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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미투, 피해자가 왜 침묵해야 하는가?

[뉴스인사이트] 미투, 피해자가 왜 침묵해야 하는가?
입력 2018-03-04 14:08 | 수정 2020-01-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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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미투, 피해자가 왜 침묵해야 하는가?
    성추행으로 해고, 그게 과하다고?

    <미투-함께합니다>를 보도하면서 주위의 남성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성추행으로 해고당하는 것은 너무 과한 것 아니냐?" "그 사람들도 한 가정의 가장인데 과한 인격모독이나 해고는 너무한 것 아니냐?" "여성이 앙심을 품고 단순한 친분 표시를 성희롱으로 과장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자녀와 아내가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 왜 사회적 지위를 망각한 채 그런 행동으로 피해자에게 상처를 줬는지 말입니다. 또 성범죄 피해자라고 조직에서 고백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지 대한민국의 주류인 남성들은 모른다는 것을 말입니다.
    [뉴스인사이트] 미투, 피해자가 왜 침묵해야 하는가?
    관현악단 악장님의 성추행

    제가 인터뷰한 충남관현악단의 여성단원들은 상습적인 성추행에 시달렸습니다. 아버지뻘 나이의 악장이 엉덩이나 가슴같은 신체 부위를 만지는 일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고 심지어는 매일 밤 아이들을 재우는 와중에 남편과의 성관계 경험은 어땠는지 묻는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용기를 내 집단으로 문제 제기를 해 현재 악장은 실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있지만 피해자들은 "먼저 달려가 안긴 것은 너네 아니냐"는 식의 '꽃뱀' 취급을 받으며 말도 안 되는 2차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오히려 침묵하고 가해자가 오히려 떳떳한 범죄가 바로 성폭력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 관련 뉴스 보기 ['성추행 의사'가 성폭력 자문?…병원 옮겨 버젓이 활동]

    [뉴스인사이트] 미투, 피해자가 왜 침묵해야 하는가?
    직장 성희롱 피해자 중 28%만 계속 근무

    어느 사회든 그 사회의 주류에 속한 사람들은 본인이 주류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은 모두 당하는 쪽인 비주류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퍼지는 '미투운동'은 그동안 여권이 신장됐다고는 하지만 비주류인 여성들이 참고 인내했던 조직 내 불합리한 점들을 용기를 내 사회에 외치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이제는 여성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대우해달라고 말입니다.

    "성폭력 피해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피해 사실을 알려봐야 이로울 것이 없다."
    피해자들이 집단과 조직 내에서 흔히 듣는 이런 말들이 전형적인 2차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는 경우는 불과 28%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뉴스인사이트] 미투, 피해자가 왜 침묵해야 하는가?
    버젓이 근무하는 가해자들

    반면 성희롱 사건으로 대학병원에서 파면돼 손해배상까지 한 교수는 버젓이 기업 성폭력사건 해결을 위한 자문활동을 하고 있고, 회식자리에서 간호사를 성희롱한 혐의로 종합병원에서 해임된 피부과 의사 역시 버젓이 강남의 한 피부과로 옮겨 전문의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이제는 피해자의 고소와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기관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있습니다. 하지만 법이 있고 제도가 있고 규정이 있지만 인식이 못따라줘 무용지물일 때 피해자들은 또 한 번 탄식하고 주저앉게 됩니다.
    [뉴스인사이트] 미투, 피해자가 왜 침묵해야 하는가?
    연애감정이었다는 치졸하고 지겨운 변명

    마지막으로 권력을 쥔 대한민국의 많은 남성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 알량한 권력으로 부하 직원의 마음과 몸까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망상을 제발 버려달라고 말입니다. 성추행 사실을 ‘연애감정’의 행동으로 변명하는 것도 지겹습니다. 여성들도 믿는 건 명함뿐인 지루한 중년의 아저씨와는 연애할 감정이 안 생긴다는 점을 왜 그리도 모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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