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경제
기자이미지 김재경 기자

[뉴스인사이트] 대한민국 최초 골프 접대 소송 (2)

[뉴스인사이트] 대한민국 최초 골프 접대 소송 (2)
입력 2018-03-30 07:18 | 수정 2020-01-02 16:12
재생목록
    [뉴스인사이트] 대한민국 최초 골프 접대 소송 (2)
    보험사의 골프접대는 명백한 불법

    보험사의 골프접대,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법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법 98조는 특별이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별이익은 쉽게 말해 뇌물성 금품이나 향응을 말합니다. 대통령령으로 기준선은 3만 원. 3만 원을 초과하는 선물이나 접대를 받으면 명백한 보험업법 위반이고, 관련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법대로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위법행위가 바로 '골프접대'인 겁니다.

    법에서 3만 원 초과의 접대를 금지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험사들이 사용하는 검은 접대비는 결국 보험료를 올리게 되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치는 골프와 이후 벌어지는 고급 식사‧술접대 비용을 우리가 낸 보험료로 지불 한다면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닐까요. '골프접대'는 '골프 비즈니스'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 관련 뉴스 보기 [[단독] 삼성화재, '접대 골프'도 등급대로…'제삿날'도 챙겨]



    보험사들의 골프접대 매뉴얼

    과연 골프접대는 자발적일까요. 아니면 강요일까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MBC 취재진은 이번 '골프접대 근무사당 청구 소송'의 취재과정에서 삼성화재가 작성한 골프접대 매뉴얼을 입수했습니다. 거래처 고위 임원 2백 명을 관리한 장표.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이 장표는 매년 초에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명문 골프장을 예약하거나 소위 ‘잘 나가는’ 임원에게 골프를 대접하려면 몇 개월 전에 약속을 잡아놔야 한다는 겁니다. 영업팀장들은 매년 초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 윗선에 보고한다는 게 제보자의 말이었습니다.

    그들이 골프접대를 하는 이유

    해당 관리장표에 기재된 내용을 뽑아봤습니다.

    - XX건설 김OO상무 : 연 2회 이상 운동, 2회 석식…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가져야 함.
    - △△은행 퇴직연금팀 : 2박3일 운동으로 다 같이 모여서 인적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
    - □□해운 강◇◇사장 : 자사 조OO상무의 대학 선배. 해운사 CEO를 많이 알고 있음. 연간 운동 3회, VIP골프 대상자, 지속적인 관리가 요망.
    - ◎◎공사 박▽▽상무 / 노조 정책실장 : 퇴직연금 관리 위해 집중 관리해야 할 거래처. 연간 2회 운동을 통해 관계 유지.

    여기서 말하는 '운동'이란 '접대골프'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그 밑에 해당 기업이 어떤 보험에 가입되어있는지, 또는 가입할 수 있는지 함께 적시돼있다는 겁니다. 당연히 관리대상인 임원들은 기업의 보험가입을 결정하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실상 이 관리장표는 ‘골프접대 매뉴얼’입니다. 업계 1위답게 관리대상 인사들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온 삼성화재. 덕분에 효율적인 인적네트워크 관리도 가능했을 겁니다.
    [뉴스인사이트] 대한민국 최초 골프 접대 소송 (2)
    공공연한 관행이 되어버린 골프접대

    하지만 이런 골프접대는 삼성화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직 보험사 영업사원들이 변명하듯이 내뱉은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보험업법 그거 다 소용없습니다. 전부 다 친다니까요. 이게 삼성화재만 그런 게 아닙니다. 모든 보험사가 다 접대 골프하고 있는 겁니다. 금융당국도 예외가 아니에요. 거기 사람들도 골프접대 받습니다. 보험업법이고 김영란법이고 다 소용없는 거죠. 다른데도 다 하니까 우리만 골프접대를 안 한다고? 그러면 우리만 바보 되는 거잖아요."

    "억울합니다. 솔직히 골프접대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보험사만 그럽니까? 보험업법은 3만 원 초과 금품, 향응 접대가 금지라고요? 시중은행 한 번 보세요. 거기는 10만 원 초과 접대가 금지입니다. 증권사는 또 어떻고요. 보험사나 은행이나 증권사나 퇴직연금 유치하려고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접대골프 더 심각합니다. 우리와는 비교도 못해요."

    이번 리포트를 통해 알리고 싶었던 건 골프접대를 주말근무로 인정해달라는 흥미로운 소송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역시 삼성화재에게서 돈을 타내겠다는 목적으로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도 아닙니다. 그는 소송을 통해 주말에도 노동을 강요받는 영업맨들의 비애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강요된 골프접대, 누굴 위한 걸까?

    '골프접대 소송'과 '골프 매뉴얼'…우린 이것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 불법접대골프가 판을 치고, 그 비용은 우리가 낸 보험료라는 것.
    - 이런 불법 골프접대를 보험사가 영업직원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것.
    - 주말까지 허비하며 접대를 벌여야 하는 영업사원들의 삶이 나아져야 한다는 것.

    다른 건 몰라도 이 세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