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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김장훈 기자

[뉴스인사이트] 통신사 멤버십 혜택…은근슬쩍 '축소'

[뉴스인사이트] 통신사 멤버십 혜택…은근슬쩍 '축소'
입력 2018-03-15 09:54 | 수정 2018-03-15 14:12
뉴스인사이트 통신사 멤버십 혜택은근슬쩍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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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정운 씨는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가 밀집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합니다. 나 씨의 가게에 들어서면 천장 옷걸이에 걸린 화려한 꽃무늬 남방셔츠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영화 ‘도둑들’에서 주연 배우 중 한 명이 입었던 옷이라고 합니다. 나 씨의 가게에는 이 영화 출연 배우들의 자필 사인도 붙어 있습니다. 영화 마니아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렇게 영화를 좋아하는 나 씨는 지난해 2월, 한 달에 두 번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나만의 콕’ 멤버십 혜택에 끌려 LG 유플러스를 휴대전화 통신사로 선택했습니다. 바쁜 평일은 아니더라도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영화감상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고 합니다. 나 씨의 딸도 이 혜택이 좋아서 같은 통신사와 2년 약정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두 편 무료 혜택이 올해 들어 갑자기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통신사로부터 아무런 사전 고지도 없었고요.

    이게 LG 유플러스만의 일은 아닙니다. 올해 초 KT는 한 달에 한 번 제공하던 인터넷 쇼핑몰 할인제도를 폐지했고, 5천 원 마트 쿠폰은 2천 원으로 축소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멤버십 제휴사에서 할인율을 두 배로 늘려 받는 ‘더블할인’ 멤버십 서비스도 중단했고요. 이보다 앞서 SK텔레콤은 패밀리레스토랑 할인율을 10~20%에서 5~15%로 낮췄습니다. 특정 제과점 제품을 구입할 때 15% 할인 혜택을 줬는데 이것도 1천 원당 150원 할인으로 변경했습니다. 통신사 멤버십 혜택은 축소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는데요.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지난 2016년 1월부터 작년 7월까지 통신 3사의 멤버십 혜택 변경 내역을 분석했더니, 99건 중 혜택이 축소된 경우가 64건으로 전체 64.6%에 달했습니다. 반면 혜택이 늘어난 경우는 22건이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통신사 멤버십 혜택…은근슬쩍 '축소'
    통신사들은 멤버십 축소 또는 폐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 통신사의 멤버십 관련 약관을 살펴봤습니다. “멤버십 등급 기준 및 포인트 지급 등 주요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조건부여 등으로 불리하게 약관 개정이 있는 경우 최소 30일 전 사전고지 기간을 두어 회원에게 그 사실을 고지합니다. 고지 방법은 회사 홈페이지, 이메일, 쪽지, 로그인 시 팝업창 등의 전자적 수단 또는 SNS 발송 중 1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공지합니다. 멤버십 등급과 포인트 지급에 변동이 생기면 알리는데, SNS 발송 같이 가입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어도 된다는 내용으로 해석되지 않나요? 게다가 멤버십 혜택 축소 시 고지하는 방법에 대한 조항은 아예 없었습니다. 확인 결과, 통신 3사의 멤버십 관련 약관은 거의 같았습니다.

    통신사들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멤버십 혜택 축소는 제휴사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는 건데요. 또한, 휴대전화 단말기 지원금 대신 선택약정을 하는 경우 받을 수 있는 요금할인 혜택이 20%에서 25%로 상향 됨에 따라 통신사 수익이 줄어들어 기존 멤버십 혜택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통신사들은 멤버십 혜택 축소에 대한 사실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릴 경우 스팸 메시지로 인식돼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통화품질은 비슷하고 휴대전화 제품도 크게 차이가 없어서 멤버십 혜택 보고 통신사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혜택이 좋아서 가입했는데 얼마 후 나도 모르게 축소되거나 폐지된다면 미끼 상품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겠죠.
    [뉴스인사이트] 통신사 멤버십 혜택…은근슬쩍 '축소'
    멤버십 혜택에 따른 이익 감소는 서비스 항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통신사와 제휴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가입자는 통신사에는 매달 요금을 납부하고, 제휴사에서는 물건을 구입합니다. 할인을 받긴 하겠지만 통신사와 제휴사의 이익을 늘려주는 것은 가입자입니다.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면 통신사들은 이른바 VVIP 등급이라며 멤버십 혜택을 더 주고 있습니다. 이 역시도 가입자가 돈을 더 내기 때문에 주는 등급이겠죠. 매년 초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원에는 멤버십 혜택 축소와 관련한 민원이 제기된다고 합니다.

    공정위가 올해는 해결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통신사 측에 멤버십 관련 약관을 시정할 것을 요구한 겁니다. 잘한 일이죠. 그런데 다소 실망스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앞서 등장했던 나정운 씨가 통신사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서비스 변경 가능 규정을 약관법에 반한다고 볼 경우 사업자는 장래에 있어 이러한 멤버십 제도 자체를 폐지하여 궁극적으로 향후 전체 소비자에게 더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만, 공정위가 소비자보다는 통신사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닐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통신사들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현재 멤버십 관련 약관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반복되는 멤버십 관련 소비자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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