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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유충환 기자

[뉴스인사이트] 시민을 향한 발포는 역사를 퇴보 시킨다

[뉴스인사이트] 시민을 향한 발포는 역사를 퇴보 시킨다
입력 2018-04-01 07:05 | 수정 2020-01-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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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시민을 향한 발포는 역사를 퇴보 시킨다
    ‘신체 하단부 사격’

    너무도 놀라 수십 번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아니 수백 번을 다시 읽어봐도 ‘신체 하단부 사격’ 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영화에 익숙한 우리는, 군대에서 실탄 사격을 한번이라도 해봤던 대한민국 대다수의 남자들에게는 이 말이 좀 무딜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총기를 피탈하거나 초병에게 위협을 가하려고 할 때 신체 하단부를 사격 하라’ 는 지침은 초병에게는 너무 나도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교범에도 나와 있는 초병 수칙입니다. 하지만 이 ‘지침’이 지닌 위험의 크기와 의미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그 위험성과 의미를 찬찬히 따져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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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시민을 향한 발포는 역사를 퇴보 시킨다
    문건은 ‘작전 계획’ 이었다

    2016년 11월. 첫 백만 촛불 집회 직후 작성된 수도방위사령부의 ‘청와대 시위 집회 대비 계획’ 문건은 상당히 구체적인 병력 운용 계획과 행동 지침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경찰과의 합동 계획이 자세히 적시돼 있었는데요. 이 가운데 논란이 되는 건 군 병력의 청와대 외곽 경계 행동 지침입니다. 청와대 경호는 우선 경내는 경호실이 맡고, 입구를 시작으로 청와대를 둘러싼 경계지역은 경찰이, 인왕산을 포함해 좀 더 넓은 범위의 외곽 경계는 수도방위사령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수방사가 담당하고 있는 경계 지역으로 집회 인원이 들어오게 되면 행동 하겠다는 지침입니다.
    문건은 우선 “시위대의 경계지역 진입 시도 시 비살상무기로 우선 저지하고 저지 불가 시 전략적 진입 허용 후 예비대 투입 후 검거” 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 다음이 문제인데요. “총기 피탈 또는 초병 직접 위해 시는 신체 하단부 사격” 이라고 바로 다음 행동 지침이 나옵니다. 수방사의 평상 시 단계별 총기 사용 지침에 명시된 구두 경고나 공포탄 경고사격 등 실사격을 위한 사전 조건은 없었습니다. 바로 신체를 향해 실사격을 하라니요. 문건에는 당시 실탄이 지급된 채 대기하던 기동타격 1개 소대와 예비 대대 1개 중대의 증원 계획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문건은 당시 촛불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작전 계획이었던 겁니다.
    [뉴스인사이트] 시민을 향한 발포는 역사를 퇴보 시킨다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수도방위사령부령에 따르면 수방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적으로부터 보호하고, 특정 지역의 경계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이라 하면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청와대를 말합니다. 국방부는 수방사가 병력 동원을 비롯한 대비 계획을 세운 것은 수방사의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위법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죠. 우리는 곰곰이 전제를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방사의 이번 ‘대비 계획’은 계획의 대상이 되는 전제가 바로 ‘시민’입니다. 2016년 11월은 전시 상황이나 준전시상황이 아닌 ‘평시 상황’입니다. 적과는 무관한 치안 상황인 겁니다. 국민 주권의 주인들이 심부름꾼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떨쳐 일어났는데, 군대가 주권의 주인을 잠재적 적으로 간주하고 진압을 대비 했다는 겁니다.
    [뉴스인사이트] 시민을 향한 발포는 역사를 퇴보 시킨다
    ‘시민을 향한 발포는 역사를 퇴보 시킨다’

    초병의 자위권. ‘초병의 총기를 빼앗거나 위해를 가하면 신체 하단부를 사격 하라’ 라는 지침은 적을 전제로 한 작전 개념입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한번 가정 해 볼 수 있습니다. 수방사의 대비 계획대로 군 병력이 임무 수행 중 일부 시위대가 초병에게 도발을 해 지침대로 즉시 사격이 가해지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게 됩니다. 군이 발포하는 순간 통제 불능의 사태에 빠질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하반신에 총을 맞으면 괜찮을까요? K2 소총에 하반신을 맞게 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시위는 더욱 격해 질 수 있고, 군이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결국 이 모든 책임은 군에 있고, 탄핵 소추가 되기 전이든, 이후이든 대통령이 정치력을 거의 잃은 상태에서 군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이 38년 전 광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군의 시민을 향한 발포 논리가 바로 ‘자위권’ 이었습니다. 역사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이었던, 총기가 발포되었다면 민주주의 역사를 수십 년 퇴보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에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강하게 부여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명문화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작전의 대상’이 시민이었던 만큼, 수방사의 ‘총기 사용 지침’은 훨씬 더 신중하게 검토되었어야만 했습니다. ‘강도가 공격을 해도 실탄을 쏘지 말고 총을 내줘야 하는 건가요? 초병이 공격받았을 때 총을 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수방사의 ‘대비 계획’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입니다. 분명한 건 쟁점은 초병이 공격당했을 때 실탄을 사용해야 하나, 말아야 하냐가 아니라 왜 시민을 잠재적 폭도 내지 잠재적 국가전복세력으로 상정하고 군이 ‘작전계획’까지 세웠냐는 겁니다. 수방사령관은 대통령을 경호하는 부대이기도 하지만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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