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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학부모들이 바라는 미세먼지 대책은?

김성현 기사입력 2018-03-12 15:36 최종수정 2018-03-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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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갔다 오면 아픈 아이들

7살, 3살 두 아이를 둔 임정은 씨. 재작년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는데, 아침에 멀쩡했던 아이가 어린이집만 다녀오면 자주 목이 붓고 노란 콧물을 줄줄 흘렸다고 합니다. 코가 심하게 막혀 고열에 시달리는 날에는 아이 걱정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감기도 아닌데 왜 그럴까, 학부모들과 얘기를 주고받게 됐고,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학부모들과 함께 어린이집을 찾아갔는데 단번에 실내 공기 질이 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 측정기로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재봤더니 바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쁜 날도 있었다고 합니다.

원인은 결국 실내 미세먼지.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제대로 시설 관리가 안 됐고, 날씨에 따라 적절히 창문을 여닫아 환기도 수시로 해줘야 하는데, 이곳에선 이 같은 조치들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그 길로 임씨는 어린이집에 아이 보내길 그만두고, 뜻이 맞는 학부모들과 교대로 아이를 직접 돌봐주는 '공공 육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창 호기심이 왕성하고 뛰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집에만 둘 수는 없었겠죠. 임정은 씨와 공동육아를 하는 4살 아이 학부모 김세진 씨는 박물관이나 키즈카페 등 바깥 나들이를 할 때 꼭 간이측정기를 챙겨간다고 했습니다. 일일이 미세먼지 농도를 재고 공기 질이 좋은 곳을 골라 다녀야 그나마 안심이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김씨는 취재 과정에서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곳도 있다"며 "간이 측정기가 정확한 수치는 아닐지라도 참고하는 수준에서 늘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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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공기는 더 더러운데…실외 위주의 정부정책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지금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실외 위주라는 것입니다.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됐을 때 어린이나 노인 등은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게 정부 지침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실내 공간이 미세먼지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읍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재작년 전국 3천7백여 개 초중고교 교실을 조사한 결과 70%가 바깥보다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세먼지 기준은 실내가 더 느슨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제시한 실내 초미세먼지 기준은 세제곱미터당 70마이크로그램 이상일 때 '나쁨'이어서 실외 미세먼지 '나쁨' 기준 35마이크로그램에 훨씬 못 미칩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 WHO 권고 수준과 독일 기준인 25마이크로그램이나 대만의 35마이크로그램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게 부모들의 요구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인터넷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이미옥 대표는 "아이들이 하루 중 70~80%를 실내 공간에 머무는데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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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오염물질, 폐 전달 확률 1천 배나 높아

그렇다면 실내 공기 질 관리가 실외만큼 중요하고,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중요한 과학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WHO 조사 결과 실내 오염 물질이 실외 오염 물질보다 폐에 전달될 확률이 1천 배 높고, 미국 환경보호청 자료에 따르면, 3~16세 어린이와 청소년이 성인보다 3배 이상 독성물질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급격히 짧은 시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더라도 천식이나 아토피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고, 장시간 노출되면 폐암 등의 각종 중증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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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실내 대책 발표, 묘수 나올까?

다행히 정부도 실내 대책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달 중 적절한 실내 초미세먼지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의 또 다른 요구사항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공기청정기보다 공기 정화 효과가 뛰어난 환기형 공조 시스템을 학교 등에 단계적으로 확대 설치하는 방안, 그리고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공기정화시설을 갖춘 공공형 실내 놀이터를 전국 지자체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입니다.

특히 공공형 놀이터는 아이들이 건강 걱정 없이, 비용 걱정 없이 다양한 놀거리와 체험할 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의 기대가 높습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찾아가본 서울 마포구의 실내형 놀이터에는 하루 평균 20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계기판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또 무료이다 보니,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희망입니다. 아이들의 건강 없이는 우리의 미래도, 희망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 아이들이 걱정 없이 마음껏 뛰놀고 신나게 공부할 수 있는 쾌적한 실내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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