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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우왕좌왕' 반려동물 대책, 문제는 '답정너'?

조의명 기자 기사입력 2018-03-24 07:41 최종수정 2018-03-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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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아빠, 개똥을 밟다

얼마 전 출근길에 집을 나서자마자 개똥을 밟았습니다. 당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굉장히 불쾌한 일입니다. 옆집 푸들 소행인가, 아니면 윗집 큰 개? 나름대로 추리해 봤지만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추궁할 수도 없으니 혼자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개아빠'입니다. 대부분 공동주택 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건 어느 정도는 주변에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조심을 시키려 해도 강아지가 짖거나, 뛰거나, 배변행위를 하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이른바 ‘팻티켓’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내가 동물을 기를 자유를 용인해 주는 이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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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아빠'도 '팻티켓' 대책 찬성합니다

'팻티켓' 준수는 단순히 동물에 대한 호불호,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고민을 넘어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 유명 연예인의 반려견이 이웃을 물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처럼 큰 사고가 아니더라도 해마다 사람이 개에게 물려 다치는 사고가 1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반려견 수가 700만 마리 가까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0.015%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안전 조치를 충분히 취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 1천만 시대의 새로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거나, 안전 관리 등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때 종전보다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지난 22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런데 법은 엄격해졌어도 나아지는 건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관리 업무를 맡은 직원은 많아야 2~3명, 사실상 관리 감독이나 현장 단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안이 신고포상제, 이른바 '견파라치' 제도였습니다. 전문 신고꾼을 양성한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불법 주정차나 불량식품 단속 등 실질적인 효과를 본 사례도 있고, 무엇보다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 1월 정부가 '견파라치' 시행을 예고하자마자 엄청난 비판과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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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못 하던 단속을…이웃 다툼에 '도촬' 걱정까지

과연 실효성 있는 제도냐의 문제가 가장 먼저 대두됐습니다. 신고를 하려면 우선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뿐 아니라, 누가 불법을 저질렀는지를 당국에서 식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예를 든 불법 주정차 신고의 경우 주차금지 구역에 대 놓은 차량을 번호판이 보이도록 촬영하면 그 자체로 충분한 증빙자료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목줄 없이 산책하는 강아지와 주인 모습을 찍는다고 해서 신고자나 당국이 누구인지 확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견파라치' 신고가 가능한 경우 가운데는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위반 사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는 동물 등록은 육안으로 구별이 가능한 목걸이 방식 외에도 반려견 몸속에 작은 칩을 삽입하는 방식도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육안으로는 동물 등록을 했는지 여부를 구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지난 2014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이 의무화됐지만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미등록 단속 실적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국에서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결국 얼굴을 아는 이웃이 신고하거나, 아니면 미행을 해서라도 집 주소를 알아낼 수밖에 없다는 건데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소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고를 빌미로 타인을 몰래 촬영하는 등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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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줄 돈도 없었다…시행 하루 전 '무기한 연기'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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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또 하나의 문제는 포상금 예산이었습니다. 신고포상금 제도는 부과된 과태료의 일부를 신고자에게 주는 방식이긴 해도, 실제 신고를 접수받고 집행을 하려면 지자체마다 예산을 마련해 놓아야 하는데 시행 예고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실제 준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부는 시행 예고일을 불과 하루 앞둔 지난 21일, '견파라치' 제도 시행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의견 수렴을 계속해 왔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 추가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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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수렴만 하고 반영은 안 하다가…

지난 1월 반려동물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할 때도 정부는 관련 시민단체와 동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정책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동물 단체 인사는 기자에게 "지난해부터 여섯 차례나 회의에 참석했고, 그때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을 집어 정부 관계자에게 이야기했지만 그냥 듣고 넘길 뿐 바뀌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견파라치' 말고도, 발표하자마자 거센 비난을 받았던 '입마개 의무화' 정책도 애초에 대부분 전문가들이 재고해볼 것을 요청했던 사안들이었다는 겁니다. 정부는 어깨에서 발까지 몸높이가 40cm 이상인 반려견에게 외출 시 입마개 착용을 일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가 '다리 긴 푸들은 맹견이고, 다리 짧은 불독은 안전하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후 철회하겠다고 방침을 바꾼 바 있습니다. 그저 '듣기만' 하는 형식적인 의견 수렴만 거친 채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식으로 서둘러 대책을 내놓다 보니 결국 석 달 사이 두 번이나 발표를 뒤집는 해프닝이 벌어진 건 아닐까요?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은 있을 겁니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거나, 기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목소리만큼 반려동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고,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대책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처벌 규정만 강화됐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없는 반쪽짜리라는 혹평을 피하기 어려워진 이번 반려동물 관리 개선안. 이왕 정부가 실책을 인정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시 충분한 숙고를 거쳐 찬반과 호불호를 떠나 모두가 납득하고 따를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 역시 아침 출근길에 '지뢰'를 밟는 참극도, 저희 집 강아지 때문에 이웃집 아이가 겁을 먹는 일도 없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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