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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이미지 유충환 기자

[뉴스인사이트] 별들의 특권 내려놓기…성공할까?

[뉴스인사이트] 별들의 특권 내려놓기…성공할까?
입력 2018-03-27 09:38 | 수정 2020-01-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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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별들의 특권 내려놓기…성공할까?
    식판 든 장관…"신선" VS "불편"

    지난주 국방부 청사 지하 1층 직원 식당의 점심시간.
    밥을 먹던 직원들이 갑자기 술렁입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내려와, 혼자서 직접 밥을 푸고 국을 뜨더니, 직원들과 함께 5천 원짜리 점심을 먹었습니다. 국방부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어리둥절해했습니다. 이 보기 드문 광경에 직원들은 신기한 듯 쳐다봤는데요. 반응은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참신하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에 장관이 있으니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불편하다는 직원도 있었는데요. 어쨌거나 송영무 장관은 깍두기 반찬과 생선 구이로 맛있게 점심을 마쳤습니다. 앞으로 장관님 직원들과 함께 5천 원짜리 점심 많이 드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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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사 10층 통유리…그들 만의 식당

    원래는 국방부 10층에는 전망이 끝내주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소위 '간부 식당'으로 불렸는데, 주로 국방부 국·실장급 계급이 별 이상인 장군 전용 식당이었습니다. 송 장관은 이 식당 운영이 계속 적자가 나자 폐쇄를 지시하고, 간부들도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송 장관의 평소 소신이 '장군이나 이등병이나 똑같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거였다는데요. 이제 장군들도 5천 원짜리 직원 식당을 많이 이용하시겠네요. 10층의 간부 식당 조리병 들은 일선 부대로 보내진다고 합니다.

    송 장관이 국방부 간부 식당을 폐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전 부대들도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야전 부대들은 사병들의 반찬과 간부의 반찬이 차이가 나는 부대들이 많습니다. 더욱이 간부끼리도 계급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아들 2명을 둔 어느 부모가 간부는 고기반찬, 사병은 김치 반찬. 이러한 차별을 반대한다며 간부식당을 폐지해 달라며 청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별들의 특권 내려놓기…성공할까?
    장군님 전용 '장군탕'

    전국에서 유일한 이름을 가진 목욕탕이 바로 국방부에 있습니다. 별 이상 계급만 들어갈 수 있는 탕이라서 '장군탕'인데요. 장군님들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절대로 사병이나 일반 간부들은 들어갈 수가 없답니다.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 단련실도, ‘장군 전용’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옆 ‘일반 체력 단련실’에는 직원들이 3,40분씩 기다려야 러닝머신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북적이지만, 장군 전용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목욕탕 탈의실도 차별이 있네요. 이곳은 대령급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탈의실이 따로 분리돼 있습니다.

    국방부의 사병들이 생활하는 일부 병영생활관에는 간부전용 화장실이 따로 있습니다. 병사들과 같은 변기를 쓸 수 없다는 건데요. 화장실에서까지 차별하니 씁쓸하네요.

    권위는 특권에서 나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그에 걸 맞는 권위는 그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함께 탕에 들어가거나, 같이 밥을 먹는다고 존경심이 사라지거나 권위가 추락할까요? 특권은 예우를 위한 배려이고, 밑에 사람들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직장인이 높은 임원과 함께 목욕탕을 가거나 밥을 같이 먹는다면 불편하듯이 계급 사회 군대는 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함’이 느껴지는 건, 아니 ‘불편할 거라 생각’되는 건, 하급자가 불편한 건 애초에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별들의 특권 내려놓기…성공할까?
    우연히 마주친 '가방 멘 Two Star'

    얼마 전 점심을 먹고 국방부 청사를 들어가는 길에 가방을 멘 군인들이 성큼성큼 걸어서 위병소를 통과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같이 있던 군인들이 깜짝 놀라서 입을 ‘쩍’ 벌리기에 계급을 봤더니 사단장 계급인 별 2개, 소장이네요. 여느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출입증을 게이트에 대고 통과해 걸어서 청사로 향했습니다. 알고 보니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이었는데요. 원래 과거 장군들에게는 전용 관용차와 운전병이 딸려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장군의 특권이었죠. 예전에는 장군 진급 날 기념으로 전용차를 타고 남산을 한 바퀴 도는 게 관습일 정도였답니다. 하지만, 최근 계룡대 장군들은 배차를 신청해 관용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운전병을 줄이고 전투병과를 늘리는군 구조 개편의 일환인데요. 특권을 내려놓는 국방 개혁의 영향도 있습니다.

    사병 묘역의 장군 묘

    국립현충원에 있는 베트남전 참전 사병 묘역에는 특별한 묘가 있습니다. 한국군 사령관이었던 故 채명신 장군의 묘가 사병들과 함께 있는데요. 사랑하는 부하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장군 묘역이 아닌 사병 묘역에 안장됐다고 합니다. 장군의 생명이나 병사의 생명은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라는 생각이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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