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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최대실적 내고도 손가락질 받는 사연

[뉴스인사이트] 최대실적 내고도 손가락질 받는 사연
입력 2018-03-04 16:28 | 수정 2020-01-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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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최대실적 내고도 손가락질 받는 사연
    국내기업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할 때, 국민 대부분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해당 기업 임직원이나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기업이 잘 되면 국내 경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수출기업인 경우엔 국위선양이란 뿌듯함도 느끼게 하곤 하죠. 하지만 실적이 좋아도 국민들이 썩 반기지 않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은행. 금융업권입니다.

    은행이 2011년 이후 최대실적을 거뒀다고 합니다. 지난해 시중 19개 은행들의 순이익은 11조2천억 원으로 작년보다 4.5배 증가했습니다. 이익 대부분은 이자 마진, 즉 대출이자를 받아서 예금이자로 돌려주고 남은 돈에서 나왔는데요. 이자마진이 37조 원을 넘는다고 하는군요.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이 2016년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도 은행들의 대손비용을 줄여 순이익증가에 기여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최대실적 내고도 손가락질 받는 사연
    예대마진 대부분은 가계대출에서

    그런데 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할까요? 그 이유는 예대마진이 대부분 일반 국민들의 가계대출에서 나왔기 때문이지요. 일단 작년 한 해를 돌아보겠습니다. 경제뉴스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뉴스였습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 열풍이 다시금 우리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궜죠. 수억에서 십억, 이십억이 우습게 불려지는 그 시장에서 중산층, 서민들은 덩달아 오르는 동네 집값에 이때 아니면 집을 못살까 싶어 가계대출을 무섭게 늘렸습니다. 작년 3분기 가계 빚은 드디어 1천4백조 원을 돌파했고요. 거기에 작년 11월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중산층,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작년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졌네요. 2016년 1.95%p였던 차이는 작년엔 2.03%p로 확대됐습니다. 올 들어선 더 벌어졌습니다. 지난 1월 대출금리가 3.69%(신규취급액 기준)로 3년 만에 가장 높았고요. 예금금리는 오히려 작년 12월보다 0.01%p 내렸습니다. 결국 예대금리차는 잔액기준으론 2.32%p로 2014년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죠.

    금리상승기에 일반적으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곤 해도, 은행들 역시 이때다 싶어 가계대출에 더 높은 이자마진을 거두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지난 수년간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상품에 대한 목표이익률을 해마다 높여 잡은 게 금감원 조사결과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같은 기간 반대로 기업대출 목표이익률은 내린 은행들도 있습니다. 은행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은 지극히 안전하고 손쉬운 영업대상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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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기준금리가 오른 뒤, 금융당국은 곧바로 은행들에게 지나친 대출금리 상승을 지양하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듯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05%p 올렸다가 금감원의 강력경고로 다시 되돌리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최대실적 내고도 손가락질 받는 사연
    은행들의 실적 잔치, 그 자격에 대해

    이 와중에 은행들은 CEO의 높은 연봉과 성과급 잔치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아직 지난해 결산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지난해 은행 CEO들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요. 2016년 자료를 보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봉은 13억 2천만 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10억 2400만 원에 달합니다. 2016년보다 2017년도 순이익이 4.5배 증가했으니 이들 연봉도 상당히 올랐으리라 짐작할 수 있겠죠. 은행 임직원들에게 지난해 말 지급된 성과급도 2016년 대비 두 배 규모였다고 금감원 측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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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실적이 좋으면 임직원들도 그 성과를 나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다시 돌아볼 것은, 이 실적이 과연 다른 업종들처럼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영업을 잘해서 얻어진 거냐는 겁니다. 부동산시장의 이상열기, 가계대출이 늘 수밖에 없는 힘겨운 경제 상황, 금리상승기 진입 등은 은행의 노력과는 별 상관없이 주어진 거죠. 오히려 은행 영업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 서민, 중산층 가계엔 주름살을 더욱 늘리는 상황입니다. 가계들 시름의 반대급부로 이익을 챙기는 셈 인거죠.
    [뉴스인사이트] 최대실적 내고도 손가락질 받는 사연
    교과서에서 배웠던 은행의 역할은 어디에?

    이미 국내은행들은 기업대출보단 가계대출로 영업형태를 고착화시킨지 오래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경제교과서에서 배웠던 가계의 저축을 받아 기업에 대출해주는 경제의 선순환의 한 주체로서 기능 하는 은행의 역할은 갈수록 퇴색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의 금융정책기조는 이른바 ‘생산적 금융’입니다. 은행 자금의 물꼬를 다시 기업금융 쪽으로 돌리겠다는 거죠. 금융당국도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정책을 내놓습니다. 과연 이 같은 정책은 다시 은행을 본래 기능으로 되돌려놓을까요? 사상최대실적을 거뒀다고 자화자찬하는 은행들의 보도자료를 들춰보며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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