상은 다스 회장을 18년 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한 김종백 씨였습니다.

    2008년 BBK 특검 당시 서류상으로 이상은 회장 소유이던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을 실제 누가 가졌는지가 논란이 됐습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푸는 열쇠였습니다. 매각 대금 중 일부가 다스로 흘러갔고, 또 BBK에 투자된 만큼 매각대금의 소유자가 다스의 주인이라는 추론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뉴스인사이트] MB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정호영 전 BBK 특검

    거짓된 진술의 강요,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10년 전 정호영 특검은 이 회장 운전기사였던 김종백 씨 등의 증언을 토대로 매각 대금 가운데 15억 원을 이상은 회장이 실제로 사용했고, 따라서 도곡동 땅은 이 회장 소유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종백 씨는 당시 "이상은 회장의 자금 관리인이 5년간 매달 현금으로 3천만 원씩 인출해오면, 그 돈을 이 회장 차에 보관하고 꺼내썼다"는 자술서를 특검에 제출했습니다.

    김종백 씨는 10년이 지나서야 그 말이 거짓임을 MBC 카메라 앞에서 처음으로 털어놨습니다. 2008년 2월, 이상은 회장이 입원해 있던 삼성서울병원 병실에서 당시 오 모 변호사와 이 회장의 아들 이동형 씨가 김종백 씨에게 검찰에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지시했습니다.

    "특검에서 조사가 들어오거나 질문이 들어오면 '이상은 회장은 현금으로 주로 썼다. 카드는 안 썼다. 거의 현금으로 썼다'고 이야기하라."
    "현금을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면서 돈을 썼다."

    이렇게 얘기하라고 시켰다는 겁니다. 사실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 매각 대금은 절대 이상은 회장이 쓰지 않았다. 십수 년을 모셨는데 절대 현금을 쓰지 않고 카드를 주로 쓴다. 심지어 이 회장은 돈 한 번 쓰려 해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사장의 허락을 받았어야 했는데 어떻게 현금을 마음대로 썼겠느냐"고 저희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힘이 없는 운전기사 위치에 있었던 그는 당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 토요일 오전 MBC에서 우리와 만났던 김종백 씨는 우리에게 한 이야기를 그날 오후 다스 비자금 전담 수사팀이 꾸려져 있던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 진술했습니다. 다스의 진실이 드러나는 첫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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