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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하나은행 채용비리…'금감원장'은 무슨 역할?

노경진 기사입력 2018-03-14 11:05 최종수정 2018-03-14 15:11
금감원 채용비리 하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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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회장의 정면충돌

대결구도는 모든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전개방식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가장 흔하게 도입되고 있고, 논픽션 즉 다큐멘터리나 기사를 쓸 때에도 주로 선택되는 구도이죠. 물론 현실세계에서도 각종 대결구도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곧 다가올 지방 선거 같은 대형 선거부터, 대형마트 홍보전단만 들춰봐도 펄쳐지는 신제품 경쟁까지. 그런데 다소 낯선 인물들이 등장하는 대결구도가 최근 사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바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회장의 정면충돌입니다.

지난 토요일(10일) 한 주간지에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게재된 뒤 월요일(12일) 오후 최 전 원장이 사임하기까지 사흘간 이곳 금감원 출입기자들은 초긴장 상태였습니다. 주말에도 내내 금감원 안팎의 소식에 온 신경을 곧추세웠죠. 그도 그럴 것이 은행권 채용비리 근절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던 금감원장 본인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라니, 그처럼 드라마틱한 반전이 어디에 있을까요?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대학 동기 아들의 하나은행 지원 사실을 전화로 알린 게 전부이고, 채용 압력을 행사하거나 점수 조작 등은 절대하지 않았다”는 게 최 전 원장의 해명이었지만, 이미 국민 눈높이엔 궁색한 변명일 뿐이었습니다.

▶ 최흥식 금감원장 결국 사퇴…채용비리 연루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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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왜 하나은행을 의심할까?

여기까지는 별다를 것 없는 공직자의 낙마 사연이겠지만, 금감원이나 금융권 관계자들이 강하게 의구심을 가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시점이 2013년이라는 거죠. 하나은행은 지난 1월 진행된 금감원 채용비리 조사에서 2015년과 2016년 자료만 제출하면서 그 전의 자료는 오래돼 완전히 삭제됐다고 보고했습니다. 따라서 2013년의 최 원장 의혹은 금감원이나 다른 외부기관이 아닌 하나은행 내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추론이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하나은행 노조와 참여연대가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금융당국 최고책임자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조차 오늘 (13일) 국회에서 “알려진 제보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은행과 금융당국의 악연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각종 비리혐의가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국정농단 당사자인 최순실의 독일 생활 편의를 봐준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의 영전을 위해 하나은행이 국내에 없는 자리를 만들어줬다는 건 재판에서 인정된 바 있고요, 김 회장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의 물품을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구매한 행위도 수차례 드러났습니다. 거기에 이번에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에서 하나은행이 유독 중대한 혐의가 다수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채용 VIP 리스트를 작성해 운용하거나, 일명 ‘SKY’출신 면접점수는 올리고 지방대 출신 점수는 깎는 조작을 한 것도 모두 하나은행이었던 거죠. 그 김 회장의 임기가 이달 종료되는데, 이미 연임을 한 김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세 번째 연임을 노리는 겁니다. 새 회장을 뽑는 회장추천위원회를 김 회장은 자기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사외이사들로 꾸리고 실제로 본인이 차기회장후보로 최종선정 됐습니다. 세간에선 이를 ‘셀프연임’이라고도 부릅니다. 오는 23일 주총에서 승인되면 김 회장은 바야흐로 하나금융지주회장으로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 하나은행, 'SKY' 점수 더 주고 다른 학교 깎고 합격 조작



▶ 은행권 채용비리 후폭풍…정부 vs 금융권 기싸움?

감독당국과 민간 사이, 긴장관계는 필연적?

금융당국은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은행에 특정인사가 회장 연임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 회장의 비리혐의가 완전히 소명될 때까지 차기회장 선임절차를 멈추라고 경고하거나, 연임 과정의 부적절함을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사규에 따라 진행하는 거라며 회장선임절차를 계속하는가 하면,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죠. 금융권과 언론들은 김정태 회장의 세 번째 연임을 기정사실로 보고, 금융당국이 완전히 체면을 구긴 것으로 보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의혹이 터진 겁니다.

최 전 원장은 월요일(12일) 오후 사의를 표하기 직전만 해도, 본인의 결백을 자신하며 본인을 포함해 2013년 하나은행의 채용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검사하자는 입장을 임직원들과 기자들에게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최 전 원장이 사임했지만 검사는 그대로 진행이 되고요. 오히려 금융당국은 더욱 엄정히 임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최 전 원장 사임 직후 금감원은 최고의 정예인력으로 특별검사단을 꾸렸다고 합니다. 현재엔 은행감독조직 소속이 아니어도 과거 현장검사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을 사방에서 추렸다고 하네요. 그렇게 조직된 검사단이 무려 3개 팀, 18명에 달합니다. 한 개 은행에 이 정도의 검사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현장 검사는 사임 다음날인 화요일 오후 바로 시행됐습니다. 검사 기간도, 검사 대상도 제한이 없다고 하고요. 심지어 채용과 관련된 비위행위가 적발되면 관련자료 일체를 검찰에 이첩하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엄포를 놓았습니다. 모두 예전엔 보지 못했던 일입니다.

▶ 금감원장 사퇴로 채용비리 조사 속도…하나은행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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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루기 끝은 금융의 공공성 회복이 되어야

판은 벌어졌고, 전선은 분명해졌으며, 등장인물도 속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도 지금은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바짝 엎드려 있지만 검사가 진행되며 또 어떻게 상황이 진행될지 모릅니다. 당장 이 글을 쓰는 다음날인 14일 오전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기자간담회가 잡혀 있습니다. 두어 달 간격으로 진행되는 정례 기자간담회이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기자들의 질문이 몰릴 것이고, 최 위원장은 어떤 답을 내놓게 되겠죠.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즈음에는 이 글은 과거의 구문이 되고 저는 새로운 전개 양상에서 열심히 취재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대결구도는 승패, 또는 무승부 등 결론이 나지만 현실세계에선 아무도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채용비리는 어떤 경우든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권 수장의 제왕적 행태나 전횡은 사라져야 한다는 거죠. 과연 이 같은 결론에 순조롭게 다가갈까요? 그 과정에서 또 어떤 새로운 의혹이나 자료가 공개될까요? 상황이 복잡하더라도 현상을 좇지 않고 좀 더 멀리 바라보며 중심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지금 견지해야 할 자세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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